국산 종목으로 치러지는 e스포츠 리그가 많지 않기에 십 년 넘게 리그를 유지하고 있는 던전앤파이터 리그는 카트라이더와 더불어 한국 게임의 자존심이라 평가되고 있습니다. 규모와 상관 없이 지속적으로 팬들에게 게임을 즐기는 컨텐츠 하나를 더 마련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칭찬 받아 마땅한 일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는 결투장으로 진행됐던 던전앤파이터 리그에 변화가 생긴 것은 ‘재미’였습니다. 사실 결투장 만으로는 유저들에게 던전앤파이터만의 재미를 살릴 수 있는 리그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죠. 또한 결투장만으로 모든 유저들을 아우를 수는 없었죠. 그래서 고심 끝에 네오플은 던전에서 자웅을 겨루는 단체전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죠. 시행착오도 있고 처음 시행되는 룰이기에 여러 면에서 보완점도 발견됐지만 유저들을 위해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한다는 사실 만으로도 현장을 찾은 팬들은 만족감을 표현했습니다.

던전앤파이터 프리미어 리그(이하 DPL)를 총괄하는 네오플 정우순 파트장은 인터뷰 내내 ‘유저들 위한 리그’를 강조했습니다. 유저들이 없다면 리그를 만들 이유가 없었기에 무모한 도전이라 불렸던 이번 단체전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한국 리그 최초로 시도되는 단체전 모드였기에 시행착오가 많을 것이라고 이미 예상했었어요. 하지만 두렵다고 시도하지 않을 수는 없었습니다. 유저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즐길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잖아요. 만약 시행착오를 겪어 욕을 먹는 한이 있다 해도 도전해 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DPL 단체전은 던전을 깨고 보스를 잡는 시간을 측정했던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났습니다. 물론 기존의 방식도 처음 시도됐을 때 유저들이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두 시즌 이상 진행되자 같은 장면이 반복되면서 흥미요소가 사라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동시에 두 팀이 던전을 깨면서 서로 견제도 할 수 있는 대결 모드를 도입했죠. 사실 엄청난 모험이었습니다. 개발에도 시간이 많이 들었고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리그에서 일어날 수도 있거든요.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시도가 두렵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 파트장은 더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많은 유저들이 리그에 도전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면 모험을 강행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시행착오를 겪는다 해도 빠르게 수정할 준비를 한다면 도전이 의미가 없지는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희가 처음 PvE를 리그에 도입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힘들 것이라 예상했거든요. 하지만 우리 이후 다양한 다른 게임에서도 PvE를 기반으로한 리그를 진행한 것을 보고 자부심이 생기기도 했어요. 누군가는 모험을 해야 한다면 그게 네오플인 것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정 파트장은 안주할 생각은 꿈에도 없다며 단호한 의지를 밝혔습니다. 유저들에게 비판을 듣게 된다 해도 그 피드백이 결국은 리그를 더 좋게 만들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기 위해 정 파트장은 매주 제주도에서 올라오는 수고를 감수합니다.

"현장에 와야 유저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리그가 시작되면 주말 없이 일해야 하지만 유저들의 이야기를 이렇게나 자세하게 직접적으로 들을 기회가 많지 않기에 저희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시간들이거든요."

최근 개인전이 총력전으로 바뀌면서 김태환 전성시대가 활짝 열렸습니다. 정 파트장은 이런 현상을 매우 고무적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실력 좋은 선수가 장기 집권할 수 있다는 것은 리그에 정통성과 공정성이 생겼다는 방증이기 때문이었습니다.

"한 선수가 장기집권 한다는 것 자체가 캐릭터 밸런스를 떠나서 실력 있는 선수가 이기고 있다는 이야기거든요. 보는 재미도 있다는 유저들의 평가도 있었고요. 정통성은 개인전이 가져가고 재미는 단체전이 담당하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리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태환은 한국 리그뿐만 아니라 중국 리그에서도 상금을 싹쓸이 하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 리그에 출전한 김태환은 적수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던전앤파이터 선수 사상 가장 많은 상금을 획득한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네오플의 다양한 시도가 결국은 스타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이처럼 리그가 장수하게 되면 다양한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다양한 선수들이 등장하기 마련입니다. 리그에 역사가 쌓이면서 게임의 역사가 더해지고 여기에 선수들의 역사까지 추가되면서 던전앤파이터는 더욱 사랑 받는 게임이 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정 파트장은 e스포츠를 단순히 게임을 홍보하는 용도로만 보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 던전앤파이터를 즐기는 유저들은 리그도 하나의 콘텐츠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던전을 즐기고 결투장을 즐기듯 리그 역시 게임의 한 부분이 된 것이죠.

"유저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는데 리그만한 콘텐츠가 없어요. 특히 현장을 찾아 주시는 유저들에게 파격적인 선물을 제공하는 것 역시 감사함의 표현입니다. 리그가 진행되는 동안 던전앤파이터 유저들은 여름 축제를 즐길 수 있는 것이죠. 그렇게 유저와 함께 키워가는 리그로 만들고 싶어요."

이처럼 네오플이 리그에 다양한 투자를 할 수 있는 것은 개발팀과 협업이 잘 이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리그에서 룰 하나를 바꾸게 되면 개발팀에서는 손 봐야 할 것들이 한 두 개가 아닙니다. 개발팀에서 리그에 대한 이해도와 애정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개발팀에서 정말 바쁜 와중에도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셨어요. 사실 하나, 하나 바꿔달라고 말하기 어려울 때도 있는데 개발팀 역시 리그의 중요도를 알고 있기에 원활하게 일을 진행할 수가 있습니다. 그 점 때문에 리그가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지속될 수 있는 것 같아요."

다양한 변화와 새로운 무기로 무장한 던전앤파이터 프리미어 리그. 안주하지 않는 네오플의 도전정신이 있었기에 장수하는 국산 종목 e스포츠로 평가 받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유저들과 함께 호흡하는 리그로 거듭날 것입니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