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프로게이머 중에 언변이 뛰어난 선수는 많지 않은 편입니다. 대답을 미리 준비해도 막상 인터뷰가 진행되면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김동하는 경기가 끝난 뒤 진행되는 MVP 인터뷰에서 나오는 갑작스러운 질문에도 막힘없이 대답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1일 킹존 드래곤X와의 경기에서 2세트 MVP에 선정된 김동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5연패를 했을 때 힘들어하기도 했고 분위기도 조금씩은 쳐졌었는데 이렇게 반등의 기회가 온 만큼 마무리까지 잘 지어서 마지막에 웃는 자가 진짜 웃는 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막힘없이 각오를 밝혀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냈습니다.
"인터뷰를 미리 준비하냐는 질문을 받아본 적도 있지만 따로 준비해온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지금 제가 인터뷰를 잘할 수 있는 건 학교에서 독서를 많이 한 덕인 것 같아요. 교과서로 공부하는 것보다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거든요. 많은 책을 접하다 보니 어려운 단어들도 많이 알게 됐고 말하는 능력도 자연스럽게 늘어난 것 같아요"
김동하의 뛰어난 인터뷰 실력이 팬들에게 알려진 것은 자주 MVP에 선정된 것도 한몫했습니다. 김동하는 이번 시즌 MVP 포인트 500점으로 '페이커' 이상혁, '클리드' 김태민과 함께 팀 내 공동 1위를 달리고 있고 LCK에서 공동 7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개인적으로 MVP 포인트를 팀에서 누가 받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시즌이 끝났을 때 MVP 순위보다는 팀 성적과 함께 그 시즌에 어떤 경기력을 선보였는지가 중요하니까요. 시즌 초반의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으니 끝까지 긴장감 놓지 않고 경기력을 이어가야죠"
김동하가 속한 SK텔레콤은 9연승을 달리며 10승 5패로 LCK 1위로 올라섰지만 샌드박스 게이밍과 담원 게이밍, 젠지 e스포츠도 10승 5패로 동률을 기록하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화생명e스포츠와 담원 게이밍, 샌드박스 게이밍과의 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김동하는 견제 1순위로 '너구리' 장하권이 속한 담원을 꼽았습니다.
"담원이 가장 견제되는 팀이에요. 특히 장하권 선수의 폼이 정말 뛰어난 것 같은데 제가 1라운드 때 담원과의 경기에서 장하권 선수를 상대로 잘했던 것으로 기억하거든요. 장하권 선수가 잘하면 잘할수록 저도 덩달아 실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 같아서 더 잘해줬으면 좋겠네요. 그렇게 둘의 폼이 올라왔을 때 제가 이기는 게 최고의 시나리오죠"
1승 1패로 플레이오프 진출 여부가 가려질 수 있는 치열한 대치 상황 속에서 김동하의 목표는 자력으로 월드 챔피언십 진출을 확정 짓는 것입니다. SK텔레콤은 결승전에 진출만 하더라도 포인트로 월드 챔피언십에 직행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5연패 이후 연승을 이어오면서 중요하지 않은 경기가 없었고 앞으로 남은 경기도 마찬가지죠. 한 번이라도 삐끗하면 플레이오프 진출이 멀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절대로 안심하지 않고 자력으로 월드 챔피언십 진출을 확정 짓고 싶어요. 어떤 팀이 이기거나 패하길 기도하는 상황만은 안 왔으면 좋겠네요"
김동하는 "성적이 저조할 때 함께 힘들었겠지만 응원해준 팬들 덕분에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인터뷰를 마치며 팬들에게 책 한 권을 추천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배워가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라는 책을 팬들이 읽어봤으면 좋겠어요. 사회와 경제, 정치, 역사, 과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로 지식의 스펙트럼을 함께 넓혀가는 느낌을 공유했으면 좋겠습니다"
구남인 기자 ni041372@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