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여기 조금은 독특한 기업이 있습니다. 모두가 수익성을 외치고 있을 때 홀로 마케팅 활용에 적극적인 기업이 등장했습니다. 다른 기업들과는 다소 다른 방향으로 e스포츠에 접근하고 있지만 그렇기에 더욱 팬들에게 진심으로, 진정성으로 다가가기 위해 e스포츠를 생각하고 고민하는 곳은 보수적인 기업 문화에서도 더욱 보수적인 금융업, 바로 한화생명입니다.
금융업은 굉장히 보수적인 곳입니다. 게다가 보험사의 경우에는 더욱 보수적인 곳이기에 e스포츠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금융 상품을 팔아야 이윤을 남기는 금융업에서 e스포츠에 도대체 어떤 마케팅적인 도움을 받고 있는지도 궁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화생명e스포츠 김상호 사무국장은 이같은 의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보수적인 금융 기업으로서, e스포츠라는 새로운 산업과 팬층과의 접점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미래 가치가 결코 작지는 않다고 말입니다.
◆파격적인 행보, e스포츠에 새로운 트렌드 만들다
한화생명e스포츠의 행보는 그야말로 파격적입니다. 지난 해 창단한 기업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공격적이고 적극적입니다. e스포츠에 진입한 뒤 소위 말하는 간(?) 보는 기간이라고는 아예 찾아볼 수 없습니다. 기존 기업들조차도 하지 못했던 적극적인 투자로 e스포츠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e스포츠 트레이닝 센터 캠프원 개장입니다. 지난 5월 30일 정식 개장한 이 캠프원은 보다 건강한 e스포츠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기반 시설을 구축하기 위해 기획됐죠. 이 캠프원에는 프로 e스포츠 선수로서의 동기 부여와 경기력 향상을 목표로 선수들의 신체적, 정신적 훈련은 물론 프로게이머로서의 소양을 함양할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실 한 기업이 팀을 창단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와도 e스포츠 팬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습니다. 그 기업이 얼마나 오래 e스포츠에 투자할지, 과연 어떤 진정성을 가지고 e스포츠를 대할지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죠.
적어도 한화생명은 창단한 지 일년 만에 e스포츠 팬들의 마음을 얻는데 성공했습니다. 진정성을 가지고 e스포츠에 적극 투자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화생명 김상호 사무국장이 "우리의 진심을 의심하지 말아달라"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말입니다.
"진심이 중요하다는 것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어요. 특히 e스포츠 팬들에게는 상처도 많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신경을 가장 많이 썼습니다. 우리가 e스포츠를 허투루 보지 않고 있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어요. 이번 캠프원 오픈으로 팬들이 우리를 보는 시선이 조금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카트라이더로 투자 영역 넓인 한화생명
한화생명의 진정성은 카트라이더로 투자를 확대하면서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한화생명은 카트라이더 최고의 선수인 문호준 팀을 네이밍 스폰하면서 종목 확장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네이밍 스폰을 선택한 것은 여러 이유가 있어요.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내부적으로 e스포츠 산업과 한화생명을 연결하려면 팀 창단이라는 방식 외에, 새로운 방식으로 구단을 활용할 수 있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카트라이더 최고의 선수인 문호준을 선택한 것은 신의 한 수였죠. 카트라이더 팬들은 한화생명을 외치며 문호준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와는 즐기는 연령층이 매우 다르기에 한화생명 입장에서는 어린 연령층을 자연스럽게 흡수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가 20대와 30대에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면 카트라이더는 10대와 20대 초반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어요. 이를 통해 젊은 연령층을 고루 아우르는 최고의 마케팅 툴을 확보한 셈이죠. 개인적으로는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매번 문호준을 보기 위해 몰려드는 수많은 관중들을 보면서 김 사무국장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문호준이 입고 있는 한화생명 유니폼을 통해 조금은 보수적이고 올드해 보일 수 있는 한화생명이라는 이미지가 좀더 역동적이고 열정적이고 젊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글로벌에 기반을 둔 한화생명과 e스포츠
이제 1년 남짓 된 한화생명이 이처럼 e스포츠에 적극 투자할 수 있었던 이유는 e스포츠가 만들 수 있는 마케팅 효과를 어느 정도 체감했기 때문입니다. 시장 진출의 어려움을 e스포츠가 조금 더 쉽게 풀어줄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것이죠.
"금융업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무척 보수적인 시장이에요. 외국 기업이 파고들기에는 쉽지 않은 시장이죠. 이름 하나 알리는데 적게는 수십억, 많게는 수백억의 마케팅 비용을 투자해야 하기도 해요. 하지만 그 금액을 투자한다고 해서 다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요."
보수적인 베트남 금융 시장에서 한화생명은 e스포츠 하나로 높은 진입 장벽이 무너지는 것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한화생명은 2018년 베트남에서 "HLE 글로벌 챌린지"라는 대회 형식의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통해 젊은 층들에게 어필했고 베트남 금융 시장에서 자신들의 이름을 알리는데 성공했습니다.
"베트남이 2018년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독립 지역으로 승격됐고 유럽이나 북미 지역보다 높은 유저 수를 기록할 정도로 숨은 잠재력이 기대되는 나라였죠. 게다가 한화생명이 베트남 법인을 설립한 상황이었고요. 서로에게 시너지가 날 수 있는 기획이라고 생각했습니다."
HLE 글로벌 챌린지는 베트남 현지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당시 이 대회에서 준우승한 선수가 베트남 프로팀에 영입되는 등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더불어 한화생명이라는 이름이 베트남 젊은이들에게 회자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마케팅 비용 수백억을 들여도 힘든 결과라는 것이 김 사무국장의 이야기였습니다.
"우선 한국 기업 중 최초로 시도된 것이었기에 더욱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또한 진입하기 힘든 시장에 e스포츠라는 매개체로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 좋았던 것 같고요. 아마도 우리가 글로벌에 기점을 둔 기업이기에 e스포츠의 힘을 다른 기업보다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e스포츠의 힘을 체험한 한화생명은 이후 더욱 파격적이고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죠. 그리고 앞으로도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화생명이 앞으로 또 어떤 최초의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해 지기도 하고요.
◆최초의, 최고의 한화생명e스포츠
이제 시작단계에서 막 벗어난 한화생명e스포츠. 이번 시즌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이 승강전으로 떨어지면서 혹독한 시련을 맞이하기도 했죠. 하지만 한화생명이 추구하는 최초의, 최고의 팀을 만들기 위한 시행착오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더 깊은 고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임에는 분명합니다.
"모든 게임단의 궁극적인 목표는 ‘퍼스트’가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게 최고이든, 최초이든 상관없겠죠. 한화생명이 e스포츠에서 최초로 시도하는 것이 많은 게임단이기를 바라는 것이 첫번째 목표입니다. 그리고 최고의 팀이 되는 것이 최종 목표겠죠.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지만 최대한 노력하려고 합니다."
이제 창단한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게임단이기에 많은 비난과 비판보다는 응원의 목소리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화생명이 지금까지 e스포츠 시장에서 보인 행보는 진심과 진정성이 듬뿍 담겨있기 때문이죠. e스포츠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한화생명의 행보에 지금은 박수를 쳐줄 시간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우리를 계기로 더 많은 금융 기업이 나아가서는 더 많은 기업들이 e스포츠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시장이 커지는 것은 좋은 일이잖아요. 한화생명이 e스포츠 문화를 이끌고 산업을 이끄는 선두주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