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방송에서 은퇴를 선언했다가 다시 돌아온 '익수' 전익수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복귀를 결정하고 나서도 그는 자신이 다시 LCK 무대에 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는 챌린저스부터 승강전을 거쳐 당당하게 LCK에 입성했습니다. 그것도 승강전에서 엄청난 실력을 보여주면서 말입니다.
승강전에서 한화생명e스포츠, 진에어 그린윙스 등 LCK에서 뛰었던 팀들을 연달아 격파하며 2020년 LCK 스프링에 이름을 올린 APK 프린스. 팀의 중심을 굳건하게 잡아준 '익수' 전익수는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았습니다.
"7월에 동료들과 우리가 승격할 확률이 얼마나 될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죠. 그때 제 대답이 0.1% 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대답했어요. LCK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실력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현재 우리의 상황으로는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죠."
0.1%의 가능성을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100%로 바꿀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전익수는 동료들의 열정과 함께 스스로의 플레이 스타일을 확 바꿨기에 가능했다고 고백했습니다.
"동료들 모두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미친듯이 노력했어요. 그러다가 한 선수가 게임을 하면서 울더라고요. 마음처럼 잘 되지 않아 속상했다며 눈물로 고백하는 친구를 보며 승강전에서 꼭 이기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했어요. 그들의 간절한 바람을 꼭 이뤄주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게임을 풀어가는 방식을 확 바꿨어요.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동료들과 팀을 우선 믿어보자고 생각했고 최대한 의견을 나누며 팀을 위한 플레이를 하기 위해 변화를 줬죠."
지금까지 해온 것이 있었기에 쉽게 바뀔 수는 없었겠지만 전익수는 팀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 놓았습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팀에 맞춰 연습하면서 폼이 쑥쑥 상승함을 느낄 수 있었죠. 그는 승강전에서 엄청난 캐리를 선보이며 팀을 결국 LCK에 입성시켰습니다.
"사실 제가 개인방송에서 은퇴를 이야기했던 것은 더이상 프로게이머로서 답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실력도 실력이지만 성격 자체가 프로답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고집이 세고 동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하지 못하더라고요. 팀에서 제안이 들어왔지만 다 고사했죠. 이대로 다른 팀에 간다한들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할 것 같았어요.
하지만 많은 경험들을 통해 나를 내려놓는 법을 배울 수 있었어요. 그때는 절대로 제 고집을 꺾거나 나를 내려놓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어가는지 배운 것 같아요. 정말 다행이죠."
그에게는 '철새'라는, 어떻게 보면 좋지 않은 별명이 따라다닙니다. 한 곳에 정착하지 못했고 그래서 팀을 자주 옮겼죠. 처음에는 그것이 부정적인 결과를 가지고 왔다고 생각했는데 APK에 있으면서 '철새'였기에 전익수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사람들과 어떻게 어울리는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지 배웠어요. 만약 다양한 팀에 갖 못했다면 배우기 어려웠을 것 같아요. 그 덕에 LCK 무대에 다시 설 수 있었던 것 아닐까요? 단점도 장점으로 승화시킬 수 있게 만드는 것은 결국 스스로의 노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승강전에서 전익수가 보여준 플레이는 팬들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잘 등장하지 않는 챔피언을 선보여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플레이를 선보이는 등 '익수 스타일'을 제대로 보여줬죠.
"개인적으로는 LCK에서 '칸' 김동하 선수가 가장 잘한다는 생각이 들어 플레이를 꼼꼼하게 챙겨봤어요. 사실 승강전에서 했던 플레이 중 몇 개는 김동하 선수 스타일을 그대로 흡수한 것들이 많습니다. 저랑 스타일이 잘 맞기도 해서 많이 참고하고 있습니다. 마음씨도 착한데 게임도 잘하니 정말 부러워요(웃음)."
LCK 상위권 팀들은 대부분 쟁쟁한 톱 라이너들을 보유하고 있기에 전익수는 아직도 스스로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익수는 LCK에서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색다른 챔피언 활용을 보여주며 본인만의 색깔을 발전시켜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그의 플레이가 LCK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함께 전했습니다.
"아직 어떤 목표를 세우지 않았어요. 지금은 그저 설렘으로 가득합니다. 쟁쟁한 선수들과 한 무대에서 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분이 정말 좋네요. 그들과 겨뤘을 때 적어도 허무하게 무너지지는 않도록 지금부터 열심히 내공을 쌓겠습니다. 앞으로 저를 비롯해 저희 팀 많이 응원해 주세요."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