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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 릴레이 인터뷰] '황제' 문호준의 고민, 책임감 그리고 도전

[카트 릴레이 인터뷰] '황제' 문호준의 고민, 책임감 그리고 도전
스타크래프트에는 임요환이 있고 리그 오브 레전드에는 '페이커' 이상혁이 있고 피파온라인에서는 김정민이 있습니다. 한 종목에서 '황제'라는 호칭을 붙이는데 부족함이 없는 선수 말입니다. 그리고 카트라이더에는 '황제'라는 수식어를 넘어 카트라이더 그 자체라고 불리는 선수, 문호준이 존재합니다.

2006년 데뷔한 이래 14년 동안 여전히 최강자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문호준은 e스포츠 역사에서 가장 오랜 기간 최정상에 있는 선수이자 유일하게 V11을 달성한 유일무이한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카트라이더 리그가 역주행을 시작하면서 문호준의 위상은 이전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미 최고의 선수이자 e스포츠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것도 모자라 엄청난 팬들을 몰고 다니는 '슈퍼스타'가 된 것이죠. 그를 보기 위해 팬들은 경기가 열리는 전날부터 넥슨 아레나에서 밤을 샐 정도로 그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마냥 즐겁기만 할 것 같은 상황이지만, 문호준의 표정이 그리 밝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14년 동안 최강자 자리에 있는 그에게도 말 못할 고민이 있어 보였습니다. 그리고 조금은 지쳐 보이기도 했고요.

즐겁기만 했던 지난 박인수와의 릴레이 인터뷰와는 달리 이번 릴레이 인터뷰는 다소 무거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14년 동안 최고의 자리를 지켜야 했던 한 선수의 이야기가 언제나 즐거울 수만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과연 문호준 마음 속에 있는 고민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무엇이 그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것일까요? 프로게이머 나이로는 이미 환갑이 지난 문호준을 만나 그동안 들을 수 없었던 그의 속 깊은 이야기를 들어 봤습니다.

DES=우선 독자 여러분들께 인사 부탁 드려요.

문호준=안녕하세요. 스틸에잇 소속이자 한화생명e스포츠 유니폼을 입고 열심히 뛰고 있는 문호준입니다. 인터뷰를 통해 오랜만에 독자 여러분들을 만나는 것 같아요.

DES=최근 스케줄이 살인적이더라고요. 인터뷰 시간도 간신히 잡았어요. 주변에서 '슈퍼스타'라 인터뷰 잡기 어려울 거라는 말도 하더라고요(웃음).

문호준=저도 태어나서 이렇게 바빴던 적이 있나 싶어요. 물론 어렸을 때도 바쁘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아무래도 개인방송을 같이 하다 보니 리그가 없어도 스케줄이 꽉 차있을 때가 많아요.

DES=우선 릴레이 인터뷰에서 박인수 선수가 다음 타자로 문호준 선수를 지목했어요. 박인수가 한 질문은 '그동안 문호준에게 숱한 라이벌들이 있었는데 지금의 라이벌인 박인수는 문호준에게 어떤 라이벌로 기억되는지 궁금하다'고 했어요.

문호준=굉장히 심오한 질문을 했네요. 사실 라이벌 구도를 만드는 성격은 아니었는데 가만히 있어도 주변에서 저에게 항상 라이벌을 만들어 주더라고요. 사실 지금 라이벌 구도가 제일 재미있기는 해요. 그만큼 카트라이더를 좋아해 주시는 팬들이 더 많아지고 재미있게 보기 때문인 듯 해요. 최근 (박)인수의 인기도 높아졌기 때문인지 제 팬덤과 (박)인수 팬덤이 부딪히는 일도 꽤 있고요. 지금의 라이벌 구도가 가장 열기가 뜨겁지 않나 생각합니다.

아마도 최연소 라이벌인 것 같은데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사실 어린 선수들이 언제 치고 올라오나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제 나이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데뷔한 지 워낙 오래돼서 사람들이 제 나이를 잘 모르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인수랑 한 살 차이밖에 안나요(웃음). 물론 게이머 나이로면 저는 할아버지고 인수는 고등학생 정도 되겠지만요.

너무 고마운 것이 제가 그래도 아직까지 정상에 있을 때 박인수라는 선수가 올라와줘서 카트라이더가 가장 뜨거운 시간에 라이벌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즐겁고 행복하네요. 너무 행복한 것 같습니다.

DES=오랜 기간 선수 생활을 해서 그런지 라이벌이 참 많았어요.

문호준=우선 라이벌들이 게임을 빨리 안 접네요(웃음). 문호준과 유영혁, 전대웅이라는 이름이 아직도 리그에서 보고 들리잖아요. 제 입장에서는 좋아요. 반갑고 뭔가 역사를 함께 한 사람들이라 그런지 계속 같이 했으면 좋을 것 같다는 마음도 있고요.

DES=최근 카트라이더 리그가 인기를 얻고 있고 문호준 역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잖아요. 행복하기도 하지만 스케줄이나 육체적, 정신적으로는 정말 힘들 것 같아요.

문호준=스케줄이 힘들어서 힘들다는 느낌은 들지 않아요. 사실 가장 힘든 것은 제가 너무 오래 게임을 해왔다는 거죠. 카트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초등학교 시절 카트 신동인 문호준은 알잖아요. 꼬맹이 초등학생이 아직까지 게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신기해 하는 분들이 많을 정도로 제가 오래하긴 했죠.

그래서인지 사실 요즘은 많이 힘들어요. 프로게이머에게는 절대 나이보다는 지금까지 몇 년을 게이머 생활을 해왔는지 보는 상대적인 나이가 더 중요하거든요. 사실 쉬고 싶기도 해요. 리그를 하면 정말 힘들거든요.

하지만 카트라이더가 있기에 제가 있었잖아요. 지금 조금 힘들다고,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상황이라고 떠나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왕 인기가 높아진 김에 더 높아지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가끔 주변에서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도 하지만 이미 정도 너무 많이 들었고 지난 시즌 팀전에서 우승을 하지 못했기에 리그를 더 뛰고 싶다는 욕심도 생기더라고요. 사실 양대 우승을 하면 다 해먹는다고 욕먹고, 하나라도 우승을 놓치면 못한다고 욕 먹는 지금의 상황이 힘들긴 해요. 하지만 팬드은 크리에이터 문호준보다는 아직은 프로게이머 문호준을 더 좋아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를 응원해 주는 팬들이 있어서 힘든 일들을 다 견디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DES=그래도 최근 실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를 많이 듣잖아요. 그 부분이 스트레스 일 것 같기도 해요.

문호준=부담이라기 보다는 예전에는 경기 결과에 연연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연연하기 시작했어요. 사실 프로게이머 나이로는 거의 할아버지 급인데 이제 막 20대가 된 친구들에 비하면 실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죠.

하지만 경기 결과가 좋지 않아서 은퇴를 하기는 싫어요. 정말 스트레스 받을 것 같아요. 이번 시즌 다시 신예들과 팀을 꾸려 리그에 참여하는 것이 저에게는 새로운 도전입니다. 부담감을 떨치기 위해 더 노력해야죠.
[카트 릴레이 인터뷰] '황제' 문호준의 고민, 책임감 그리고 도전


DES=사실 팬들이나 저 역시 정말 궁금한 것이 있어요. 문호준은 카트라이더를 왜 이렇게 잘하는 건가요(웃음)?

문호준=가장 큰 무기는 어린 나이에 시작했다는 거죠. 카트라이더 게이머를 열 살 때 시작했거든요. 카트라이더만 14년 째 하고 있는데 이제 겨우 24살이잖아요. 어렸을 때 시작한 것이 가장 큰 매리트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재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부인하지는 않겠습니다(웃음). 하지만 재능이라는 말을 예전에는 정말 싫어했어요. 다들 제가 타고난 재능으로만 게임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정말 많이 노력했거든요.

아직은 친구들과 뛰어 노는 것이 좋을 때인 열살 때부터 하루에 적게는 8시간에서 많게는 12시간씩 게임을 했거든요. 초반에는 정말 재미있었죠. 밥 먹을 때도 화장실 갈 때도 카트라이더 생각만 했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었어요. 그래도 노력을 해야 했죠. 아직은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렇게 꾸준히 몇 시간을 연습해서 얻은 결과이기 때문에 재능이라고만 이야기 하면 서운해요.

하지만 확실한 것은 노력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죠. 어느 정도 재능이 필요하다는 것을 최근에 깨닫고 있긴 해요. 저에게는 재능이 있었던 것도 알았고요. 거기에 노력이 더해지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DES=최근 느낀 것인데 요즘 많이 힘들어 보여요. 책임감도 많이 생긴 것 같고 카트라이더 리그를 짊어지고 있는 느낌마저 들거든요.

문호준=안 힘들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갑자기 카트라이더가 인기가 많아지고 제 인기도 많아지면서 더 많은 것들을 해야 하고 더 나은 성적을 보여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들어요. 이 전에도 없었던 책임감은 아니었는데 최근 들어서 더 무거워진 거죠. 쉬고 싶을 때도 있는데 항상 앞에 해야 할 일이 놓여져 있어요. 그것을 무시할 수가 없는 현 상황이 조금은 버거울 때도 있어요.

하지만 이것 역시 많은 사랑을 받는 제가 당연히 짊어져야 할 것들이라 생각해요. 카트라이더 리그가 저에게 해준 것이 정말 많잖아요. 이 모든 것들이 저 혼자 이뤄놓은 것이 아니기에 혜택을 받고 있는 제가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DES=¬한화생명e스포츠에 네이밍 스폰을 받게 됐잖아요. 카트라이더 리그 최초로 대기업 스폰을 받는 팀이 된건데 기분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문호준=카트라이더 리그에 대기업이 들어오게 된다면 그 앞에 당연히 제 이름이 있어야죠. 그게 문호준이고 그게 제 자존심이에요. 물론 책임도 따르고 힘든 일도 더 많겠지만 첫 대기업 스폰을 이끈 선수는 문호준이어야죠. 욕심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무게를 견딜 사람이 필요하고 그게 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후배들에게 언젠가는 넘겨 줘야 할 무게라고 생각해요.

DES=지금의 꿈은 단순히 양대 우승 같은 것이 아니겠네요.


문호준=물론 지금 신예들과 함께 우승하고 싶은 간절한 소망은 있어요. 하지만 그런 꿈만 꾸고 있다면 부족하죠. 지금 가장 큰 목표는 카트라이더 리그가 더 커지고 후배들이 카트라이더 프로게이머를 하면서 잘 먹고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많은 혜택을 누렸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후배들이 그 혜택을 누릴 때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선봉장에 서서 길을 잘 닦고 싶어요. 10년 후에 선수들이 '문호준 선배 덕분에 우리가 편하게 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면 정말 좋겠어요.

DES=현존 최강은 박인수라는 평가가 많아요. 아직 엔진에 적응하지 못해서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해요?

문호준=아직 누가 최강이라는 말을 하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해요. 최강이라면 적어도 아무도 이길 수 없는 포스가 있어야죠. 게다가 엔진 적응이라면 저보다 더 많이 한 사람이 있을까요(웃음)? 엔진 적응이 안 돼서라기 보다는 그냥 지난 시즌 그런 결과가 나왔기 때문인 것 같아요. 하지만 결국 개인전에서 제가 우승했잖아요. 대회란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온라인에서, 예선에서 어떤 성적이 나왔고 어떤 모습을 보여줬느냐도 중요하지만 결과가 가장 중요한 것이 스포츠에요. 결국 우리는 스포츠에 종사하는 사람들이고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DES=항상 전날 와서 문호준의 경기를 보기 위해 기다려 주는 팬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문호준=14년 동안, 한 게임을, 정상의 자리에서 계속 하려면 팬들의 응원 없이는 불가능해요. 아마도 다들 인정하실 거에요. 가식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로 팬들이 없었다면 아마 진작 힘들어서 그만 뒀을 거에요. 지금도 함께 해주는 팬들이 있기에 이렇게 좋은 성적 내면서 즐겁게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말 감사 드리고 앞으로도 저를 비롯해 카트라이더 리그에도 많은 사랑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DES=릴레이 인터뷰 다음 주자는 누구를 지목할 예정인가요?

문호준=옛 정이 있어서 그런지 유영혁 선수를 지목하고 싶네요. 나를 떠나서 행복한지 진지하게 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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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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