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최근 새로운 PC 기기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긱스타가 운영하는 게임단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놀라운 사실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긱스타는 네이밍 스폰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이고 실질적으로 게임단을 운영하는 기업은 따로 있었습니다.
이클립스라는 게임단을 운영하고 있는 회사와 구단주를 만나보고 나니 더욱 놀라웠습니다. 꾸준히 아마추어 리그를 자체적으로 개최하면서 풀뿌리 e스포츠를 활성화 하는데 큰 도움을 준 오즈 PC방 이개성 대표가 그 주인공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팬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선수들과 게임사, e스포츠 업계에서 이개성 대표는 꽤나 알려진 사람입니다. 아마추어 선수들에게는 항상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던 고마운 사람으로, e스포츠 업계에서는 꾸준히 아마추어 리그를 열어 선수 발굴에 도움을 준 사람으로 기억됩니다.
아직은 젊은 나이지만 그만의 독특한 마케팅 전략과 따뜻한 마음씨로 e스포츠 업계에 잔잔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오즈 PC방 대표이자 이클립스 구단주 이개성 대표를 만나 시간가는 줄 모르고 e스포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임요환-최연성 팬이었죠"
그에게 e스포츠는 익숙한 단어입니다. 스타크래프트로 PC방 붐이 일었던 문화를 그대로 경험하고 자란 세대이기 때문입니다. 그 역시 스타크래프트를 즐겨 했고 임요환과 최연성의 플레이를 따라하던 e스포츠 팬이었습니다.
대한민국 1위 기업인 S전자 엔지니어로 근무했던 그가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PC방 사업에 뛰어 든 것도 그때의 추억이 즐거움으로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이개성 대표는 레드 오션이라던 PC방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PC방 문화를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다른 PC방과는 차별된 소프트웨어가 있기를 바랐죠. 그때 e스포츠가 생각이 났어요. 다양한 아마추어 리그를 개최해서 게임 이용자들에게 새롭게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주면 차별화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해서 아마추어 e스포츠 리그를 열게 됐어요."
그냥 이벤트성으로 한 번 개최했다면 오즈 PC방 역시 다른 PC방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대표는 꾸준한 대회 개최로 진정성 있는 마케팅을 보여줬고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e스포츠 팬으로서 풀뿌리 e스포츠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죠. 사실 그런 거창한 이유로 시작한 리그는 아니지만 지금은 사명감을 갖게 됐어요.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프로로 가는 꿈을 꿀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을 것 같아요."
◆오즈 PC방으로 시작된 e스포츠와의 인연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를 개최하던 PC방 대표가 어떻게 게임단을 운영하는 게임단주가 됐을까요? 카트라이더 프로게이머인 권순민과 정승민과의 인연이, 그가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상상해 본 적도 없는 게임단 운영이라는 일을 시작한 계기였습니다.
"WeSL가 한창 열리고 있을 때였어요. 카트라이더 게이머라며 두 선수가 저를 찾아와서 '저희를 좀 도와주실 수 있냐'고 물어 왔어요. 유니폼과 대회 전날 강남 근처에서 묵을 수 있도록 숙식비 정도를 지원해 줄 수 있는지 간곡하게 부탁하더라고요. 두 선수의 용기가 기특하기도 했고 큰 비용이 드는 것이 아니었기에 흔쾌히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그렇게 권순민과 정승민과 맺은 인연으로 이개성 대표는 게임단에 입문(?)했습니다. 사실 선수들의 부탁을 정중하게 거절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의 따뜻한 성품과 선수들의 꿈을 존중하는 마음이 합쳐지면서 '오즈 판타스틱'이라는 카트라이더 게임단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죠.
오버워치 팀과의 인연은 '1톤 트럭'으로 시작했습니다. 아마추어 대회를 통해 친분을 맺었던 EXL이라는 오버워치 팀이 이 대표를 찾아 온 것입니다. 그들은 먹을 것이 부족하다며 식음료 정도의 후원이 가능하냐는 부탁을 했다고 합니다.
"PC방 사업을 하면서 식음료 후원은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니었기에 부탁을 받은 날 1톤 트럭에 음료수를 가득 채워 숙소로 보냈죠. 숙소에 가보고 난 뒤 너무나 열악하게 생활하고 있는 선수들을 보면서 마음이 좋지 않았어요."
계속 그들의 모습이 마음에 걸렸던 이 대표는 결국 오버워치 팀 후원을 결정했습니다. 현재 이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카트라이더와 오버워치 팀 모두 그의 '짠'한 마음이 인연이 돼 탄생하게 된 것이죠.
◆고마운 긱스타와의 인연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습니다. 사비를 털어가며 선수들을 돕던 이개성 대표에게 긱스타라는 산타가 등장합니다. '긱스타'라는 브랜드를 런칭하며 마케팅에 고민이 많던 세컨드 찬스 대표와 마음이 맞은 것이죠.
"사실 저도 반신반의 했어요. 게임단 네이밍 스폰이 얼마나 마케팅에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였거든요. 그런데 생각보다 반응이 뜨거웠는지 세컨드 찬스에서 연간으로 네이밍 스폰 계약을 맺자는 제안을 해주셨어요. 너무나 감사했죠."
긱스타 네이밍 후원 덕분에 이개성 대표는 선수들에게 좀더 나은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었다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강남역 오즈 PC방 근처에 연습실을 마련하면서 선수들은 마음 편하게 게임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최근 팀에 합류한 카트라이더 전대웅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힘들게 일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이개성 대표는 전대웅 영입에 힘을 썼고 결국 이번 시즌 전대웅은 긱스타 유니폼을 입고 화려한 복귀를 신고했죠.
"팀전은 아직까지 팀워크가 부족했기에 크게 기대하지 않았어요. 다만 전대웅 선수가 모든 악조건을 극복하고 개인전에서 승승장구 하고 있으니 뿌듯하죠. 사실 전대웅 선수를 데려오는데 힘들었거든요(웃음)."
한 시즌 전부터 전대웅에게 구애 작전을 펼쳤던 이 대표. 좋은 리더와 좋은 팀을 만난다면 분명히 더 나은 선수로 커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기에 전대웅과 꼭 인연을 맺고 싶었다고 밝힌 이 대표의 마음은 진심이었습니다.
"지금도 정말 잘됐으면 좋겠어요. 왠지 다음 시즌에는 더 잘할 것 같기도 하고요.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게임에 몰두할 수 있도록 좋은 환경을 제공해 주는 것이 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수들이 만족할만한 수준인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나아지는 게임단으로 만들고 싶어요."
◆이개성 대표가 꿈꾸는 e스포츠 세상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선수들 모두가 행복한 것은 아닙니다. 아직도 열악한 환경에서 프로게임단에 입단하는 꿈을 가지고 노력하는 선수들이 많습니다. 그들 모두를 이 대표가 구제할 수는 없겠지만 그들에게 최소한의 꿈을 꿀 기회를 주는 것이 또한 그의 사명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지금 그는 오즈 PC방 사업에 더욱 몰두하고 있습니다. 일반 커피숍에서도 잘 사용하지 않는, 최고의 바리스타가 로스팅하는 커피를 판매하면서 다른 PC방과의 차별을 위해 애쓰는 것도 그것이 자신이 지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언제까지 게임단을 운영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들에게 꿈꿀 기회를 주려면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겠죠. 그래야 제가 게임단을 운영할 원동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잖아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해보고 싶어요. 그 친구들의 꿈을 지켜줄 능력이 있을 때까지요."
아카데미 사업까지 병행하고 있는 그는 최근 독특한 경험을 했다고 합니다. 집에서 가족들과 문제가 있었던 친구가 아카데미에 다니고 나서부터 가족들과 더 좋은 관계를 맺게 됐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다고 합니다.
"저희 아카데미 1호 원생이에요. 사춘기에 들어오면서 집에서 가족들과의 관계가 원활하지 못했는데 누나가 아카데미로 데려와서 '아이의 스트레스를 풀어달라'고 말했어요. 그래서 아카데미에서 열심히 게임을 가르쳤죠. 그 덕분인지 지금은 가족들과 원만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오히려 부모님의 만족도가 더 높아요. 게임은 잘 활용하면 아이들의 심리를 치료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임, e스포츠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관심으로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이개성 대표. 그들이 가진 꿈들이 모일 때 한국 e스포츠 기반이 더욱 탄탄해 지는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게 이개성 대표의 꿈이 하나, 둘 이뤄지기를 바라봅니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