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스럽게 전대웅의 입에서 나온 이름은 아프리카 프릭스 강석인이었습니다. 전대웅과 긴 시간 함께 팀을 해왔고 친분이 두터운 강석인이었기에 오히려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다며 멋쩍은 듯 웃었습니다.
하지만 누구보다 진지하게 전대웅은 "형이 경기를 하거나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모두 내가 얼마나 보고 싶은지 궁금하다"는 다소 엉뚱한 질문을 내놓았습니다. 엉뚱하지만 그만큼 강석인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문호준과 오랜 시간 함께 팀을 이뤘고 이번 시즌 유영혁과 팀을 결성하는 모험을 감행하면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던 강석인. 카트라이더 리그 외모 순위 TOP3로 더 유명하지만 스피드전 우승자 출신에 아이템전 에이스로 꼽히는 등 다재다능한 재능까지 지닌 강석인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 봤습니다.
DES=경기 인터뷰가 아닌 개인 인터뷰는 처음인 것 같은데 팬들에게 인사 부탁 드려요.
강석인=이렇게 온전히 제 이야기만 하는 것은 처음인 것 같아요. 카트라이더 리그가 인기를 얻으니 이런 기회도 생기고 좋네요. 최근에 많이 힘들었는데 이런 기회를 통해 팬들과 만나면서 힘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카트라이더 프로게이머 강석인 입니다.
DES=우선 단도직입적으로 전대웅 선수 질문부터 물어불게요. 전대웅 선수가 얼마나 보고 싶은가요(웃음)?
강석인=첫 질문부터 빵터지네요. 그런데 (전)대웅이가 어떤 마음으로 물어봤는지 알 것 같아요. 아마도 제가 지금 얼마나 힘든지 알아서 그런 질문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농담 1%도 안보태고 진지하게 말하자면 정말 보고 싶습니다. 우선 인게임적으로 절실하게 보고 싶어요. 팀워크를 새롭게 맞추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인지 정말 몰랐거든요.
특히 아이템전에서 많이 보고 싶어요. 예전에 (전)대웅이와 경기를 할 때 제가 시키는 대로 정말 열심히 해줬거든요. 그 덕에 힘든 줄 모르고 경기를 했던 것 같고요. 평소에도 가끔 보고 싶어요. 오랜 기간 함께 한 사람이잖아요. 당연히 보고 싶죠.
DES=저는 개그 답변을 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진지하게 대답해 줘서 놀랐어요. 요즘 진짜 많이 힘든가봐요(웃음).
강석인=각오는 했지만 힘들어요. 지난 번 인터뷰를 보니 (유)영혁이도 힘들다고 솔직하게 말했더라고요. 둘이 팀을 함께 해보자고 이야기 하고 난 뒤 각오는 했지만 생각보다 더 힘들었어요. 예전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플레이들이 하기 어려운 플레이더라고요. 몇 년이나 호흡을 맞춰왔기 때문에 습관처럼 잘했던 것이지 처음부터 그 플레이를 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죠.
생각해보니 예전에 (최)영훈이랑 (문)호준이한테 아이템전 가르치면서 화도 많이 내고 혼도 많이 냈더라고요. 다만 워낙 예전이라서 생각이 안 났을 뿐이죠. 이제 합을 맞추는 선수들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는 중이라 힘들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DES=스피드전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강석인=(유)영혁이가 팀을 나가게 되면서 (문)호준이 머리속이 복잡했을 것 같아요. (유)영혁이의 빈자리를 메우려면 어린 선수들 두 명을 혹독하게 훈련시켜서 스피드전에 출전시키는 방법밖에 없다고 판단한 거죠. 만약 제가 스피드전 욕심을 버리고 아이템전에만 출전하겠다고 했다면 (문)호준이와 계속 함께 할 수 있었겠지만 아이템전만 출전하기에는 스피드전에 대한 갈증이 있었어요. 그래서 나오게 된 거죠.
DES=그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어요. 알고 보면 스피드전 우승자 출신이잖아요. 그런데 갑자기 아이템전 에이스가 된 이유가 있을까요?
강석인=7차 리그 때 우승을 했던 기억이 나요. 그때 (문)호준이도 있었고 전 시즌 우승자인 강진우 선수도 있었어요. 제 기억으로는 2위랑 17점 차이가 났던 것 같아요. 압도적인 차이로 우승을 해서인지 예전에 카트라이더 리그를 보신 분들은 저를 스피드전 선수로 알고 있죠.
당시 제가 IT뱅크 소속이었는데 같은 팀 (이)재성이형이 아이템전을 하기 시작했죠. 10년 전이었는데 시대를 앞서갔던 것 같아요(웃음). 뒤에서 형이 플레이 하는 것을 봤는데 너무 재미있는 것 같아서 저도 모르게 빠지기 시작했죠. 그리고 나서 스피드전보다는 아이템전에 치우쳐 플레이를 하다 보니 스피드전 전성기가 더 짧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아이템전을 잘하는 것이 이득이 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또 한번의 기회가 찾아 온 거죠. 아이템전 같은 경우는 스피드전보다 잘해지기가 더 어렵거든요. 어떤 상황에서 어떤 아이템을 써야 하는지 수만가지의 상황이 있기 때문에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연습을 해도 어렵기 때문에 아마도 아이템전에서 특출난 선수가 새롭게 나오기 어려운 것 같아요. 운이 좋았죠.
DES=시대를 앞서간 이재성 선수에게 고마워 해야겠네요(웃음).
강석인=무척 고맙죠. 덕분에 밥 먹고 살고 있습니다(웃음).
DES=그런데 예전 사진을 보고 사실 못 알아 봤어요. 사실 동일인물이라고 생각조차 하지 못했거든요. 외모에 엄청난 변화가 있더라고요.
강석인=제 예전 모습을 아는 분들은 오랜만에 만나면 ‘성형했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제가 수술한 곳은 눈밖에 없어요. 그것도 라식이요(웃음). 안경을 벗었고 20대가 되면서부터 패션에 관심이 생겨서 머리 스타일이나 옷 입는 스타일이 많이 바뀌었어요. 남자는 머리빨(?)이 있답니다.
여자들도 예쁘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 좋듯이 오랜만에 만난 분들이 잘생겨졌다고 말하면 기분 좋죠. 그래서 외모에 더 신경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이왕이면 프로게이머라도 단정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잖아요.
DES=정말 놀라운 변화네요. 전대웅 선수가 카트라이더 리그 미남 TOP3로 자신과 강석인, 문호준을 꼽았어요. 동의하나요?
강석인=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 세 명이 맞다고 하기에는 뭔가 아쉬운 점도 있고 그래요(웃음). 요즘 어린 친구들 중에는 우성민, 서정현 선수 등이 잘생겼던데 제가 꼽혔다니 기분이 좋긴 하네요. (전)대웅아, 고마워.
DES=예전보다 말도 많아지고 성격도 적극적으로 변한 것 같아요. 예전에는 말수도 없고 굉장히 조용했던 기억이 있거든요.
강석인=저를 예전부터 하는 분들은 샌드박스 게이밍 (유)창현이를 보면서 ‘예전에 너 보는 것 같다’고 말하더라고요. 그때는 경험도 별로 없고 어떤 말을 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말하는 것에 대한 불안이 있었던 것 같아요.
20대가 되면서 운동을 시작했는데 근육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자신감도 붙고 성격이 외향적으로 변할 수 있었어요. 군대 가려면 체력이 좋아야 한다고 들어서 운동을 했는데 오히려 에너지도 생기고 너무 좋더라고요. 피곤할 줄 알았는데 말이죠.
(유)창현이를 보면 예전 저를 보는 것 같은데 아마 나이를 먹고 대회 경험도 더 쌓고 나면 말도 잘하고 외향적인 성격으로 변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 잘할 것 같아서 기대되는 선수 중 한 명이에요.
DES=아이템전 에이스로 이은택과 강석인이 꼽히는데 두 선수의 다른 점은 무엇일지 궁금해요.
강석인=(이)은택이의 경우 뒤에서 상대방이 앞으로 못 가게 만드는 역할을 굉장히 잘해요. 저는 중간이나 상위권에서 순위를 흔들고 최종적으로 1위로 들어가는 플레이를 좋아하고요. 두 명의 스타일이 달라서인지 아이템전을 함께 할 때 정말 편했어요. 저는 상위권만 신경 쓰면 되고 은택이는 뒤쪽만 신경 쓸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크게 트러블이 없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DES=이번 시즌은 만족하나요?
강석인=사실 플레이오프까지 온 것만으로도 너무 신기해요. 리그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끼리 8강 통과도 자신할 수 없었거든요. 연습 게임에서 너무 많이 지다 보니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고요.
리그 시작 전만 하더라도 선수들까지도 저희 팀을 최약체로 꼽았어요. 우승후보에는 아예 이름도 없었어요. 플레이오프도 진출했고 3위로 리그를 마무리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사실 만족해요. 리그 시작 전 분위기를 생각해 보면 이 정도도 기적이거든요.
그래도 누가 3위를 목표로 리그에 참여하겠어요. 8강만 통과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플레이오프에 오르니 결승이 욕심나더라고요. 지금 팀 상황과 상관 없이 욕심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던 것 같아요.
DES=아이템전에서 고군분투 했어요. 힘들었을 것 같은데.
강석인=아무래도 뒤에서 받쳐줄 선수들이 부족하다 보니까 상대팀들이 ‘강석인만 잡으면 아프리카는 이길 수 있어’라고 생각하더라고요. 시즌 내내 너무 시달려서 나중에는 지치더라고요(웃음). 그래도 버텨내기 위해 노력했는데 앞으로 이렇게 계속 견제를 당하면 정신력이 무너질 것 같아요. 집중 견제 좀 안 했으면 좋겠어요(웃음).
DES=앞으로의 계획이나 각오 들려주세요.
강석인=사실 아직은 아무 생각 없고 좀 쉬고 싶어요. 차기 시즌을 바로 시작하던데 조금만 쉬고 다시 차기 시즌 준비해야죠. 그저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밖에 없어요. 팀이 이대로 갈 수도 있고 멤버가 바뀔 수도 있고 제가 다른 팀으로 갈 수도 있고 아직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카트라이더 리그에서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팬들이 이렇게나 많이 늘어난 상황에서 저 역시 리그 역사에 한 획을 긋고 싶은 마음이 있거든요.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많이 응원해 주세요.
DES=다음 주자로는 누구를 선택할 건가요?
강석인=고민을 많이 했는데 예전 제 모습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샌드박스 유창현 선수를 선택하겠습니다. 저한테 아이템전 정말 많이 배웠는데 상대편으로 만나니 힘들더라고요(웃음). 유창현 선수 릴레이 인터뷰 기대할게요.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