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e스포츠 박도현에게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이처럼 화려합니다. 이제 겨우 한 시즌을 치른 선수 치고는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박도현. 그가 전 시즌 우승자인 이재혁이 지목한 릴레이 인터뷰 다음 주자입니다.
우승자 이재혁은 자신의 결선 상대였던 박도현을 지목하며 설레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선수는 2001년생, 동갑입니다. 지금 카트라이더 리그는 '빅3'를 잇는 새로운 라인이 생겨났습니다. 유독 2001년생들이 많아 '01라인'이 탄생했는데요. 여기에 이재혁과 박도현도 속해 있습니다.
동갑내기인데다 내로라 하는 선수들을 모두 제치고 지난 시즌 결선에 올랐던 두 선수는 묘하게 통하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박도현은 이재혁이 자신을 지목했다는 사실을 알자 뛸 듯 기뻤다고 합니다. 역시, 관심을 싫어하는 프로게이머는 없나 봅니다.
이제 겨우 한 시즌 뛰었지만 누구보다도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증명한 박도현. 그는 과연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까요? '황제' 문호준에게 어떻게 간택된 것일까요? 그리고 단시간동안 그는 어떻게 지금의 자리까지 치고 올라올 수 있었을까요? 지금부터 그의 이야기를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DES=이렇게 따로 인터뷰 하는 것은 처음일 텐데 자기 소개 부탁 드려요.
박도현=안녕하세요. 한화생명e스포츠 소속 카트라이더 프로게이머 박도현입니다. 지난 2019 시즌2에서 데뷔해 개인전 준우승, 팀전 준우승을 차지한 주목 받는 신예죠(웃음).
DES=이렇게 빨리 릴레이 인터뷰 주인공이 될 거라 생각하지 못했는데 지난 시즌 우승자인 이재혁이 지목해서 빠르게 인터뷰를 하게 됐네요.
박도현=저도 기존 선수들이 워낙 많이 있어서 제 차례가 오려면 멀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돼 영광입니다. 이번 개인전 결승전 1대1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면 아마 릴레이 인터뷰는 이번 시즌에도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정말 다행이에요.
DES=이재혁 선수가 '다음에도 결승전에서 또 나를 만나고 싶은지, 나를 만났을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를 물어봐 달라고 했어요.
박도현=솔직히 (이)재혁이는 이번 시즌 결승전도 무난하게 올라갈 것 같아요. 제가 느낀 건데 주행에 있어서 이보다 더 완벽한 선수를 본 적이 없거든요. 다시 만나게 된다면 너무나 영광일 것 같아요.
DES=역대 모든 선수들을 제치고 주행에서 최고라고 생각하는 거에요?
박도현=개인적으로 주행에 대한 평가는 세가지라고 생각해요. 혼자 달렸을 때 나오는 기록, 실수의 빈도수, 다수의 선수가 함께 달렸을 때 버티는 힘과 몸싸움 능력 등이 모두 좋아야 주행 실력이 좋다고 볼 수 있죠. 이재혁은 이 세가지가 모두 갖춰진 선수에요. 개막전 보지 않으셨어요? 선수들 8명이랑 달리면서 리그 기록을 세우잖아요. 그런데 그 기록이 2위와 무려 2초 차이에요. 정말 놀라운 거죠. 그런 선수와 결승전에서 붙어봤다니 영광이에요.
DES=같은 '01라인'이잖아요. 질투도 좀 날 것 같아요.
박도현=질투라기 보다는 부러운 마음이 커요. 사실 실력적인 면에서 다들 비슷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누가 먼저 유망주라는 타이틀을 벗어나느냐의 싸움이었는데 (이)재혁이가 가장 먼저 알에서 깨어났죠. 저도 빨리 깨고 싶은데 솔직히 쉬운 일은 아닙니다.
DES=아마도 지난 시즌 양대 리그 준우승 한 것이 박도현 선수에게는 아쉬움으로 남을 것 같아요.
박도현=맞아요. 제가 만약에 양대 우승을 했다면 이번 시즌 (이)재혁이과 제가 보여주는 모습이 바뀌어 있겠죠. 처음 출전한 리그에서 결승까지 갔고 눈 앞에서 우승을 놓치다 보니 심리적인 타격이 상당했어요. 3위를 한 배성빈보다 제가 타격이 더 컸던 것 같아요. 결승을 몇 번 경험해 봤다면 감정을 추스르는 법도 배웠을 텐데 처음 출전하는 리그에서 너무 많은 것을 겪은 거죠.
사실 아직 그 충격을 극복했다고 보지 않아요. 결승전 개인전이 끝나고 팀전에서 내 플레이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정말 힘들었거든요. 나 때문에 팀전도 준우승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죄책감도 들었고요. 처음 리그를 경험하는 선수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일들이었던 것 같아요.
DES=말만 들어도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사실은 정말 칭찬받아 마땅한 기록이거든요. 리그에 처음 참가해서 내로라 하는 선수들을 모두 제치고 준우승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엄청난 업적인데 팀전까지 준우승을 하고 나니 더 힘들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박도현=주변에서 대단한 기록이라는 말을 해주고 스스로도 대견하다는 생각도 하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는 생각을 해요. 이 상황을 극복하고 나면 저도 알에서 깨어나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아직은 명확한 해답이 없긴 해요. 하지만 확실한 것은 제 실력을 인정 받았고 지금의 시련을 극복하고 나면 더 큰 선수가 돼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죠. 과제가 명확하다 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만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DES=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건데 '01라인' 중 말은 가장 잘하는 것 같아요(웃음).
박도현=실력은 좋은데 저희 '01라인'들이 인터뷰를 잘 못하죠(웃음). 유창현, 배성빈, 이재혁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하잖아요(웃음). 그런데 요즘 세 명 모두 인터뷰 실력이 많이 향상한 것 같아요.
DES=그렇긴 한데 박도현 선수가 인터뷰를 하는 센스가 있네요. 문호준의 초창기 버전을 보는 것 같아요.
박도현=개인적으로 은사가 없는데 (문)호준이형이 내 인생의 은사인 것 같아요. 어떤 선수가 리그에서 데뷔하는데 문호준과 같은 팀을 하는 행운을 얻겠어요. 문호준 밑에서 문호준의 모든 것을 배울 수 있고 관심을 함께 받을 영광을 누릴 수 있겠어요. 그런 면에서 저는 행운아라고 생각합니다.
DES=어떻게 문호준과 한 팀이 됐어요?
박도현=2018년 이벤트전이었던 듀얼X에서 함께 한 뒤 차기 시즌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요. (문)호준이형이 (유)영혁이형과 팀을 꾸린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팀에서 저를 불러주긴 했는데 그렇게 억지로 리그에 나가고 싶지는 않았죠. 이왕 프로게이머를 하려면 제대로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냥 기다렸죠.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개인적으로는 정말 잘 판단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게임을 하면서 기다렸는데 (문)호준이형에게 문자가 와 있는 거에요. 솔직히 내용도 안 보고 같이 팀을 하자는 이야기라고 직감했죠. 너무 좋았는데 티는 안 냈어요. 리그에 너무 나가고 싶었는데 문호준과 함께 할 수 있다면 무슨 고민을 하겠어요. 무조건 해야죠.
DES=프로게이머가 돼야겠다는 진지한 고민보다 우선 문호준이 불렀으니 무조건 해야겠다고 생각한 거네요.
박도현=아마 카트라이더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모두 그럴걸요(웃음). 나중에 들어보니 너무나 고맙게도 호준이형이 '(박)도현이는 무조건 데려와야 해'라고 동료들에게 말했다고 하더라고요. 나의 어떤 면을 좋게 봐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호준이형에게 인정 받았다고 생각하니 뿌듯했고 더 열심히 해야 보답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호준이형에게 꼭 팀전 우승 트로피를 선물하고 싶은데 지난 시즌 뜻대로 되지 않아 너무 속상했어요.
DES=옆에서 봤을 때 문호준은 어떤 사람인가요?
박도현=내 사람들을 이보다 더 잘 챙길 수 없어요. 사람들은 어떻게 이야기 할지 모르겠지만 호준이형은 자기 사람이라 생각하면 누구보다 살뜰히 챙겨요. 저도 그런 돌봄을 받고 있죠. 너무 감사한 일이에요.
사실 호준이형은 독보적인 경지에 올라와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제가 배울 수 있는 부분들이 많지 않아요. 이런 거죠. 지금 저는 초등학생인데 중학생 과정을 생략하고 대학교 교제를 주면 아무리 잘 설명해도 이해가 되지 않잖아요. 호준이형은 지금 대학생이고 저는 이제 막 리그에 데뷔한 초등학생이기에 급이 다른 거죠.
다만 호준이형에게 지금 제 상황에서 이해하고 배울 수 있는 부분들은 모두 흡수하려고 노력해요. 그것만 해도 배울 점이 너무 많아서 다 소화할 수 있을지 고민은 되요. 하지만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저도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겠죠. 제가 업그레이드 될수록 호준이형에게 배울 수 있는 점이 더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DES=아무래도 지난 시즌 결승전 이야기를 계속 하게 되네요. 그날 결승전에서 1대1 결선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박도현=당연히 생각 못했죠. 그냥 꼴찌만 하지 말자는 생각뿐이었어요. 팀전 우승을 정말 간절히 바란 상황이라 개인전은 연습도 거의 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인지 부담감 없이 임해서 좋은 성적이 나왔던 것 같아요. 그런데 막상 1대1 결선까지 가고 나니 욕심이 나더라고요. 이제 한 사람만 이기면 우승이잖아요. 힘이 들어 가면서 스스로 말렸어요.
경험 부족이었다고 생각해요. 만약 결승 경험이 많았다면 그때 마인드 컨트롤을 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그냥 흥분된 상태로 바로 1대1 모드로 들어가다 보니 실수도 많았죠. 그래도 지난 시즌 결승 경험이 저에게 많은 것을 배우게 해준 것 같아요.
DES=이재혁과 라이벌 구도로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요?
박도현=아직은 라이벌이라고 말할 수 없죠. (이)재혁이는 우승자고 지금 최고의 선수라고 봐도 무방하잖아요. 그에 비해 저는 아직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요. 제가 개인전에서 우승하고 나면 그때는 저절로 라이벌 구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카트라이더 리그도 분명히 세대 교체가 일어날 것이고 그 한 자리를 제가 차지하게 된다면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그렇게 되기 위해서 정말 열심히 노력해야죠. 문호준과 유여혁처럼 리그를 살리는 라이벌 구도를 만들고 싶어요.
DES=어떤 선수가 되고 싶어요?
박도현=감히 문호준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단순히 본인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후배들을 발굴해 성장시킬 줄 아는 그런 선수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이왕 프로게이머 시작한 것 전설로 남아야죠.
DES=팬들이 정말 많이 늘어났잖아요. 팬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박도현=얼마 전 생일이었는데 한 분이 자비로 떡을 돌리셨더라고요. 정말 놀랐어요. 제가 뭐라고 그렇게 애써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 받았죠. 정말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앞으로 팬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많이 해요.
이번 시즌에는 개인전도 개인전이지만 팀전 우승이 정말 간절합니다. 꼭 우승하고 싶어요. 저를 선택한 (문)호준이형에게 우승을 꼭 선물하고 싶습니다. 팬들도 많이 응원해 주시고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