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CFS는 독특한 시도를 통해 또 한 번 성장했다. e스포츠의 불모지나 다름 없는 이집트에서 인비테이셔널 대회를 개최해 현지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이끌어냈고 대표로 뽑힌 아누비스 게이밍이 CFS 그랜드 파이널에 출전하면서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
스마일게이트가 CFS라는 세계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데 주역 역할을 해낸 '쌍두 마차'인 이진희 e스포츠 전략팀장과 이성훈 e스포츠 기획운영팀장을 만나 에피소드와 미래 비전을 들었다.
◆운명처럼 이어진 e스포츠와의 끈
Q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A 이진희=e스포츠 전략 팀장을 맡고 있다. 크로스파이어 e스포츠의 전략을 구상하고 리그 운영과 관련된 연구 용역을 진행하며 프로젝트를 통합 관리하고 있다. e스포츠 시장의 트렌드와 지표를 통해 경쟁사들을 분석하는 일도 한다. CFS 그랜드 파이널에 돌입하면 전체 방송 연출을 기획하고 크로스파이어에 적용하면 좋을 법한 기술과 관련해서 내부 스튜디오 개발자들과 커뮤니케이션도 나눈다.
A 이성훈=크로스파이어 e스포츠의 기획과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규정, 구조, 기간을 정하고 참여 지역 등 대회 관련 기본 사항 총괄 기획하는 일을 맡고 있다. CFS 뿐만 아니라 인비테이셔널이나 지역 대회로 진행되고 있는 크로스파이어 프로리그 등도 관장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회의 예산 편성 및 시행, 팀 초청, 방송 송출과 연출, 무대 구성 확인, 웹 콘텐츠 기획도 하고 있으며 외국 파트너사들과의 커뮤니케이션도 맡고 있다. 가끔 CFS 홍보 영상에도 출연하고 있다(웃음).
Q 하는 일들이 상당히 많다.
A 이진희=CFS가 매년 규모를 키우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다 보니 일이 많아 보이지만 크게 보면 내가 작전을 수립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 이성훈 팀장은 야전 부대를 지휘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Q 그렇게 설명하니 머리에 쏙 들어온다. 혹시 군인 출신인가.
A 이진희=ROTC로 복무했고 육군 중위로 제대했다.
A 이성훈=이진희 팀장이 장교 출신이라면 나는 현역병 출신이다. 하지만 잊지 못할 기억이 있다. 부대에서 통역을 담당하고 있었기에 이라크 파병 때 지원서를 넣었는데 합격해서 자이툰 부대 소속으로 군생활을 한 적이 있다. 현장에서 맡은 보직은 복지 지원병, 소위 PX병이었지만 특이한 경험이었다.
Q 첫 직장이 스마일게이트는 아니었을 것 같다.
A 이진희=2011년 네오위즈 게임즈에 입사했다. 그 때 사수였던 팀장님이 지금 스마일게이트 e스포츠실의 여병호 실장님이다. 아바, 슬러거, 피파온라인 등 다양한 게임으로 e스포츠 대회를 열었고 2014년 스마일게이트로 회사를 옮겼다. 당시 스마일게이트는 크로스파이어의 글로벌 e스포츠 활성화를 고민하고 있었고 제도 개편을 통해 지역별 리그를 만들고상위 팀들이 최종 무대인 CFS 그랜드 파이널에 올라오는 구조를 구상하는 중 이었다.
A 이성훈=내 첫 직장은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인터내셔널)이었다. 드라마 ‘미생’의 모티브가 됐던 그 회사다. 맡은 부서는 철강이었고 해외 영업을 담당했다. 어릴 때부터 취미가 게임이었고 스타크래프트 리그가 열리기 시작하면서 e스포츠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게임 업계에 근무하는 친구의 추천으로 스마일게이트로 왔고 4년째 근무하고 있다.
◆한국 유일이라는 자부심
Q CFS를 이끄는 쌍두마차인데 6년, 4년씩 근무하는 동안 보람도 많았을 것 같다.
A 이진희=한국 게임 회사가 e스포츠에 도전장을 내민 사례는 상당히 많지만 단일 브랜드, 단일 게임을 갖고 e스포츠화에 성공해서 글로벌 대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는 회사는 스마일게이트가 유일하다. 2015년 쯤에 e스포츠 관련 통계 조사 및 연구를 하는 미국 업체에서 연락이 왔는데 '글로벌 e스포츠 대회를 여는 한국 게임 회사에 자료를 요청하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라고 하더라. 그 때 뿌듯함을 느꼈다.
A 이성훈=대회 운영을 맡다 보니 외국의 오거나이저, 외국 대행사들은 물론, 외국 팬들을 자주 만난다. 회사들이야 우리 대회를 같이 만들어가면서 뭔가 얻어가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볼 수도 있지만 팬들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우리가 만든 대회, 콘텐츠를 즐기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줄 때 엄청난 보람을 느낀다.
Q 그러고 보니 작년 CFS 그랜드 파이널 예고 영상에 이성훈 팀장과 비슷한 사람이 나왔던 것 같다.
A 이성훈=그 영상을 보신 분들이 참 많다. 외국 커뮤니티 반응까지 체크하는 것이 내 역할이고 그들과 소통하다 보니 어떻게 하면 그들의 니즈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 CFS를 알리기 위해 영어 콘텐츠를 만들다가 더빙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 내가 직접 나섰는데 이왕 할 거면 재미있게 해보자고 해서 나를 던졌다. 이후 3년째 출연하는 것 같다. SNS로 나와 연결되어 있던 전 직장 동료들이 엄청나게 연락하기도 했다. 회사 내에서는 'MC훈'이라고 별명을 붙여주셨다. 또 한 번 보람을 느낀 순간이었다.
Q 크로스파이어 혹은 CFS에게는 아픈 질문일 수도 있다. 글로벌 대회를 규모 있게 열고 있지만 정작 한국 팬들에게는 큰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 않나.
A 이진희=내가 크로스파이어의 글로벌 e스포츠 대회의 전략을 짜고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를 하면 일부 업계 관계자들이 비슷한 질문을 많이 한다. '세계에서 잘 나가면 뭐해? 한국은?'이라는 질문이다. CFS가 한국을 배제하고 대회를 열지는 않았다. 2017년까지 한국 팀들이 참가했지만 성적이 좋지 않았다. 우리도 한국에서 큰 규모로 대표 선발전을 열고 많은 팬들을 모시고 대회를 열고 싶다. 그래서 초기 리그 구조가 완성된 CFS 2014의 그랜드 파이널을 한국에서 진행을 했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외국에서는 대회 인지도가 높아지고 함께 하자는 제의가 오는 등 한국보다 더 뜨거운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게임사 입장에서 이러한 제안들을 거절할 수 없어 해외 시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 스마일게이트는 한국 회사이기에 한국이라는 시장을 놓고 갈 생각은 전혀 없다. 항상 염두에 두고 있는 곳이다.
A 이성훈=이진희 팀장의 말처럼 우리가 세계적으로 뛰어 다니고 있지만 한국을 항상 머리 속에 넣고 있다. 아직까지는 CFS가 국제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기라고 생각하고 있다. 시간이 된다면 엄청나게 성장한 CFS라는 브랜드를 들고 한국 팬들에게 선보이고 싶다. 내 주위 사람들에게도 '내가 힘을 보탠 대회가 이렇게 컸어'라고 보여주고 싶기도 하다.
Q 2019년 CFS가 전해온 소식 중에 이집트에서 인비테이셔널 대회를 개최한 것이 가장 새로웠다. 어떻게 진행하게 됐나.
A 이진희=게임 회사들이 눈여겨 보고 있는 지역이지만 과감히 투자하기에는 머뭇거리는 곳이 중동 지역이다. 이슬람 문화권이 게임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알려진 바가 없기 때문이다. 이 근방에 크로스파이어를 서비스하는 곳이 스마일게이트 웨스트 법인인데 이 쪽에서 담당하는 서비스 지역에서 유의미한 트래픽이 나오는 지역을 확인해 줬고 그 국가가 이집트였다. 내부 논의 끝에 이집트에서 인비테이셔널을 열기로 했는데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
A 이성훈=이집트 청년들이 엄청나게 모였다. 현지 사람들에게 물어봤더니 게임과 e스포츠를 통틀어 이런 대회가 처음 열렸다고 하더라. 이런 대회를 열어줘서 감사하다며 선수들 뿐만 아니라 현장 스태프들에게도 사진을 찍어 달라는 요청이 밀려들 정도였다.
A 이진희=관객들과 사진을 찍으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는데 이집트에서 K-POP과 게임을 비롯한한류 문화가 상당히 알려져 있었다. SNS를 통해 한국의 문화 콘텐츠를 이미 접하고 있었고 걸그룹 블랙핑크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더라. CFS 인비테이셔널을 통해 이집트 최초의 글로벌 e스포츠 대회를 열면서 한류 문화의 확산에 기여한 것 같아 뿌듯했다.
Q 그 대회를 열고 나서 이집트 팀이 CFS 그랜드 파이널에 참가하기도 했다. 에피소드도 있었을텐데.
A 이성훈=선수를 초청하는 과정에서 애를 먹었다. 아누비스 게이밍이 중국에서 열리는 그랜드 파이널에 오기로 했는데 중국측으로부터 입국 비자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라에서 출국 승인까지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이유를 물어보니 이집트의 경우 징병제 국가이고 20대 초반의 남성들이 혹시나 외국에 나갔다고 미입국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병무청에서 꼼꼼하게 확인한다고 하더라. 대회 개최 이틀 전에 병무청에서 허가가 났고 출국 비행기 표를 다시 구매하는 등 천신만고 끝에 개막식 날 아누비스 게이밍 선수들이 그랜드 파이널에 참가할 수 있었다. 대회를 마친 뒤 이집트 매체에서 이들의 활약상을 다루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Q 이집트 대회 이후 중동 지역을 포함해 영역을 넓힐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지역에 대한 전략을 세웠나.
A 이진희=중동 지역으로 참가팀이 확산되면 새로운 e스포츠 시장을 여는 셈이 되기 때문에 우리에게도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동에서는 아직까지 부를 소유한 소수만 즐기고 있는 문화 콘텐츠가 게임이다.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중동, 아프리카로 직접 서비스하기에는 무리가 있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성이 보이는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터키다. 유럽과 아프리카, 중동 사이에 있는 터키는 e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인프라가 있고 실제로 e스포츠 대회가 많이 열리고 있기 때문에 꾸준히 체크하고 있다.
◆놀이터 만들어주는 종목사 되겠다
Q 최근 들어 e스포츠 종목사, 예를 들면 라이엇 게임즈,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등이 프랜차이즈 도입 등을 통해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스마일게이트의 e스포츠 정책 방향은 어떤가.
A 이진희=그들이 생각하는 e스포츠의 흐름은 전통 스포츠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 같다. 프로화를 통해 자본의 유입을 이끌어내고 안정적인 구조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보인다. 우리도 프로리그를 운영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팬들이 좋아하는 e스포츠를 만들 계획이다. BJ나 스트리머들이 뜨고 있는 최근의 현상을 보면 트렌드가 바뀌어 가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과거에는 게임 이용자들이 많아야만 e스포츠가 성립되고 흥행할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요즘에는 게임을 하는 사람과 보는 사람이 분리되어있다는 분석이 많다.
A 이성훈=1020 세대들은 다양한 콘텐츠에 노출되어 있는 세대이지만 시간이 한정적이다. 게임을 직접 해보면서 즐거움을 느끼기에는 관심사가 너무나 다양하다. 그렇기에 남들이 하는 것을 보고, 압축적으로 만들어놓은 콘텐츠를 보면서 즐거움을 느끼려는 경향이 강하다. 간접 경험을 우위로 놓는 세대가 형성되고 있다.
Q 그렇다면 크로스파이어를 즐기는 인구가 많지 않은 곳에서도 CFS가 e스포츠 브랜드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A 이진희=크로스파이어와 CFS는 중국에서만 인기가 있다는 이미지가 자리잡고 있지만 최근 흐름을 보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 e스포츠 대회를 만들고 있는 ESL 같은 오거나이저들을 만나 보면 크로스파이어를 해보지는 않았지만 CFS를 통해 크로스파이어를 알아가고 있다는 의견을 많이 듣는다. 다양한 경로로 우리 콘텐츠를 보여줄 수 있는 채널을 늘린다면 북미, 유럽 지역의 1020 세대를 공략할 수도 있을 것 같다.
Q 최근에 눈여겨 보는 e스포츠 대회나 게임이 있나.
A 이진희=북미와 유럽에서 바람을 몰고 왔던 포트나이트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e스포츠로 자리를 잡지는 못했지만 북미, 유럽 지역에서 포트나이트는 하나의 문화를 형성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입지를 굳혔다. 스트리머들을 통해 팬덤을 확실하게 구축했고 새로운 모드와 방식이 반영된 대회를 열었으며 이를 통해 다양한 니즈를 갖고 있는 시청자들을 휘어잡았다. 크로스파이어로 진행되는 우리도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보고 싶다.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의 비전을 설명할 때 놀이터에 비유를 자주 한다. 게임사는 게임이라는 놀이터와 같은 공간을 제공하고 이용자들을 위해 다양한 모드를 내어주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시소를 타는 사람, 그네를 타는 사람, 미끄럼틀을 타는 사람 등 이용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게임을 즐길 것이고 그 중에서 게임사가 택해서 e스포츠로 만드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
A 이성훈=e스포츠는 게임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도 코어 이용자로 사로 잡을 수 있는 힘이 있다. 이는 프로 선수들이 대결하는 공식 대회를 통해서도, 스트리머가 즐기는 개인 방송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사람들이 재미를 느끼는 요소는 단순히 승리 뿐이라는 공식은 깨졌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게임에 여러 모드를 집어 넣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Q 크로스파이어 대회는 폭파 미션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어 다양한 재미를 주기가 어려워 보인다.
A 이진희=열린 사고를 갖고 접근하고 있다. CFS의 주요 대회들은 폭파 미션으로 게임 방식을 삼고 있지만 크로스파이어 안에는 다양한 모드의 플레이 방식들이 존재한다. 시장이 원한다면, 시청자들이 원한다면 다른 모드도 언제든지 e스포츠 대회를 열 수도 있다. 2019년에는 게임 안에서 서비스하고 있던 나노 모드를 활용해 새로운 이벤트 e스포츠 대회를 진행했는데 생각보다 이용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중심이 되는 폭파 모드와 함께 새로운 시도를 위한 작업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A 이성훈=e스포츠의 새로운 시장은 우리가 기존에 해보지 않았던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리그 오브 레전드나 도타와 같은 게임은 워크래프트3의 게임 모드 가운데 하나를 각자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우리가 시도하지 않았던 어딘가에 원석이 있다.
Q 2020년 스마일게이트가 추구하는 e스포츠의 방향은 무엇인가.
A 이진희=크로스파이어는 오래된 게임이지만 e스포츠를 위해서는 아직도 개발할 것이 많다. 올해에는 멀티뷰 서비스를 관객들과 시청자들을 위해 도입해보고 싶은 목표가 있다.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 각자의 개인 화면을 서비스하는 방식을 넘어 관전뷰에 멀티 태스킹 기능을 넣어 더 많은 경기 내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다. 최신 유행하는 e스포츠 게임들이 내고 있는 퍼포먼스를 10년 넘은 크로스파이어에서도 느낄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겠다.
A 이성훈=스마일게이트의 강점은 e스포츠 부서와 게임 개발 부서, 서비스 퍼블리셔 간에 긴밀한 협조 관계, 공조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e스포츠 관객들의 니즈를 전달하면 개발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와주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더 많은 지역에, 더 나은 서비스를, 더 많은 팬들에게 전할 수 있다. 2020년에도 이 기조를 쭉 이어갈 생각이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사진=스마일게이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