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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댕체' 김도현 "젠지 누르고 더 살벌한 아프리카 보여주겠다"

아프리카 프릭스 '댕체' 김도현
아프리카 프릭스 '댕체' 김도현
'댕체' 김도현은 2018년 당시 액토즈 스타즈에 입단하며 프로게이머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데뷔 무대였던 카카오 클럽 매치에서 김도현은 1인칭과 3인칭을 동시에 우승하며 화려한 시작을 알렸고 통합 리그인 2018 펍지 코리아 리그에서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아시아 강호들이 모인 아시아 인비테이셔널 2019에서도 정상에 올랐습니다.

데뷔 후 우승만 거머쥔 김도현은 2019 펍지 코리아 리그(이하 PKL)를 앞두고 "지금까지 우승 커리어만 쌓아왔으니 올해도 우승만 이어갈게요"라며 당당하게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VSG는 PKL 페이즈1에서 3위에 그쳤고 페이스잇 글로벌 서밋에서 6위, PKL 페이즈2 9위, 마지막 시즌에는 8위에 그쳤습니다.

부진한 성적이 이어지자 김도현은 데뷔 이후 네 차례 우승을 함께했던 VSG를 떠나 새로운 도전에 나섰습니다. FA 소속의 김도현이 새롭게 둥지를 튼 곳은 바로 아프리카 프릭스였습니다. 아프리카 프릭스는 VSG와 같이 전통 강호로 분류됐지만 마지막 우승은 2019년 2월 열렸던 아시아 퍼시픽 프레데터 리그뿐이었고 국제 대회에서는 번번이 하위권을 기록했습니다.

이 같은 선택에 대해 김도현은 VSG를 떠난 건 저에게 변화가 필요한 시기였기 때문이고 아프리카를 선택한 건 함께 했을 때 충분히 우승할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도현을 만나 아프리카에서 얼마나 적응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목표는 어떻게 잡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김도현의 이적은 의외였습니다. VSG의 성적이 낮아졌지만 팀의 저력은 충분히 우승까지 노려볼 수 있다는 평가가 많았기에 김도현과 '스타로드' 이종호, '헐크' 정락권, '환이다' 장환에 '폭시' 이재호까지 더해진 VSG는 당연히 2020 우승 후보 중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VSG에서 1년 반 정도 선수 생활을 하다 보니 팀 분위기도 너무 편해져서 친구 이상의 느낌이었는데 개인적으로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팀에서만 활동하니 '내가 하는 게 맞는 건가'라는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고 새로운 팀을 찾아야겠다는 결론까지 이어지더라고요"

김도현이 고민 끝에 선택한 팀은 아프리카였습니다. 아프리카는 형제팀 통폐합을 거치며 대규모 리빌딩이 진행되고 있었고 기존 선수단 중 4명이 남았기 때문에 분위기를 맞추는 것이 쉽지 않아 보였지만 이적 후 동료들의 관심과 배려 덕분에 빠르게 적응했다고 합니다.

"물론 처음에는 어색했죠. 지금은 숙소가 언덕에 있어서 왔다 갔다 하기 힘들다는 것 빼고는 다 좋아요. 밥도 맛있고 잘 챙겨주는 동료들도 너무 고마워요. 특히 항상 야식을 같이 먹는 (이)승순이는 더 고맙죠. 어떤 음식을 시켜도 좋다고 해주거든요(웃음)."

아프리카 프릭스 '댕체' 김도현
아프리카 프릭스 '댕체' 김도현
아프리카로 이적한 뒤 김도현은 서울컵 OSM에서 VSG에서 보여줬던 적극적인 교전이 아닌 안정적인 전투에만 참여했습니다. 갑작스러운 스타일 변화에도 제 몫을 해내며 팀의 우승에 기여했지만 김도현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합니다.

"공격적인 모습이 덜 보이는 건 1년 넘게 선수 생활을 하면서 경험이 쌓여 침착하게 상황을 판단하기 시작한거지 아프리카로 이적해서 변한 게 아니에요. 그리고 OSM은 저를 제외한 3명의 동료와 코칭스태프가 이뤄낸 우승이라고 생각해요. 1등을 할 수 있는 라운드가 3번이나 있었는데 제 실수 때문에 다 놓쳤거든요."

김도현은 OSM을 마친 뒤 개인적인 실수를 복기하며 심적으로 많이 지쳐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동료들과 코치진의 위로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고 이제는 앞으로의 대회만 생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OSM에서는 팀이라고 불리기에는 완성도가 많이 떨어졌었죠. 제가 VSG에서만 선수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새로운 색깔로 변한다는 게 많이 어색했고 결국 맞추지 못한 부분이 많았어요. VSG에서는 (이)종호와 (정)락권이가 분위기를 주도하고 제가 받쳐주는 역할을 했었는데 아프리카에서는 저도 주도적인 역할을 많이 해야 하거든요. 이 부분이 해결된다면 더욱 섬세한 부분도 동료들과 맞춰서 더 강한 팀이 될 수 있겠죠."

김도현의 어려움은 예고됐을지도 모릅니다. 약 1년간 팀을 이끌어온 '스타일' 오경철이 이적했기 때문에 PKL 페이즈3부터 팀의 오더를 맡은 'NN' 한민규를 도와 서브 오더의 역할을 겸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스타일에 적응하는 건 어려웠지만 처음에도 그렇고 지금도 저는 어떤 포지션을 맡더라도 충분히 제 몫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요. 다만 오더는 경기 결과가 안 좋았을 때 '내 오더가 너무 구렸다'라는 생각에 빠지면서 멘탈 회복이 어렵더라고요. 그게 장기화되면 자신감마저 떨어지고요. 그래서 서브 오더의 역할이 아직은 어렵네요."

모든 팀의 목표는 우승이고 아프리카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김도현은 이 목표를 위해서 동료들과 게임 내적으로 운영이라는 큰 틀을 넘어 세세한 부분까지 맞추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것만 완성된다면 더 높은 수준의 팀워크로 경기를 휩쓸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올해 목표는 세 차례 열리는 펍지 글로벌 시리즈와 펍지 글로벌 챔피언십까지 모두 우승하는 거예요. 목표는 언제나 크게 잡아야죠. '무조건 할 수 있다'까지는 아니지만 저와 동료들 모두 부단히 노력한다면 70% 정도의 확률은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조금 소심한 편이지만 피드백 시간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아프리카 프릭스 '댕체' 김도현
아프리카 프릭스 '댕체' 김도현
김도현이 피드백 시간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있지만 아직 완벽하지는 않다고 합니다. 동료들과 보고 있는 관점이 조금 다르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본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동료들과 코치진 덕분에 조금씩 마음이 열려 지금은 생각의 80% 정도는 표현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피드백을 할 때 잘못된 순간보다는 그 일이 벌어지기 이전에 '왜 이런 상황이 만들어졌을까'라고 생각하면서 스노우볼이 굴러간 시점을 생각하다 보니까 피드백 속도가 조금 느려요. 그리고 어떻게 설명해야 오해 없이 동료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정리하다가 넘어가는 경우가 많죠. 아니면 제가 생각하고 있던 방향이 동료들의 이야기를 듣고 바뀌는 경우도 있고요."

수많은 스크림을 진행하고 있지만 김도현은 성적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스크림은 부족한 점을 찾아 보완하기 위한 것이지 성적으로 직결되지 않는다고 설명하며 강팀의 조건은 꾸준함이라고 말했습니다.

"스크림에서는 준비한 전략의 완성도를 높일 뿐이지 순위에 연연하지 않아요. 그렇게 준비한 전략을 어떤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풀어갈 수 있다면 그게 강팀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한두 경기 못 해도 다음 경기에서 만회할 수 있을 테니까요. 펍지 글로벌 시리즈 한국 대표 선발전의 경기 수가 줄어들었지만 결국 올라갈 팀이 올라갈 거라고 봐요."

아프리카가 한국 대표 선발전을 뚫고 올라가더라도 불안 요소는 있습니다. 바로 아프리카 프릭스의 징크스인데요. 아프리카는 지금까지 출전한 펍지 주관의 국제 대회에서 번번이 아쉬운 성적을 거뒀기 때문입니다.

"국내 대회에서 보여줬던 실력을 생각하면 왜 해외대회에서 힘을 못 썼는지 아직도 모르기 때문에 꼭 베를린에 가야 할 것 같아요. 가서 단순히 운이 안 좋았던 것인지 정말 징크스가 있는 건지 확인해보려고요. 그리고 징크스가 있더라도 이제는 제가 있으니까 성적은 더 높게 나올 거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김도현은 자신감으로 가득 찼지만 한국 대표 선발전과 베를린 본선 무대 모두 조금씩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합니다. 선발전에 올라온 아마추어팀과 펍지 글로벌 챔피언십에서 4위 이상의 성적을 거둬 본선 시드권을 확보한 젠지 e스포츠와 포 앵그리 맨을 꼽았습니다.

"아마추어팀들이 베를린에 가는 것은 어렵겠지만 게임 내적으로 큰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봐요. 프로팀들의 정보는 많이 알려졌지만 아마추어팀들은 어떻게 행동할지 모르기 때문에 저희 팀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젠지와 포 앵그리 맨은 글로벌 챔피언십에서 보여준 화력을 또 한 번 보여준다면 쉽지 않은 상대가 될 것 같아요. 운영과 교전 어디 하나 빠지는 팀들이 아니거든요."

세계 챔피언의 자리를 꿈꾸는 김도현의 목표는 확실했습니다. 펍지 글로벌 시리즈 베를린 본선에서 전력이 더 강해졌다고 평가받는 젠지를 잡아서 아프리카가 더 강팀이라고 증명받고 싶다고 합니다.

"일단 한국 대표 선발전을 1위로 뚫고 올라가서 우승까지 차지하는 것을 시작으로 더 살벌해진 아프리카를 보여주고 싶어요. 통계치를 넘어서는 아웃라이어가 되는 것을 목표로 최선을 다할 테니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한국 팀들은 작년처럼 대회에 임하면 시시할 것 같으니까 더 열심히 노력해서 재밌는 경기 만들어줬으면 좋겠네요(웃음)."

구남인 기자 ni041372@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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