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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게구리' 김세연의 따뜻한 응원 "나보다 좋은 롤 모델 되길"

상하이 드래곤즈 '게구리' 김세연(사진=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제공).
상하이 드래곤즈 '게구리' 김세연(사진=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제공).
상하이 드래곤즈의 서브 탱커 '게구리' 김세연 선수는 비단 오버워치 리그 팬들에게만 익숙한 이름은 아닙니다. 김세연 선수는 오버워치 초창기인 2016년 핵 의혹에 휘말렸지만 당당하게 논란을 정면 돌파해낸 후 2018년에는 최고의 오버워치 대회인 오버워치 리그에 입성하며 실력을 입증했습니다.

'프로게이머'라는 김세연 선수의 직책 앞에는 항상 '최초'와 '여성'이라는 수식어가 빠지지 않습니다. 남성 선수들의 수가 압도적인 현재 e스포츠 실정에서 여성 선수로 경쟁을 펼치는 점은 분명 상징적입니다. 김세연 선수는 지난 2019년 타임지에서 선정한 차세대 리더 10인으로 꼽히기도 했고 최근에는 포브스에서 꼽은 30세 이하 아시아 리더 30인에 선정되며 영향력을 실감케 했습니다.

하지만 김세연 선수에게 관심이 모이는 것은 이런 수식어들 때문만은 아닙니다. 여러 사건사고를 꿋꿋이 헤쳐나간 용기, 보는 이들을 감탄케 하는 서브 탱커 실력, 성실함과 팬들에 대한 지극한 사랑까지. 조금이라도 김세연 선수를 지켜본 사람이라면 왜 그가 그토록 주목 받고 사랑을 받는 지를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상하이 드래곤즈 '게구리' 김세연(사진=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제공).
상하이 드래곤즈 '게구리' 김세연(사진=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세연 선수가 프로게이머라는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많은 고난들이 있었습니다. 데뷔 전부터 많은 주목과 관심을 받았지만 이 속에 순수한 호의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이전부터 게임을 좋아하고 프로게이머를 꿈꿨다던 김세연 선수는 "초기 이런저런 사건이 있었는데 많은 응원을 해주셨던 팀원들과 팬분들 덕분에 프로게이머를 시작할 수 있었어요"라고자신의 첫 발걸음을 이야기했습니다.

오버워치 초창기, 프로 대회에 데뷔하고 싶다던 김세연 선수는 어느덧 최고의 리그에서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김세연선수는 선수로서나 사람으로서나 많이 성장하는 시기였다고 지난 3년여를 회상했죠.

첫 오버워치 리그 무대에 섰던 때도 생생했습니다. "가장 많은 사랑과 응원을 받았던 때 같아요"라고말문을 연 김세연 선수에게서는 그 날의 벅찬 감정이 전해지는 듯 했죠. "지금도 가끔 그 생각이나요. 정말 값진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확실히 무대에 섰을 때 기분이 남달랐어요. 많은 응원을 받던 그 느낌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꿈의 무대에 올랐지만 리그는 쉽지 않았습니다. 상하이는 출범 시즌인 2018년 스테이지1 전패를 기록하며 휘청거리고 있었고 김세연 선수를 비롯해 선수들을 영입하며 긴급 수혈에 나섰지만 분전에도 불구하고 첫 승리를 가져가지는 못했습니다. 김세연 선수는 힘든 팀 상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꿋꿋이 기량을 발휘하며 또 한 번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김세연 선수는 "비결이라기보다는 멘탈이 안 좋아도 남한테 티를 내거나 표현하지 않는 게 개인적으로 배려라고 생각해서 최대한 티를 안 내는 편이에요"고 담담하게 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어 김세연 선수는 "당연히 성적이 안 좋으니 멘탈이 좋을 수는 없었다고 생각해요"라고 솔직하게 전하면서도 "그래도 많은 경험을 했고, 응원이 있었기 때문에 나쁘지만은 않았어요"라는 말로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김세연 선수의 성격을 짐작하게 했습니다.

상하이는 2019년 완벽한 반전을 썼습니다. 비시즌 대대적인 리빌딩을 거친 상하이는 42연패를 끊고 감격의 시즌 첫 승리를 거뒀고 스테이지3에서는 강력한 3딜러 조합으로 스테이지 우승을 차지하며 시즌1 전패팀이라는 오명을 씻었습니다. 김세연 선수는 "정말 기뻤다"라는 짤막한 소감으로 담담하게 당시의 기분을 전했지만 첫 승의 순간 눈물을 훔칠 정도로 그 승리에는 1승 이상의 의미가 있었죠.

전세계 많은 팬들의 응원을 받는 상하이 드래곤즈 '게구리' 김세연(사진=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제공).
전세계 많은 팬들의 응원을 받는 상하이 드래곤즈 '게구리' 김세연(사진=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세연 선수가 사랑 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성실함입니다. 새벽 늦게까지 개인방송을 진행하며 게임에 몰두하는 모습은 여러 사람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죠. 정작 김세연 선수는 이런 이야기를 꺼내자 잘 모르겠다며 의문을 드러냈습니다. "열심히 하긴 하지만 그냥 해야 하는 만큼 한다고 생각해요. 스스로는 만족스럽지않아요"라고 말하는 김세연 선수에게서는 그가 얼마나 성실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선수인지가 나타났죠.

대부분의 선수들이 그렇듯 김세연 선수도 게임이 좋아서 프로게이머라는 자리까지 오게 됐지만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는 것은 생각만큼 행복한 일은 아닙니다. 실제로 많은 선수들이 시즌 내내 게임만을 하며 지내다 보면 게임에 지치고 흥미를 잃기도 합니다.

김세연 선수가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며 게임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잃지 않도록 붙잡아준 것 역시 프로게이머가 되도록 용기를 준 것과 마찬가지로 팬들이었습니다. 김세연 선수는 "힘들어도 팬들의 응원이나 이런저런 관심도 많이 받고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계속 오버워치를 하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라며 따뜻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인터뷰에서 거듭 팬이라는 단어를 올린 김세연 선수는 평소에도 팬 서비스로 유명한 선수입니다. 팬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는 김세연 선수의 모습은 e스포츠를 넘어 스포츠 전체에서도 모범적이라 할 만하죠. 인터뷰 자리를 빌려 팬들에 대한 김세연 선수의 생각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특별히 중요하게 여긴다기보다는 저도 팬들과 똑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허물없이 호흡을 잘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면 서로 친구처럼 잘 지내게 되는 것 같아요. 재미있죠. 개인적으로는 딱딱한 것 보다 이게 더 좋다고 생각해요."

김세연 선수는 최근 포브스의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로 선정되며 의미 있는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김세연 선수는 "선정돼서 너무 뜻밖이었어요. 영광스럽고 기쁩니다"라는 소감을 전하며 "아직까지도 기억하고 응원해주시는팬분들 덕에 선정됐다고 생각해요"라고 팬들에게 그 공을 돌렸습니다.

김세연 선수에 대한 관심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9년에는 타임지에서 선정한 차세대 리더에 꼽혔죠. 타임지와의 '남성이 지배하는 e스포츠 세계를 사로잡은 여성 게이머를 만나다'라는 제목의 인터뷰에서 김세연 선수는 "리그 전체에서 내가 유일한 여성 선수이기 때문에 나를 존경하고 롤 모델로 삼는 사람들이 많다. 이걸 알기에 다른 사람들이 지금의 내가 있는 곳까지 올 수 있도록 영감을 주기 위해 더 노력하고 있다"는 소신을 전하기도 했죠.

프로게이머로서 게임 이외의 요소로 주목을 받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김세연 선수는 괜찮다며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니 더 힘이 나고 열심히 하려고 해요"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좋은 이유에서든 나쁜 이유에서든, 대표성이라는 짐을 김세연 선수의 어깨에 지우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김세연 선수는 그저 프로게이머라는 자리에 집중했습니다.

"제 영향력에 대해 잘 생각해보지는 않았어요. 그냥 똑같은 다른 프로게이머들처럼 오버워치를 할 뿐이죠. 저를 보며 프로게이머의 꿈을 키우고 용기를 얻는 팬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은 것은 저보다 더 훌륭한 선수가 되어서 저보다 더 나은 롤 모델이 되시기를 응원한다는 거예요."

상하이 드래곤즈 '게구리' 김세연(사진=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제공).
상하이 드래곤즈 '게구리' 김세연(사진=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제공).


상하이는 2020시즌 순항하고 있습니다. 시즌 시작 전부터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고 실제로도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7연승, 다섯 경기 연속 3대0 승리를 달리며 기대에 부응하고 있죠. 김세연 선수는 "새로 온 선수들 다들 훌륭하고 열심히 해요. 새로 들어온 선수들이 더 활발해서 팀 분위기도 아주 좋아요"라고 팀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김세연 선수도, 상하이도이번 시즌 우승을 목표로 달리고 있었습니다. "연습한 만큼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라고 포부를 전하며 김세연 선수는 "균형 잡힌 강팀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싶습니다"라는 말로 앞으로 보여줄 상하이의 경기력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는 김세연 선수는 김세연 선수답다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항상 성실하고 최선을 다하는 마음과 팬들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우러나오는 김세연 선수의 말은 듣는 사람의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했습니다.

"훌륭한 프로게이머가 돼서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주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열심히 했던, 나쁘지 않았던 선수라고 기억되고 싶어요. 계속 기억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팬분들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김현유 기자 hyou0611@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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