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종목에서, 다양한 보직으로,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면서 e스포츠를 전파해온 장민철을 젠지 e스포츠 연습실에서 만났다.
Q 공식 직함을 보니 젠지 e스포츠 엘리트 아카데미의 헤드 코치라고 적혀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A 적힌 그대로다. 젠지 e스포츠라는 프로게임단이 꾸린 엘리트 아카데미라는 일종의 학원에서 원장 선생님 바로 아래 위치인 헤드 코치를 맡고 있다. LoL 수업을 할 때에는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면서 전체적으로는 아카데미 강사들도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학생들이 받는 수업의 커리큘럼을 만들고 새로운 수업 내용을 구상하는 등 기획에도 관여하고 있다.
Q 젠지의 아카데미는 영어 수업을 병행한다고 들었다. 학생들이 받는 하루 수업을 구체적으로 알려달라.
A 학교와 비슷하다. 오전과 오후 과업으로 나뉘는데 오전에는 e스포츠와 관련한 수업을 4시간 동안 진행하고 오후에는 영어 수업과 학과 과정을 배운다. 오전 수업은 젠지 사옥에 마련된 연습실에서 진행하고 오후에는 엘리트 오픈 스쿨이라는 곳에서 미국 중고등학교 과정에 맞춰서 영어와 학과 과정을 배운다. 8시간 동안 공부를 하고 있다. e스포츠 관련 업종 진학 혹은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선발해서 미국 대학으로 진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Q 본인이 강의를 하기도 하나.
A 학생들에게 LoL 종목을 직접 가르친다. 오버워치는 나보다 잘 아는 분들을 강사로 모셔서 따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교재를 만드는 작업도 직접한다. 젠지의 경우에는 초금과 중급, 상급, 마스터 레벨에 따라 교재가 다르다.
◆학생들이 웃으며 아카데미를 간다더라
젠지 e스포츠 엘리트 아카데미의 헤드 코치인 장민철은 학부모들과 자주 상담한다. 자식들을 맡겨 놓았기에 달라진 모습이 보여야만 보낸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부모의 입장이다. 첫 학기를 마친 장민철에게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달려졌다고 했다. 학교에 가기 싫어하던 아이들이 아카데미를 갈 때에는 스스로 일어나서 정확한 시간에 도착하려고 자발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잠을 충분히 자야 학원에서 많이 배울 수 있다며 취침 시간을 조절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모님들이 만족했다고. 영어 수업을 통해 회화 능력이 나아졌다는 반응도 나오면서 장민철은 "젠지 엘리트 아카데미가 추구하는 교육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Q 수업 진행 과정이 궁금하다.
A 처음에 들어오면 모든 학생들에 대해 레벨 테스트를 한다. 가급적이면 레벨이 비슷한 수강생들끼리 붙여 주려고 한다. 어느 정도는 게임을 할 줄 아는 학생들이 들어오기 때문에 세세한 스킬에 대해 가르쳐주기 보다는 밴픽에 대한 아이디어를 서로 공유하고 게임을 직접 플레이한 뒤에는 피드백 과정을 통해 장단점, 개선점 등을 공부한다.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경기가 열린 다음 날에는 프로 선수들의 경기를 분석하는 시간도 갖는다.
Q 다른 아카데미에서는 학생들의 레벨을 올려주는 것을 중점으로 삼기도 하는데 그것보다는 포괄적인 것 같다.
A 젠지 아카데미에 오는 학생들이 모두 프로게이머가 되면 좋겠지만 그러기는 쉽지 않다. 게임을 잘하는 법보다는 게임을 보는 눈을 가르쳐주려고 노력한다. 프로 선수까지 가지 못하더라도 분석가, 코치 등 e스포츠 업계에서 다른 보직, 직업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수준을 올리고 있다.
Q 학생들을 다루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다.
A 우리는 단순히 e스포츠 프로 선수를 지망하는 학생들을 위한 아카데미가 아니다. 학업에 대해 관심이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수업을 듣는 자세와 인성을 갖춰야 한다. 게임에 대해서는 배우면 실력이 업그레이드된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다. 우리는 학우들과 잘 어울리는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간절함을 갖고 있는지를 면접을 통해 확인한다. 부모님들의 지원을 받아 공부를 병행하는 아카데미까지 왔는데 잘 안되면 학생들은 물론, 부모님들에게도 죄송한 상황이 되지 않나.
Q 오픈하고 두 번째 학기다. 가르쳐보니 어떤가. 프로 선수들을 지도하던 때와는 다른 느낌이 들 것 같다.
A 지난 해 가을 첫 학기를 보냈고 올해가 두 번째 학기다. 봄, 가을 학기로 나누어 진행하는데 계속 다니고 있는 학생들도 있고 봄 학기에 맞춰 다니기 시작한 학생들도 있다. 일반 학생들은 프로게이머들과는 간절함의 크기에서 차이가 있다. 프로게이머들은 게임을 직업으로 택하면서 모든 것을 걸었기에 큰 틀만 잡아주면 세부적인 콘텐츠는 자기가 채우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일반 학생들은 꼼꼼하게 챙겨줘야만 한다. 마인드 세팅하는 과정에서도 차이가 크다.
Q 성과가 나오고 있나.
A 작년 가을에 첫 수업을 시작할 때 LoL 수강생이 10명이었다. 그 가운데 4명의 학생은 티어가 여섯 단계나 올랐다. 막연하게 게임을 좋아하던 학생들이었지만 게임 보는 눈을 틔워주고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다 보니 실제로 성과가 나왔다. 다른 6명의 학생들도 티어가 많이 올랐다.
Q 부모님들의 반응도 궁금하다.
A 부모님들은 다들 좋아하신다. 이전에는 학교에 가라고 하면 꾸물거리고 죽을 상을 하고 어쩔 수 없이 학교에 가던 학생들이 여기에 올 때에는 자발적으로 일어나서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웃으면서 인사하고 집에서 나간간다고 하더라. 우리는 오전 8시에 수업을 시작하는데 지각하는 학생들이 거의 없다. 아이들이 건실해졌다는 점이 부모님들이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다. 두 번째로는 인성이 좋아졌다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우리 아카데미는 게임을 할 때나 일상 생활을 할 때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온라인에서 욕하는 사람은 오프라인에서도 욕을 한다. 사회 생활의 기본이 되는 인성을 가르치면서 게임이나 현실에서 예의 바른 사람이 되도록 잡아주고 있다. 내가 가르치는 분야는 아니지만 영어 실력이 좋아진 것도 부모님들이 좋아하시는 포인트다. 영어를 전혀 할 줄 모르던 학생들의 회화 실력이 좋아진 것도 부모님들이 만족하는 부분이다.
◆김민아와 장범준의 공통점?
장민철은 '왜냐맨' 방송에서 김민아 아나운서를 가르쳤고 최근에는 가수 장범준을 만나 일주일에 1~2회 지도하고 있다. 연예인이지만 두 사람의 공통점은 LoL을 사랑하고 미치도록 배우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장민철은
방송으로 비춰지기에 그 때만 열심히 한다는 생각은 이들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라면서 "볼 때마다 실력이 업그레이드되고 있어서 간절함이 느껴지는 사람들"이라고 평가했다.
Q 엘리트 아카데미 헤드 코치가 장민철의 본업이겠지만 팬들은 '왜냐맨'을 통해 장민철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있다.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
A 김하늘 PD님이 제안을 해주셨다. 당시 군입대를 앞두고 있었기에 파일럿 프로그램 느낌으로 자연스럽게 일상을 찍겠다고 하셨고 뜻이 맞았다. 그렇게 시작한 프로그램이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여기까지 왔다.
Q 시즌3는 김민아 아나운서에게 LoL을 가르쳐주는 콘셉트로 진행됐다. 직접 가르쳐본 김민아라는 '학생'은 어땠나.
A 시즌3 콘셉트 회의를 하는데 김하늘 PD님이 김민아 아나운서와 같이 하고 싶다고 했고 큰 가닥을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로 잡았다고 했다. 여러 기회를 통해 여자분들을 가르친 적이 있었기에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프롤로그 형식의 0화를 찍는데 김 PD님이 남자를 가르친다고 생각하고 막 던지면 김민아도 편할 것 같다고 하셨고 난 그의 지시 사항을 충실하게 이행했다. 상황이 만들어져서 '뒤질래'라고 말을 던졌더니 김민아가 너무나 좋아하면서 편안하게 욕으로 받아주더라(웃음). 그 뒤로는 편하게 욕으로 티키타카를 하고 있고 김하늘 PD가 편집을 통해 재미를 살려주고 있다.
Q 김민아 아나운서의 게임 실력이 정말 많이 늘었다. '우주대스타' 김희철과의 1대1 대결에서도 연달아 이기는 것을 봤다.
A 프로그램 콘셉트가 LoL을 가르쳐주는 것이었지만 김민아 아나운서가 어느 정도는 할 줄 아는, 꽤 실력이 좋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런데 그의 실력은 방송에서 보여진 그대로 백지와 같았다. 처음에는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라고 고민도 많이 했지만 김민아의 노력 덕분에 시즌3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는 정말 많이 늘었다. 솔직히 김희철과 김민아의 대결에서는 김희철이 포탑 다이브를 무리하게 시도하면서 김민아가 이기기도 했지만 상대 챔피언의 특성과 내 챔피언의 특성을 감안해서 1대1을 운영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김민아의 실력이 정말 많이 늘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솔직히 처음 가르쳤을 때에는 '나는 보살이다'라는 말을 머리 속에서 계속 되뇔 정도였으니 일취월장했다고 표현해도 좋을 것이다.
Q 아카데미 일과 방송 일을 병행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나.
A '왜냐맨'은 일주일에 한 번 촬영한다. 젠지에 합류할 때 회사에서도 그 스케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허락해주셨다. 김민아 아나운서를 가르치는 형식이었던 것도 회사에서 좋게 봐주신 것 같다. 그리고 젠지는 SNS와 인플루언서 활동을 적극 권장하는 회사다. '왜냐맨'과 같은 방송 출연이 본업을 침해하지만 않는다면 대부분 허락해주신다. 김하늘 PD도 오후에 촬영 스케줄을 잡아줘서 오전 수업을 마치고 나서 오후에는 '왜냐맨' 촬영에 임하고 있다.
Q 그러고 보니 가수 장범준도 가르치고 있지 않나. 어떻게 연결이 됐나.
A '놀면 뭐하니'라는 프로그램에서 장범준 씨가 LoL을 엄청나게 좋아한다면서 '실버 판테온'이라는 노래를 불러 화제를 모았다. 가사를 들어 보면 '플레(플래티넘)에 갈거야'라고 나오는데 젠지 관계자들이 이걸 놓치지 않았다. 우리가 가르쳐주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장범준 소속사도 좋다고 해서 온오프라인 수업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일회성 아이템이었지만 티어를 올리겠다는 장범준의 의지가 대단해서 계속 진행하고 있다. 1주일에 1~2번씩 만나서 직접 가르치면서 티어를 올려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Q 그 정도로 의지가 대단한가.
A 장난 아니다. 열의로 불타오르고 있다. 사람의 간절함은 직접 나서게 한다는 사례를 보고 있다. 장범준은 원래 LoL에 관심이 있고 잘하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었던 기름과 같은 존재였는데 우리가 불을 탁 붙여주니까 훨훨 타오르고 있다. 내가 가르쳐 주러 가면(장범준의 소속사로 직접 가서 가르쳐준다) 그동안 쌓였던 궁금증들을 쭉 풀어낸다. 며칠 사이에 엄청나게 연구를 했다는 이야기다. 배우려는 자세가 되어 있고 실력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마음이 갖춰져 있는 사람이다. 가르치는 사람 입장에서 이런 학생들을 만났을 때 하나라도 더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Q 장범준이 판테온을 좋아하는 이유가 따로 있었나.
A 사실 장범준은 지금의 판테온보다는 리워크되기 전 고인 시절의 판테온을 좋아하는 것 같기는 하다. 지금은 공식 대회에도 자주 나올 정도로 판테온이 좋아졌는데 이전에는 장인들만 쓸 수 있는 챔피언이었다. 그 시절 판테온이 이 노래의 주인공이라는 생각도 든다. 중요한 점은 장범준이 판테온만 좋아한다기 보다는 LoL을 엄청나게 좋아하고 미드 라이너로서 라인전을 잘하고 싶어하고 정말 이기고 싶어한다는 사실이다. 판테온을 중심으로 챔피언 간의 상성에 대해 알려주다가 최근에는 미드 라이너로 자주 선택되는 챔피언들 간의 상성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있다.
Q 김민아와 장범준의 공통점이 있었나.
A 두 사람 모두 배우려고 하는 자세가 훌륭했다. 김민아와의 방송이 굉장히 가볍게 그려지고 있기에 얼마나 열심히 배우는지가 잘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는데 김민아는 굉장히 연습을 많이 해오는 학생이었다. 그리고 준비한 플레이가 잘 되지 않으면 굉장히 분하게 생각하고 다음에는 꼭 해내려고 하는 자세가 되어 있었다. 지금이야 SM C&C라는 소속사에 들어가면서 스케줄이 엄청나게 늘어서 LoL을 연습할 시간이 부족해졌지만 이전에는 정말 연습 벌레였다. 장범준도 간절함을 갖고 있었다. 궁금한 것이 정말 많았고 LoL을 진정 잘하고 싶어한다. 실버라는 티어를 벗어나기 위한 간절함이 노랫말에만 담겨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 게임 안에서도 드러난다. 가르치는 사람 입장에서 궁금함과 간절함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 더 많이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김민아와 장범준은 그런 사람들이었다.
◆스쳐 지나가지만 떠올랐다면 성공
프로게이머, 지도자, 해설자, 방송인, 아카데미 강사 등 장민철은 e스포츠 업계에서 다양한 직업을 거쳐왔다. 선수 시절 나만 잘하면 된다라는 생각을 가졌지만 LoL의 지도자로 변신하면서 팀 게임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깨달았던 장민철은 해설자와 방송인을 거치면서 주위 사람들과의 호흡을 맞추는 법을 배웠다. 자신이 거쳐온 직업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깨달은 장민철은 강사의 입장에서 후학들에게 최대한 많은 노하우를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다. 장민철은 "학생들이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나서 '장민철이라는 강사가 있었지'라고 떠올린다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전했다.
Q 다시 엘리트 아카데미로 돌아가보자.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나.
A 이번 봄 학기에 등록한 인원은 37명이다. 나를 포함해서 4명의 강사가 있다. 오버워치와 LoL을 중심으로 이론 수업도 하고 실제 경기를 통한 훈련을 병행한다. 우리는 TBL이라고 부르는데 Team Based Learning이다. 두 종목 모두 팀을 이뤄야 게임이 이뤄지기에 그렇게 이름을 붙였다.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사전 운영 논의를 한다. LoL을 중심으로 설명을 하자면 전날 있었던 챔피언스 코리아 경기에 대한 복기를 한다. A팀에서 누가 잘했는데 이유는 무엇이고 부족했던 점은 무엇인지 토론을 한다. 단순히 선수들이 플레이 퍼포먼스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밴픽부터 시작한다. 이를 통해 게임의 개념을 잡으려고 노력한다. 대부분 프로게이머를 지향하지만 지도자가 되든, 분석가가 되든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만 e스포츠 업계에서 취업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고 생각하기에 꼭 진행하는 과정이다.
Q 학생들의 반응은 좋은가.
A 우리가 오전 8시부터 시작하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자기가 택해서 아카데미에 왔기 때문에 지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수업 시간에 조는 학생도 없다. 티어를 올리려고 전날 새벽까지 게임을 하는 학생들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컨디션을 자기가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은 선수로 성공할 수 없다고 자주 이야기하기 때문에 대부분 일찍 자고 수업에 충실하게 임하고 있다. 분석하는 과정을 거친 뒤에는 팀을 짜서 훈련에 들어간다. 한 경기가 끝나고 나면 패드백을 하는데 이 때에는 서로 가감없이 의견을 개진하도록 분위기를 만든다. 팀 성적이 좋으면 싸울 일이 없지만 연달아 지기 시작하면 범인 찾기를 시작하는 것이 팀 게임의 특성이다. 그 때 감정을 상하지 않는 선에서 정확하게 패인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 그것이 팀워크의 기본이라고 생각하기에 아카데미 때부터 집중 훈련을 시킨다. 서로의 감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날카롭게 분석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야 한다.
Q 젠지의 엘리트 아카데미의 목표는 무엇인가.
A 학생들이 모두 프로게이머가 된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누군가는 프로게임단의 러브콜을 받겠지만 그러지 못하는 학생들도 나온다. 지도자, 분석가 등을 염두에 두고 토론형 수업 시간을 만들어놓았고 피드백 훈련 과정에서 서로를 배려하는 자세를 형성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영어 교육 과정을 별도로 마련해둔 이유도 있다. 게임에 올인하다가 실패하면 아무런 소득 없이 20대를 보내게 되는 사례를 많이 봤기에 외국어 교육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준비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발판을 마련해준 것이다. 공부를 하고 배우면서 e스포츠 업계에 게이머가 아닌 다른 모습을도 합류하는 사례가 나온다면 우리의 목표가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할 수 있을 것이다.
Q 프로게이머, 해설자, 지도자, 방송인, 아카데미 강사까지 다양한 일을 해오면서 많은 것을 느꼈을 것 같다.
A 프로게이머 시절에는 스타크래프트라는 종목을 해왔기에 내 노력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졌다. 나만 잘하면 되는 종목이었기에 대회 준비를 많이 하면 그에 따라 결과가 따라왔다. 해설자로 활동할 때에는 정말 힘들었다. 방송에서 발성을 어떻게 해야 하고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배우지 못한 상황에서 덜컥 일을 하기로 했다. 연습했을 때에는 잘했다고 생각하는데 막상 생방송에 들어가니까 실수를 범했고 그로 인해 카메라 울렁증이 생기기도 했다. 방송인이라고는 하지만 편집의 힘이 큰 프로그램들을 했기에 나의 역량보다는 편집자, PD의 역할이 컸고 같이 해주는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지도자 생활을 LoL로 하기 시작했는데 남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만 잘해서는 이길 수 없는 게임이다. 피드백 과정에서도 마음 상하는 경우가 많았고 팀워크가 깨지는 것도 봐왔다. 아카데미에 들어오기로 마음 먹고 젠지와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이런 부분들을 반영하면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는데 나와 추구하는 부분이 같았고 회사에서는 진일보한 성장 방향까지 제시했기에 합류하기로 했다.
Q 어떤 아카데미를 만들고 싶나.
A e스포츠 업계는 한창 성장하는 분야이지만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가르쳐줄 곳은 별로 없다. 특히 지도자나 분석가의 역할을 배울 곳이 별로 없다. 젠지가 아카데미가 이런 분야에서 인재들을 배출한다면 업계 전체에 도움일 될 것 같다. 우리는 학생을 가르친다는 생각에 그치지 않고 차세대 e스포츠 리더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생각으로 교육에 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프로게이머들 중에서는 은퇴 이후의 삶을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를 거쳐간 프로게이머가 300명이 넘는데 그들 중에 잘 살고 있는 프로게이머는 20명도 되지 않는 것 같다. 청춘을 바쳤는데 후회로 남기기는 싫다는 생각으로 이 곳으로 왔다. 차세대 도전자들이 투자한 생각만큼은 보상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Q 장민철이 만들고 싶은 e스포츠의 미래상이 궁금하다.
A e스포츠를 사람에 비유하면 이제 세 살 정도 됐다고 생각한다. 걸음마는 이미 뗐지만 한창 호기심이 많을 때다. 사물을 만져 보고 도전하고 느껴보는 시기다. 가시에 찔리기도 하고 벽에 부딪힐 수도 있지만 그런 것들은 다 성장통이라고 생각한다. 올바른 길을 건강하게 가기 위한 시행착오다.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스포츠 전문 기업인 젠지에 들어온 것도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어서 길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카데미 헤드 코치로서 바라는 부분이 있다면 학생들이 나중에 기억을 떠올렸을 때 장민철이라는 강사가 있었다고 생각해주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나는 찰나이고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겠지만 조금이라도 생각이 난다면 내 인생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글=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사진=박운성 기자 (photo@dailyesports.com)
*오자 수정했습니다.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