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이적 후 첫 시즌에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겠죠. 팀에 적응해야 한다는 큰 미션이 눈앞에 있는 상황에서 실력을 늘리고 내가 잘하는 플레이를 찾아내서 전성기라는 평가를 받는 선수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여기, 그 어려운 일을 해낸 선수가 있습니다. Kt 롤스터로 이적해 자신의 날개를 활짝 펼치고 날아오른 ‘에이밍’ 김하람이 그 주인공입니다. 그는 진심을 다해 자신의 결점을 극복했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지웠고 실력을 키우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여기까지 걸어 왔습니다.
이번 시즌 첫 펜타킬로 전성기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에이밍’ 김하람. 많은 비판을 들으면서도 그가 프로게이머의 길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했기에 지금의 결과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과연 그는 어떤 노력으로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것일까요?
새로운 코칭 스태프, 새로운 선수들과 새로운 kt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는, 어렵게 팬들 앞에 선 ‘에이밍’ 김하람의 스펙타클한 이야기 지금부터 함께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DES=아마 팬들에게 이렇게 본인의 이야기를 길게 털어놓는 것은 처음일 것 같아요. 팬들에게 인사 한번 부탁 드려요.
김하람=안녕하세요. 철없었던, 하지만 열심히 반성했고 노력하고 지금도 고민하고 있는 ‘에이밍’ 김하람 입니다. 팬들 앞에 너무 일찍 선 것은 아닌지 고민이 들지만 그래도 이렇게 제 이야기를 하게 될 기회가 생겼고 최대한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를 들려 드리고 싶어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됐습니다.
DES=지난 해 이야기를 해볼게요. 아프리카를 떠나서 kt로 오게 됐잖아요. 어떤 스토리가 있었어요?
김하람=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생각했는데 자유계약 선수가 됐다는 소식에 가장 먼저 강동훈 감독님께 연락이 왔어요. 내 가치를 높게 봐주신 것이 너무 감사했고 무엇보다 kt가 대대적인 리빌딩을 예고한 상황에서 저를 가장 먼저 불러 주셨다는 사실이 좋았어요. 가장 먼저 kt에 깃발을 꽂고 기다릴 수 있는 거잖아요.
당시 시장에 원거리 딜러가 워낙 없었기 때문에 주변에서는 더 기다려서 몸 값을 높이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조언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저에게는 제 가치를 알아주시고 가장 먼저 연락주신 진심이 더 중요했어요. 그래서 망설임 없이 kt로 오게 된 거죠.
DES=원래부터 kt를 좋아했다고 들었어요.
김하람=같은 팀이었던 ‘유칼’ 손우현이 이야기 해주는 것도 많이 들었었고 개인적으로는 닉네임도 멋있더라고요(웃음). 당시 저도 새 출발이 필요했고 kt 역시 새롭게 출발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뜻이 맞아서 더 좋기도 했고요.
DES=kt에 와서 더욱 성장한 느낌이에요.
김하람= 우선 게임을 하면서 많이 침착해졌어요. 게임 보는 눈도 많이 좋아지기도 했고요. 무엇보다도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생애 첫 펜타킬도 할 수 있었죠. 노력은, 연습은 배신하지 않는 다는 것을 느끼고 나니 게임이 잘 풀리더라고요.
DES=사실 팀을 이적하고 난 후 좋은 성적을 내기란 쉽지 않잖아요. 팀 적응도 해야 하고, 코칭 스태프와 이야기도 많이 나눠야 하고 할 일이 많은데 어떻게 더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김하람=우선 나를 믿고 선택해준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적응하는 데는 어렵지 않았어요. 서로를 믿고 시작했기 때문에 이야기를 나누고 의견을 조율할 때도 큰 문제가 없었죠. 제 이야기를 많이 들어 주셨고 최선의 선택을 내려주셨어요. 게다가 형들 역시 앞에서 많이 끌어줬기에 제가 더 마음 편하게 적응했던 것 같아요. 제가 이 팀에 막내거든요(웃음).
DES=김하람 선수가 어디 가서 막내 소리를 들을 나이는 아닌데 신기하네요(웃음).
김하람=다른 팀들에 10대가 많아서 그런 것 같아요. 전 아직도 이 팀의 막내입니다. 사실 막내라고 해서 형들이 막 대한다거나 어떤 일을 더 시키지는 않아요. 불편함 보다는 편한 점이 더 많다고 봐도 무방하죠. 가끔 식당에 가서 수저를 놓을 때 형들이 ‘막내가 가만히 있네’라고 말하는 것만 빼면요(웃음).
DES=지금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지난 해까지 사실 많이 힘들었잖아요.
김하람=2년 전 과거에 제가 잘못된 말을 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죠. 제가 잘못 발언을 했다는 것은 사실이기에 변명의 여지가 없었어요. 그냥 너무 죄송했고 부끄러웠고 뭐라고 사죄를 해야 할지도 몰랐던 것 같아요. 중간에 오해도 있었고 과장된 부분도 있긴 했지만 모든 논란은 제가 만든 것이 맞기 때문에 진심을 다해 사죄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안 힘들었다고 하면 거짓말이에요. 혼자 많이 울기도 했죠.
DES=10대에, 그 정도의 비판을 받았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망갔을 것 같아요. 저 역시도 도망가지 않았을까 싶거든요. 그런데 그 비판을 다 들으면서 은퇴를 생각한다거나 도망가지 않았어요. 이유가 있을까요?
김하람=우선, 도망가고 싶지 않았어요. 잘못이 있으면 책임을 지고 해결을 해야지 은퇴를 하거나 도망가는 것은 맞는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어떻게든 진정성을 보여주고 진실된 사과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어요.
그리고 할 줄 아는 것이 게임뿐이었고 이루고 싶은 꿈이 있기에 도전한 분야를, 이런 식으로 포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시련이 있다면 극복할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써보고 싶었어요. 최선을 다해보지도 않고, 노력해 보지도 않고 내 잘못으로 인해 받는 비난에서 도망가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떤 잘못으로 인해 비판을 받는 것에 경중은 없다고 생각해요. 잘못했으면 혼이 나야 맞는 것이고 그 혼의 무게나 정도를 제가 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만약 억울하거나 분했다면 아마 도망갔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제가 잘못한 것은 사실이었고, 팬들의 분노도 충분히 이해했기에 진심 담김 사과를 어떻게 할지, 내 마음을 어떻게 전할지 고민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라고 생각했죠. 도망가는건 가장 비겁한 선택이라고 생각했거든요.
DES=그 진심을 팬들도 조금씩 알아줄 것이라 생각해요. 얼마 전 한국사능력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어요.
김하람=처음부터 어떤 의도를 가지고 시작한 것이 아니에요. 잘 모르던 부분들을 알고 싶은 마음이 강했던 상황이었는데 어떤 분이 직접 책 한 권을 보내주셨어요. 다양한 역사들이 적힌 책이었는데 읽고 나니 좀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2019년부터 인터넷 강의도 듣고 책도 읽으면서 역사에 대해 공부를 하기 시작했죠.
공부를 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던진 말들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새삼 더 깨달을 수 있었죠. 사실 학교를 일찍 그만두고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면서 이런 부분들이 많이 부족했거든요. 처음에는 공부하는 것이 힘들긴 했는데 나중에는 이야기 듣듯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어요.
사실 시험을 보겠다는 생각도 없었는데 제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 궁금해 지더라고요. 마침 비시즌에 시험을 볼 수 있길래 한번 도전해봤죠. 처음부터 무조건 합격해야겠다는 생각도 없었는데 덜컥 합격하고 나니 기분이 좋더라고요.
DES=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역사 가운데 어떤 부분이 가장 재미있었는지 궁금해요.
김하람=저는 고구려, 백제, 신라가 함께 한 삼국시대가 가장 재미있었어요. 우선 어렸을 때 티비에서 선덕여왕이나 광개토대왕 등 재미있게 봤던 사극들이 있는데 그 주인공들이 역사에 등장하잖아요. 재미있더라고요.
게다가 우리나라 역사 중 거의 유일하게 서로 영토 전쟁을 펼친 시기잖아요. 어떻게 보면 리그 오브 레전드도 상대 영토를 점령하는 게임이다 보니 뭔가 맞물려서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각자 가장 부흥했던 시기에 영토가 가장 넓었다는 사실도 재미있고요.
DES=역시 프로게이머라 전쟁을 좋아하나 보네요(웃음).
김하람=승부의 세계를 즐기지 않는 사람은 프로게이머가 될 수 없는 것 같아요. 공부에서 끝나지 않고 굳이 시험을 보는 저에게 누군가 그런 말을 했거든요(웃음).
DES=그래도 마음의 짐을 많이 털어 버려서 그런지 이번 시즌에는 전성기가 온 것 같다는 평가를 받았어요.
김하람=사실 그동안 위축돼있고 자신감도 많이 떨어져 있어서 아무리 연습을 많이 해도 실전에서는 실력이 잘 나오지 않더라고요. 스스로도 답답했고 언제까지 이렇게 벽 안에 갇혀서 플레이를 해야 할지,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나오는 기분이었어요.
다행히 팬들이 조금씩 저의 이야기를 들어 주시면서 자신감도 회복했고 할 수 있다는 의지도 생기면서 그동안 노력했던 부분들이 조금씩 나오는 것 같아요. 팀에게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됐다는 사실 만으로도 정말 기뻐요.
DES=아까 꿈을 아직 이루지 못해 은퇴는 생각도 안 했다고 말했잖아요. 어떤 꿈을 꾸고 있어요?
김하람=우선은 롤챔스 우승이 목표죠. 정말 너무, 너무, 너무 하고 싶어요. 나아가 모든 프로게이머들의 꿈인 롤드컵 무대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장면을 상상해 보곤 하죠.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 같아요.
꿈이 있었고 꿈을 포기할 수가 없었어요. 지금도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요. 정말 꼭 이루고 싶어요. 저 역시 아직은 게임을 하고 난 뒤 아쉬움이 남는 것을 보면 전성기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빨리 제가 전성기가 돼 팀을 우승시킬 수 있는 선수로 성장하고 싶어요. 물론 우승은 다 같이 하는 것이지만 제가 빨리 성장할수록 팀의 우승이 가까워 진다는 확신이 있거든요. 더 노력해야죠.
DES=앞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은지 궁금해요.
김하람=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프로게이머로 기억되고 싶어요. 그리고 밖에 나가면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는 유명한 프로게이머도 되고 싶고요(웃음). 꿈을 향해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선수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해야죠. 지금도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찾고 있어요. 그렇게 항상, 꾸준히 노력하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DES=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김하람=어떤 말을 먼저 꺼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응원해 주셨던 분들, 따끔한 충고 해주셨던 분들 모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항상 노력하는 게이머로 기억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좋은 모습만 보여드리겠습니다. 앞으로도 도 많은 응원 부탁 드립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