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게임에서는 캐리하는 선수와 뒤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선수가 존재합니다. 남들이 보기에 화려한 플레이를 주로 하는 선수들 뒤로는 그들이 마음껏 활개칠 수 있도록 조용하게 자신의 할일을 묵묵히 하는 선수가 있죠. 그런 선수들이 있기에 팀은 승리를 할 수 있는 것이고, 에이스도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에서 가장 저평가(?)된 선수를 꼽아 보라면 주저 없이 '라스칼' 김광희를 떠올리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는 화려한 플레이와는 거리가 멉니다. 경기를 캐리하는 장면도 자주 볼 수 없습니다. 그는 MVP나 POG와는 인연이 없습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그는 이미 'LCK 최강 탑 라이너'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는 다른 동료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누구보다 충실하게 해내기 때문이죠. 스스로 빛나기 위해 애쓰지 않습니다. 팀이 빛날 수 있도록 그는 욕심을 내지 않고 자기 할일을 완벽하게 해냅니다.
전 팀에 있을 때도 '라스칼' 김광희는 자신이 원하는 챔피언을 대부분 픽하지 못했습니다. 속상하지 않냐는 질문에 "내가 원하는 챔피언을 하는 것보다 팀이 원하는 역할을 해내고 나로 인해 팀이 이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 했던 선수입니다.
젠지에서도 그의 역할은 많이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예전보다 그는 더욱 행복한 것 같아 보입니다. 젠지가 승리할 때마다 그의 행복지수는 계속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팀의 승리이기 때문이죠.
"남들이 보기에는 눈에 띄는 플레이를 하지 않기 때문에 '그저 그런 선수'라는 평가를 내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전 그런 시선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팀 내부적으로 저를 인정해 주고 있고 제가 팀에 반드시 필요한 선수라는 것을 알아주시기 때문에 힘내서 플레이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주인공이 되지 못해 속상하지 않냐는 우문에 이같은 현답을 낼 줄 아는 선수. 그래서인지 어느 때부터 '라스칼' 김광희가 경기장에서 더욱 빚나 보였습니다. 잘하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이 절제할 줄 아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겠죠. 강한 탑 선수를 상대로 솔킬을 따내기도 하는 실력자이기에 그의 절제된 플레이가 더 빛을 발하는 것 같습니다.
"팀의 승리를 위해 가장 최적화된 플레이나 픽을 고민하는 것이 제가 하고 있는 일입니다. 물론 팀의 이야기도 들어봐야겠지만 제가 팀이라면 저를 좋아할 것 같아요(웃음). 낄낄빠빠(낄 땐 끼고 빠질 땐 빠진다는 뜻)를 정말 잘하고 평소에도 그런 성격이라 인게임적으로도 그런 부분이 반영되지 않나 싶습니다."
김광희는 '비디디' 곽보성이 POG를 독식한 후에도 스스로에게 10점 만점에 1.5점을 주는 것을 보며 "역시"라는 감탄사를 내뱉었다고 합니다. 평소에도 곽보성은 남에게는 무척 관대하지만 스스로에게 굉장히 엄격한 타입이기에, 함께 팀을 꾸려 나가는데 너무나 행복하다며 미소지었습니다.
"워낙 잘했던 선수이기에 스스로에 대한 평가가 냉정하더라고요. 저렇게 잘해도 스스로에게 1.5점을 주는 것이 장난이나 겸손이 아니라 진심이에요. 그래서 같이 플레이 하는 선수가 정말 편하고 보고 배울 점이 많은 거죠. 그런 면에서 저는 동료 운도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의 '라스칼' 김광희는 "지금뿐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팀이 우승하는데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예전에도 앞으로도 그가 주인공이지는 않겠지만 그의 바람대로 많은 팀이 필요로 하는 선수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