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릴라' 강범현은 최초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선수입니다. 이번도 그는 '최초'로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에서 외국인 감독과 함께 팀생활을 하는 주장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하게 됐습니다.
"처음 팀에게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정말 놀랐어요. 나는 또 남들이 걷지 않은 길을 처음으로 걷게 되는구나 했죠. 운명이라고 받아 들이고 팀이나 저 그리고 감독님 모두 새로운 도전이었기 때문에 이왕 하게 된 것 즐겁게 하자고 생각했어요."
샌드박스는 서머 시즌 초반 연패를 거듭했습니다. 감독의 빈자리가 생각보다 컸던 것이죠. 자가 격리 기간으로 인해 팀의 패배를 보고만 있었던 감독 입장에서는 속이 탈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 기간에도 감독님이 영상 통화 등을 통해 저희와 소통하려고 노력하셨어요. 결국 그런 노력들 덕분에 최초의 외국인 감독님이지만 이질감 없이 팀과 잘 어울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랑 운명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감독님이 합류한 뒤 바로 승리를 따냈잖아요. 신기했어요."
외국인 감독이기 때문에 가지는 이득에 대해 강범현은 "다른 언어"라는 조금은 독특한 이유를 꼽았습니다. 얼핏 생각했을 때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이유입니다. 언어가 다르기에 불편한 점이 더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강범현의 설명을 들으면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신기하게 다른 언어다 보니 피드백을 받을 때의 감정이나 태도가 달라져요. 같은 말이라도 한국어로 들을 때와 외국어로 들을 때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선수들이 받아들이는 진지함과 집중력 역시 다를 수밖에 없고요. 참 아이러니하죠(웃음). 뭔가 같은 내용이라도 다른 언어로 들으니 다른 이야기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신기한 효과인 것 같아요.
다들 언어장벽이 있지 않을지 걱정을 많이 하더라고요. 저도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감독님이 적극적이세요. 통역에게 다 맡기고 나몰라라 하지 않으세요. 자주 쓰는 한국어를 배우는데 적극적이고 공부도 많이 하시고요. 그런 적극적인 태도 덕분에 저희도 소통하는데 적극적으로 변하는 것 같아요."
한 팀의 주장은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들 사이를 조율하는 역할을 가장 많이 합니다. '고릴라' 강범현은 오랜 기간 주장 역할을 해왔고 영어를 어느 정도 할 줄 알기 때문에 가장 적임자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외국인 감독과 선수 사이에서 조율하는 일은 언어가 된다 해도, 해왔던 일이라 해도 쉽지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저도 영어가 소통이 가능한 정도지 유창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힘든 점이 많아요. 완벽주의자다 보니 제 생각을 전달하는데 한계가 느껴질 때는 저도 모르게 피하기도 해요. 혹시 서운하지 않으실지 살짝 걱정되긴 해요. 감독님! 저의 영어가 부족한 이유니 오해하지 마세요."
시즌이 점점 막바지로 접어들수록 선수들은 초조할 수밖에 없습니다. 샌드박스는 현재 동부리그에 머물러 있는데요.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려면 빨리 서부리그로 넘어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아직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어요. 선수들과 더 힘내고 있으니 많은 응원 부탁 드립니다. 저도, 감독님도, 동료들도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시즌이니 팬들의 응원이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