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CC 어텀 2020 본선 무대를 밟은 정성민은 한 경기를 치를 때마다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마침내 빛을 봤다. 그룹 스테이지에서는 3승 1무를 기록하며 선봉장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고, 4강 넉아웃스테이지부터는 3연속 올킬을 달성하며 EACC 역사상 처음으로 팀의 무패 우승을 견인했다. 팀의 모든 선수가 매번 경기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줘야하는 것을 감안했을 때 무패 우승의 기록은 당분간은 깨기 어려울 것이다.
정성민의 EACC 어텀 2020 개인 기록은 13전 12승 1무 15골 3실점. 단 1패도 하지 않았다. 경기당 득점은 1을 넘는 반면 실점은 0.3을 넘지 않아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탁월한 성적을 보여줬다. 정성민은 폭발적인 경기를 보여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팀을 꼽았다. 자신을 믿어준 팀이 있기에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는 것. EACC에서 '무패 우승', '3연속 올킬'이라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써낸 정성민을 만나 우승까지 따낼 수 있었던 비결을 들어봤다.
Q 이번 우승 진심으로 축하한다. 우승컵을 들어올린 소감은.
A 잘한다고 생각했던 상대들을 모두 이겨서 정말 기쁘다. 우승을 생각지도 못했고 바라지도 않았는데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사실 팀 동료들은 경기를 많이 못 뛰어서 우승에 대해서 잘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웃음).
Q 우승을 예상했나.
A 이렇게 좋은 성적으로 우승할 지 몰랐다. 연습때 상대 전술을 연구하고 팀원들과 의견을 공유한 게 도움이 많이 됐다. 처음 올킬을 하고나니 그 때부터 컨디션이 최상으로 올라왔고 4강 승자전 경기에서 산둥 루넝까지 잡아내는 순간 우리의 우승이 보였다.
Q 매 경기 어떤 자세로 경기에 임했나.
A 그룹 스테이지에서는 항상 선봉으로 나오다보니 절대로 내가 먼저 져서 뒤로 넘기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처음 한 두판을 이기니까 계속해서 자신감이 생겼다. 4강부터는 항상 첫 번째 판이 고비였다. 중국 선수들이 내 스타일을 연구해서 나온 느낌이었지만 첫 번째 승리를 가져온 뒤에는 항상 승리를 확신했던 것 같다. 특히, 두 번째 판부터는 내가 져도 우리 팀에 (곽)준혁이와 (최)준호가 있다는 생각을 하고 편하게 게임하니 나도 모르게 연승했다.
Q 이번 대회에서 무패 우승, 최다득점, 10연승, 3연속 올킬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써냈다.
A 일단 좋은 결과를 만들어 굉장히 만족스럽다. 팀으로 보면 무패 우승, 개인 기록 면에서는 3연속 올킬이 가장 마음에 드는 기록이다. 한편으로는 이번 EACC에는 득점왕이나 MVP 시상이 따로 없어서 그 부분이 조금 아쉽긴하다.
비결이 있다면 철저한 분석과 연습량인 것 같다. 이호 감독님과 팀원 모두가 함께 많이 노력했다. 팀원끼리 중국을 상대할 맞춤 전략을 연구하고 서로가 연습상대가 돼줬다. 그렇게 하다보니 모두가 실력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것 같다(웃음).
Q 사실상 경기를 너무 잘해줘서 다른 팀원이 출전할 기회가 없었다. 어떤 생각을 했나.
A 혼자만의 우승이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준혁이와 준호 모두 폼이 굉장히 좋았다. 준혁이는 사실 조별 스테이지만 보면 나보다도 좋은 기록을 갖고 있었다. 준호도 선발전 당시에 올킬까지 했을 정도로 굉장히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는 선수다. 팀이 있기에 내가 있을 수 있는 거고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Q 이번 대회에서 사용한 전술과 특징을 소개한다면.
A 사용한 전술은 4-1-2-3이다. 특징을 말하자면 측면에 위치한 윙어들이 정말 잘 움직여줘 다채로운 공격 패턴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수비를 잘 못하는 사람이 사용하면 상대 공격에 쉽게 당할 수 있다. 그럴 때는 성향을 수비적으로 내리면 보다 편해진다. 자세한 세부 전술은 유튜브에 올려놨다. 궁금하신 분들은 유튜브에서 시청해주시고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다. 보는 김에 구독과 좋아요는 덤으로(웃음).
Q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나 선수가 있다면.
A 산둥 루넝의 첸젠유와 대결이 기억에 남는다.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유일하게 지고 있다가 역전한 경기다. 다른 중국 선수들에 비해 공격적이었고 포메이션이 특이해서 더 기억에 남는다. 게임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4-2-2-2 전술을 사용했던 것 같다.
기억에 남는 선수는 울브즈의 루잉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전후반 90분 경기로는 내가 못 이길 것 같다고 생각했다. 두 번 만나 모두 무승부를 기록했다. 중앙, 측면할 것없이 전략이 다양하고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뛰어난 선수다.
Q 이번 대회 뿐 아니라 중국 선수들은 항상 크로스 전략을 들고 오는 것 같다.
A 중국이 크로스 전략을 고수해줘서 고마웠다. 나도 크로스 전략을 많이 연구하고 실제로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중국 선수만큼 많이 안다고 자부한다. 결론적으로 내가 알고 있는 전략이기에 어떻게 올지 미리 알았고 막기도 쉬웠다. 대회에서 크로스로 딱 1실점밖에 내주지 않았다.
Q 이번에 중국 선수들의 비신사적인 행동도 약간의 이슈가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나.
A 사실 대회란 게 원래 그런 자리다. 국내, 국제 대회 뿐 아니라 실제 축구에서도 유리한 상황에 선수 교체를 통해 경기 템포를 조절하고 공을 돌린다. 다만 중국 선수들이 계속해서 같은 플레이를 하는 걸 보고 자신의 플레이에 자신감이 없는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웠다.
Q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A 이번 EACC에서 많은 것을 이뤘다. 게임만 놓고 본다면 앞으로 다가올 e콘티넨털 컵에서 전세계 강팀을 모두 잡고 정상의 자리를 차지하는 게 목표다. 무패 우승을 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팀원들과 최대한 높은 곳까지 올라가보고 싶다. 사실 결승만 가도 좋을 것 같긴 하다(웃음).
개인적으로 다른 목표도 몇 가지 생겼다. 대회도 대회지만 개인 방송 쪽에서 하나하나 목표를 만들고 이뤄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는 방송을 켜도 진짜 게임만 했다. 앞으로는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어나갈 예정이다. 사람들이 이번 EACC를 통해 나를 많이 알아주고 함께 같이 게임을 즐겼으면 좋겠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생각해보면 진짜 고마운 사람들이 많다. 크레이지윈 대표님과 이호 감독님은 우리 팀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사소한 부분까지 하나하나 다 챙겨주셨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팀원들도 항상 고맙고 앞으로 더 친하게 지내고 싶다. 또 크레이지윈 팬분들과 내 팬분들께 항상 고마움을 느낀다. 앞으로도 우리 팀을 응원해준다면 계속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끝으로 다시 한 번 크레이지윈의 우승을 축하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손정민 기자 (ministar1203@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