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L 슈퍼 토너먼트 2020 시즌2 결승전을 앞두고 아프리카 프릭스의 프로토스 김대엽은 "어윤수가 군에 가면서 준우승의 아이콘이 사라진 상황에서 또 다른 아이콘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대엽이 지목한 어윤수의 후계자는 조성호였다.
김대엽의 말을 들은 조성호는 누가 봐도 흔들렸다. 곧바로 받아치지 못했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답을 내놓지 못했다. 실제로 조성호는 최근에 열린 크고 작은 대회에서 우승이라는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준우승의 아이콘이 되어가고 있었다.
결승전이 시작되자 조성호는 우승을 위해 패기 좋게 노를 저어 나갔다. 1세트부터 3세트까지 초반부터 휘몰아치면서 김대엽에게 카운터 펀치를 연달아 날렸고 세트 스코어 3대0으로 앞서 나갔다.
2014년 MLG 애너하임에서 정상에 오른 뒤 개인리그 우승을 달성하지 못했던 조성호는 6년이라는 세월 만에 트로피를 들어 올릴 기회를 잡는 듯했다.
하지만 김대엽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특유의 중후반 운영 능력을 앞세워 힘싸움 구도를 만들었고 집중력이 흐트러진 조성호를 흔들며 4, 5, 6세트를 연이어 따냈다.
조성호는 "3세트까지 연이어 이길 때만 하더라도 '우승이 이렇게 쉬웠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세 세트를 내주면서 '그래 우승은 쉽지 않아. 그리고 나는 준우승이 더 많은 선수야'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라고 말했다.
7세트에서 과감하게 공격에 나선 조성호는 차원분광기를 잃으면서 힘이 빠지는 듯했다. 7전4선승제 리버스 스윕 패배라는 최악의 단어까지 떠올랐지만 조성호는 집중력을 잃지 않았고 병력을 갈무리하면서 재차 공격을 시도했다. 조성호의 회복력을 따라가지 못한 김대엽은 GG를 선언했다.
GSL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대회에서 처음 우승을 차지한 조성호는 "프로게이머를 일찌감치 시작했기에 경력이 상당히 오래됐지만 제대로 된 우승을 해본 적은 거의 없다"라면서 "뒤늦게 우승을 맛봤지만 아직 선수로 뛸 시간이 많기 때문에 자주 이 자리에 오르겠다"라고 소감과 각오를 전했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