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호준 감독은 지난해 개인전 은퇴에 이어 12월, 14년간의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으며 한화생명 카트라이더 팀의 감독으로 부임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선수 시절 한 종목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뿜은 워크래프트3의 '문' 장재호, 리그 오브 레전드의 '페이커' 이상혁처럼 카트라이더 리그의 부흥을 이끌었고 마지막 시즌인 2020년에도 팀전 2회 연속 우승과 개인전 1회 우승까지 기록했기에 선수 은퇴 소식은 더욱 아쉽게 느껴졌다.
최정상 자리에 있던 선수가 은퇴를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의 선수 생명은 다른 기성 스포츠보다 비교적 짧으며, 절정의 기량을 뽐내면서 성과를 낸 선수들은 '최고' '1등'이라는 타이틀을 더욱 놓치기 싫을 것이다. 그러나 오랜 기간 최고의 위치에 있었던 문호준 감독은 오히려 모두가 박수치며 열광할 때 떠나기를 결심했고, 카트라이더 리그의 발전과 선수들의 성장을 이끌어주기 위해 은퇴와 동시에 감독으로의 새출발을 결심했다.
감독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문호준 감독은 데일리e스포츠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선수가 아닌 감독으로서의 출사표를 던졌다.
Q 한화생명e스포츠 감독으로 부임한 소감 부탁드린다.
A 안녕하세요, 한화생명e스포츠 감독 문호준입니다. 프로게임단의 주장도 무거운 직책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프로게이머 은퇴 후 주장을 내려놓고 감독으로 부임하게 되었는데, 더욱 무거운 자리임을 다시금 깨닫고 있다.
Q 한화생명 말고도 다른 팀에서의 러브콜이 왔었나.
A 함께했던 선수단 외에 다른 팀은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나로 인해 프로게이머 세계에 진입한 배성빈, 박도현의 성장을 이끌어주고 싶었다.
Q '카트 황제'에서 감독으로 새 시즌을 맞이하니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이번 시즌 어떤 성과를 내고 싶나.
A 팀적인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문호준이 이끄는 팀의 목표가 준우승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팀의 우승과 더불어 개인적으로는 최영훈의 리더십을 이끌어 내는 것이 목표다.
Q 어떤 지도자가 되고 싶은가.
A 프로게이머로서 성적과 퍼포먼스가 안 나오면 떄로는 엄하게 다가가겠지만, 오랜 프로게이머 생활의 경험을 바탕으로 선수단의 심리를 가장 잘 이해해주는 지도자가 되는 것이 이상향이다.
Q 어떤 색을 가진 팀을 만들고 싶나.
A 어느 누가 어떤 포지션에 서더라도 성적을 낼 수 있는, 언제든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다채로운 색깔의 팀을 만들고 싶다.
Q 새로운 신인 선수를 새롭게 발굴하고 육성할 생각이 있나.
A 배성빈과 박도현이 베테랑으로 성장한다면 그 이후에 생각해보겠다.
Q 첫 지도자 생활로 한화생명e스포츠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A 가장 책임감을 느끼는 팀이기에 한화생명e스포츠 팀의 지도자가 되고자 했다.
Q 2021 카트라이더 리그가 한 달 가까이 연기됐다. 아쉽지는 않나.
A 어쩔 수 없는 상황인지라, 리그가 연기된 것은 아쉽지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수단은 팬들의 사랑을 받아, 팬심을 원동력으로 더 노력하는 존재다. 아무래도 리그가 연기돼 아쉬운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방송으로 충분히 소통하고 있고 개막전에 맞춰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Q 한 시즌 휴식을 취한 유창현을 데려왔고, 문호준 감독이 선수 시절 유창현을 데려오고 싶었다고 들었다. 이유가 무엇인가.
A 유창현의 장점은, 단점이 없는 것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아이템과 스피드전을 막론하고 부각되는 단점이 없는 밸런스형 선수라는 것이 큰 장점이라 함께하고 싶었다.
Q 연습 성적은 잘 나오는 중인가.
A 최영훈, 박도현, 유창현, 배성빈의 호흡이 점차 맞아가고 있다. 선수단의 실력은 이미 증명됐고, 서로 간의 합이 얼마나 잘 맞는지에 따라 연습 성적이 달라지고 있다. 연습 성적은 연습 성적일 뿐, 다양한 실험을 통해 리그에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
Q 라이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카트라이더 리그의 스토리가 풍성해진다. 특별하게 라이벌이라고 생각하는 팀과 감독이 있나.
A 모든 프로팀들이 다 라이벌이라고 생각한다. 또 아마추어 선수들의 기세도 무섭게 올라오고 있기 때문에 다 경계해야한다고 생각한다.
Q 지난해 카트라이더 리그 시즌1, 2에서 성남 락스를 결승에서 만나 모두 승리했다. 특히 성남 락스 박인재 감독과의 지도자 대결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서로의 장단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A 박인재 감독의 코칭을 받아보지 않아 장단점을 논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박인재 감독은 다양한 전술 전략을 활용하는데 있어 큰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코칭 스타일은, 선수단의 심리적인 고충을 이해하면서 최대한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게 프로게이머로서의 모든 노하우를 간결하게 알려주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Q 문호준 감독이 생각하는 '제 2의 문호준' 타이틀을 이어갈 선수는 누구라고 생각하나.
A 현재로서는 유창현이 가장 가까운 것 같다. 최영훈 또한 스피드전 기량이 많이 올라와서 좋은 선수라고 생각한다. 배성빈과 박도현은 내가 은퇴한 팀에서 어느 정도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지 흥미 있게 지켜보고 있다.
Q 미래에도 카트라이더 프로팀 감독으로 쭉 커리어를 이어갈 것인지. 또는 다른 e스포츠 업계로의 진출 가능성도 있나.
A 오랜 시간 몸담아온 카트라이더와 e스포츠 업계에 내가 도움이 된다면 어느 방면이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Q 팀전, 개인전 중 어떤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나.
A 상금으로 보나, 규모로 보나 현재로서는 팀전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개인전 우승으로 기량을 증명할 수 있지만, 팀전 우승이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Q 감독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2021년. 새해 소망이 있다면.
A 작년 한 해 참여한 모든 경기에서 우승했음에도 불구하고, 팬 분들과 함께 호흡하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 올해에는 팬 분들과 직접 만나 소통할 수 있도록, 시국이 빠르게 안정화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 긴 인터뷰 답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독으로 참가하는 첫 카트라이더 리그에 임하는 각오와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A 감독으로서 맞는 첫 카트라이더 리그인데, 무관중으로 열리는 것이 아쉽다. 팬분들과 직접적인 만남과 소통은 어렵겠지만, 최상의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 노력하겠다.
안수민 기자 (tim.ansoomin@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