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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한 시대 풍미한 '테러리스트' 정명훈의 LoL 감독 성장기

리브 샌드박스 정명훈 2군 감독.
리브 샌드박스 정명훈 2군 감독.
정명훈은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에서 '테러리스트' '국본'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한 시대를 풍미한 선수 중 한 명이다. 한 번의 우승과 4번의 준우승 성적을 거뒀으며 대한민국 e스포츠 명예의 전당 헌액자임과 동시에 역대 KeSPA 랭킹 1위 중 한 명으로 남아있다.

2012년부터 스타크래프트 2로 종목을 변경한 정명훈은 코드 S와 A를 오가며 왕성하게 활동하며 한 번의 우승과 준우승 기록을 세웠고 2018년 군 제대 이후 다시 한번 현역에 복귀해 꾸준히 32강 이상에 성적을 올렸다. 선수 시절 정명훈은 '포기를 모르는 남자'였다. 항상 피땀 흘리는 노력과 꾸준함을 보여주는 선수로 유명했으며 포기하지 않는 근성으로 수많은 경기를 역전하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정명훈은 2019년 말 프로게이머 은퇴를 선언한 뒤 샌드박스 게이밍(현 리브 샌드박스) 리그 오브 레전드 팀으로부터 멘탈 코치 제의를 받아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그는 멘탈 코치직을 수행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양분 삼아 선수들의 심신을 보살펴줬고, 지난해 4월 감독 대행 직책으로 팀의 LCK 승강전 잔류를 이끌면서 지도자로서의 첫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이제 정명훈은 팀에서 그 능력을 인정 받아 감독 대행이 아닌 리브 샌드박스 2군 팀의 정식 감독으로 활동한다. 정명훈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지난해는 나 자신이 코칭스태프로서 성장하는 시기였다고 생각한다"며 "이제는 감독이라는 직함을 달고 활동하기 때문에 올해가 제일 중요하다. 이제는 성적으로 보여줘야 할 때"라며 각오를 내비쳤다.

스타1 프로게이머에서 리브 샌드박스 감독까지,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 정명훈과 나눈 진솔한 대화를 함께 들어보자.

◆감독으로서의 첫 걸음
Q 2군 감독으로 부임한 소감.
A 회사에서 신경을 많이 써줘서 2군 감독 자리를 하고 있는데 정말 배울 것이 많은 좋은 자리라고 생각한다. 시즌 준비하면서 경기 내외적으로도 많이 성장하는 것이 느껴져서 좋게 생각한다. 힘든 점도 있지만 좋은 점도 많기 때문에 작년보다는 훨씬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Q 지난 2019년 12월 리브 샌드박스 1군 멘탈 코치로 있을 당시 데일리e스포츠와 가진 인터뷰에서 1년 뒤에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얼마나 성장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A 확실한 것은 작년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성장한 것이 느껴지지만 아직 성과를 낸 것은 없다. 경기 내적 부분과 코칭에 있어서는 사람을 대하는 것이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해 일단은 만족스럽다. 하지만 올해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작년은 맛보기였다면 이번 시즌부터는 최소한의 성과도 내면서 성장도 대폭할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내년 이맘때 또 얼마나 성장했을지 기대된다.

Q 또 수년간의 프로게이머 경험만으로는 멘탈 코치로서 부족해 스포츠 심리학 공부를 시작한다고 말했었다. 공부 많이 했나.
A 1년 전에 인터뷰할 당시 나에 대한 방향을 못 잡아서 심리학을 공부하려고 했었다. 실제로 책도 몇 권 샀다. 그러나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것이 아니다 보니 쉽지 않더라.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오랜 선수 생활을 통해 얻은 경험과 노하우를 우리 선수들에게 전해주는 것이며 성과도 있었다. 작년은 내가 가야 할 방향성을 찾는 시기였다.

Q 작년 팀 내에서 성과도 보여주고 잘했기 때문에 계속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A 잘했다기보다는 항상 지키기로 했던 것들을 성실하게 지키고 일관된 모습을 보여줘서 회사에서도 계속 믿어주는 것 같다. 감독이라는 직함으로 뛰기 때문에 올해가 제일 중요한데, 이제는 뭔가 보여주면서 나 스스로도 성장해야 하는 시기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부담을 갖고 있지는 않고 편하게 마음먹고 하고 있다.

Q 그렇다면 리브 샌드박스 2군 감독이 되면서 기존에 했던 멘탈 코치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A 이제는 멘탈 코치가 따로 없다. 2군에서는 나랑 박찬호, 최두성 코치가 함께 운영 중이다. 무엇이든지 다 같이 머리 맞대고 회의를 하지만 경기 내적인 부분에서는 박찬호 코치가 많이 보고, 외적인 부분은 최두성 코치가 본다. 최 코치는 선수들과의 공감과 달래는 부분에 능력이 있어서 선수들이 많이 따른 것 같다. 박 코치는 경기 내적으로 재능이 있고,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경기 스타일이 확고해서 전달력이 좋다.

Q 코치로 있을 때와 감독으로 있을 때 다른 점이 있다면.
A 올해부터는 코치들이랑 밴픽 연구도 많이 하면서 경기할 때도 밴픽을 같이 한다. 뭔가 이제 감독이다 보니 우리 팀에 문제가 생기거나 잘못된다는 느낌을 받을 때 그것을 캐치하려고 항상 신경이 곤두서있다. 코치들이 잘 도와주고 있어서 혼자 한다는 느낌 없이 다 같이 한다는 느낌이 든다. 코치들을 잘 만난 것 같다.

지난해 샌드박스 게이밍(현 리브 샌드박스)에서 1군 감독 대행으로 활동했었다.
지난해 샌드박스 게이밍(현 리브 샌드박스)에서 1군 감독 대행으로 활동했었다.
◆"2군 선수들이 모두 1군에서 뛰는 것을 보는 것이 목표"
Q LCK 프랜차이즈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A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체계적인 2군 리그가 생긴 것과 2군들에게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 자체가 좋다. 그리고 선수들의 최저연봉이 오르다 보니 장기적으로 보면 더 좋다고 생각한다. 대기업 스폰서들도 LCK에 많이 들어오면서 규모가 커지는 것 같아 지금까지 봤을 때는 좋은 점만 있다. 2군들에게 경기가 보장이 되니까 선수 입장에서는 올라갈 수 있는 좋은 기회이고 환경도 더 좋아졌다. 그래도 경쟁하는 것은 똑같기 때문에 편하게 생각하면 안 되고 더 열심히 해야 한다.

Q 리브 샌드박스 2군 팀만의 강점이 있다면.
A 탄탄한 기본기에 추가되는 다양한 픽들. 탄탄한 기본기만 있거나, 기본기는 없는데 다양한 픽만 있으면 오히려 안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탄탄한 기본기를 갖췄고 다양한 픽들을 갖고 있기에 이것들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Q LCK CL 내에서 객관적인 리브의 전력을 평가하자면.
A 지금 현재 상황은 강·중·약으로 따지면 '중'이다. 일단 강하다고 생각하는 팀들이 세 팀 정도 있는데 그 팀들보다 잘한다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부터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노력해야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2군 중에 특출나다고 생각되는 친구가 있는지.
A 한 명을 뽑기가 힘들다. 작년 말에 특정 선수가 돋보였다면 올해는 다른 선수가 돋보이기 때문에 한 명을 뽑기 어렵다. 개인적으로 원하는 것은 팀이 전체적으로 잘해져서 2군 선수들이 1군에서 뛰는 것을 보는 것이 목표다.

Q LCK CL 플레이오프 갈 수 있을 것 같나.
A 시즌 초반이라 애매하기는 하지만 무조건 플레이오프는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목표로 우승을 잡고 있기 때문에 플레이오프는 당연히 가야한다. 그렇지만 플레이오프를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지는 부족한 경기력으로 시즌을 치르고 있지만 많은 점들을 개선한다면 좋은 결과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선수들이 고민이나 문제 있을 때 나에게 많이 찾아왔으면"
Q 지난해 LCK 서머 승강전에는 코치가 아닌 감독 대행으로 참가했다.
A 그때가 아무래도 가장 힘든 시기였다. 지도자 생활을 오래 하지는 않았지만 1년 넘게 하면서 심적으로 가장 힘들었지만 결과가 나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나마 감독의 어려움을 살짝 엿볼 수 있었고 감독의 무게감을 느꼈다. 당시 감독 대행을 했던 경험 덕분에 지금 감독 직무를 수행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Q 팀이 연승 또는 연패를 할 때 특별하게 멘탈을 관리하는 방법이 있나.
A 나만의 특별한 방법은 없다. 연승을 할 때는 너무 신나지 않게 잡아주고, 연패할 때는 좌절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어떤 팀이든 똑같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나는 매 순간마다 좋은 말을 한 번이라도 더 해주는 것 같다.

Q 선수 생활을 은퇴하고 처음부터 리그 오브 레전드 코치를 할 생각이 있었나.
A 원래 계획은 스타크래프트 2를 더 하면서 유튜브를 병행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 찰나에 샌드박스에서 연락이 왔고 흔치 않은 일이다 보니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코로나 방역 수칙을 지키기 위해 마스크를 끼고 인터뷰를 진행하는 정명훈 감독.
코로나 방역 수칙을 지키기 위해 마스크를 끼고 인터뷰를 진행하는 정명훈 감독.
Q 2군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본인 데뷔 시절이 기억날 것 같다.

A 그렇다. 옛날 생각이 날 때도 있고 나도 팀에서 막내를 2년 정도 했기 때문에 어린 선수들의 행동이 이해가 될 때도 있고 공감 가는 부분들이 많아 최대한 잘 챙겨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Q 멘탈 코치로 있을 당시 어떤 것들을 시도했는지.
A 경기 들어가기 직전 또는 다전제를 치를 때 선수들에게 항상 좋은 말을 전해주려고 많이 노력했다. 작년과 올해 모두 내가 선수로 활동할 당시 느낀 것들을 많이 전해주고 싶다. 솔직히 몇 시간이고도 해줄 수 있는 상황이지만 그 상황에 맞는 말을 해야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서 말을 아끼고 있다. 모든 선수들이 고민이나 문제가 있을 때 나에게 많이 찾아와줬으면 한다.코로나 방역 수칙을 지키기 위해 마스크를 끼고 인터뷰를 진행하는 정명훈 감독.

◆"감독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선수들이 따라온다"
Q 선수 시절에 '국본' '테러리스트' 별명을 갖고 있었다. 이제 감독으로서 어떤 별명을 갖고 싶은지.
A 솔직히 별명에 대해 딱히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코치가 되기로 선택한 순간부터 나보다 선수들이 더 관심을 받았으면 한다. 선수들에게 한 가지 바라는 게 있다면 선수들도 나처럼 경기가 아무리 불리해도 포기하지 않는 근성을 가졌으면 한다.

Q e스포츠 업계에 쭉 종사할 생각이 있는지.
A 지금 생각으로는 그렇게 할 생각이다. 먼저 내가 부족한 부분과 게임 내적인 부분, 선수를 대하는 것들을 조금 더 개선해 나가고 싶다. 내년까지도 나 자신이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계속 공부하면서 앞으로 갈 계획이다.

Q 정명훈 감독처럼 선수를 은퇴한 뒤 지도자를 꿈꾸는 선수들에게 조언하자면.
A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코치나 감독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선수들이 따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규칙이나 시간 등을 안 지키면서 선수들에게 요구하면 안 된다. 이 부분이 제일 중요하다. 사실 스타크래프트 선수를 은퇴하고 리그 오브 레전드 코치를 준비하는 친구들에게 게임 내적으로 공부하고 생각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 적이 있다.

Q 올해 개인적인 목표가 무엇인가.
A 팀적으로는 2군 주전 선수들의 절반 이상이 내년에 나랑 같이 안 했으면 좋겠다. 내년에 어떻게든 더 성장해서 2군 리그에서 안 뛰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지금 경기 못 나가는 비주전 선수들은 나와 함께 조금 더 길게 보면 좋을 것 같다. 급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선수들에게 전하고 싶다. 또 내가 경기 내·외적으로 조금 더 성장해 훨씬 더 능력 있는 감독이 되고 싶다. 그것이 목표다.

안수민 기자 (tim.ansoomin@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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