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번번이 대회를 탈락한 임주완 해설은 그 시절 인연을 맺은 나이스게임TV를 통해 북미의 챔피언십 시리즈(LCS)와 유럽의 유러피언 챔피언십(LEC)의 새벽 중계를 시작으로 해설자의 길을 걷게 됐고 지금까지 경력을 이어가고 있다.
임 해설은 작년까지 중국 LoL 프로 리그인 LPL과 LCK의 2부 리그 챌린저스 코리아를 중계하며 활발하게 활동했고 지난해 말에는 한국e스포츠협회가 주관하는 케스파컵 울산 2020의 해설도 맡았다. 현재는 LPL 한국어 중계만 2년 연속으로 꾸준하게 하고 있으며 인터넷 방송을 통해 LCK를 시청하면서 팬들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또 LCK 해설자인 '클템' 이현우 해설의 개인 방송에 매주 출연하는 임 해설은 LCK 경기 리뷰와 LoL 메타 평가, 경기 승패 예측 등을 진행하면서 뛰어난 LoL 분석 능력을 보여주는 중이다.
지난 30일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화곡역 인근 카페에서 임주완 해설을 만나 LCK와 LPL에 관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Q 자기소개 부탁한다.
A 작년까지 챌린저스 리그와 중국 LPL을 중계했고 올해에는 LPL만 중계하고 있는 '포니' 임주완입니다. 나이는 1992년생으로 올해 30살입니다.
Q 리그 오브 레전드 선수로도 활동한 적이 있다.
A 당시 대회에 나갔을 때는 일반인과 아마추어도 LCK 참여가 가능했다. 현재 LoL 프로게이머는 게임단에 소속돼있고 연봉을 받기 때문에 내가 대회에 참여했을 때와는 차이가 굉장히 크다고 생각한다.
Q 당시 프로게이머 제의도 왔나.
A 왔었지만 거절했다. 내 기량으로는 프로 선수로 활동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지 못했다. 또 몸도 안 좋아서 합숙 생활이 나에게 좋을 것 같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했어야 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웃음).
Q 대회 해설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것인가.
A 나이스게임TV에서 북미 LCS랑 유럽 LEC를 새벽 중계로 시작을 했다. 재미가 있어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처음 시작했을 때가 7, 8년 전이었던 것 같다.
Q 처음 해설을 시작했을 당시 북미 LCS, 유럽 LEC 리그가 LCK와 어떤 부분에서 다르다고 생각했는지.
A LCS와 LEC는 LCK 보다 더 자유롭다는 느낌을 받는다. 자유롭다는 말이 서양 문화를 넘어서 경기 내적으로 보여주는 시도가 되게 다양한 편이다. 어떤 때는 그런 자유로움이 너무나 과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그래도 그런 시도들이 남들보다 한발 앞서는 메타를 보여줄 때도 있다. 시청자들이 해외 대회를 챙겨보는 이유로 다양한 시도들을 보기 위함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LPL, 작년보다 올해는 조금..."
Q 올해 LPL을 중점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1년 LPL과 LCK의 차이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A 작년까지만 해도 두 리그의 스타일 차이가 크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올해 들어와서 전체적으로 봤을 때 LPL의 일부 팀을 제외하고는 큰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LPL 팀들이 최근 들어 강점을 잃어가고 있다. LPL의 강점은 교전 지향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최근 경기에서 상위권에 있는 팀 외에는 전투가 굉장히 난잡하고 감정적으로 플레이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지난 3년간 LPL의 강점이 국제 대회에서 결과로 나왔다 보니 많은 팀에서 교전 지향적으로 경기를 하고 싶다고 말을 했다. 하지만 올해는 그런 느낌이 아닌 것 같다. 그래도 현 최상위권 팀인 로열 네버 기브 업(RNG)과 에드워드 게이밍(EDG)은 좋은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본다.
Q LPL 정규 시즌 1위를 차지한 RNG를 평가하자면.
A RNG 같은 경우 'Xiaohu' 리위안하오가 톱 라이너로 포지션을 변경한 것이 '핫'했는데 말도 안 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미드 라이너 출신이기 때문에 톱 라인에서 독특한 챔피언들을 사용한다. 또 아쉽게 세계 최정상까지 오르지는 못했어도 상위권에 있던 선수였기 때문에 자신이 얻은 이득을 다른 라인에 퍼뜨리는 것을 정말 잘한다. 톱 라인에 투자를 했을 때 개인 성장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군 쪽으로 퍼뜨리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개인 기량만으로 여러 가지 이득을 만드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팬들 입장에서는 보는 맛이 있는 플레이라고 생각한다.
Q 2021 시즌부터 LPL에서 활동하는 '너구리' 장하권과 '바이퍼' 박도현, '에이밍' 김하람, '타잔' 이승용은 어떻게 평가하는지.
A '너구리' 장하권은 정말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 기량이 굉장히 우수하다. 그렇지만 최근 여러 문제 때문에 FPX의 분위기가 내부적으로 어수선한 것 같다. 또 다른 팀들이 쭉 합을 맞추는 사이 FPX는 중간에 변화를 겪었다는 것이 아쉽다. 장하권은 내가 좋아하는 탑 라이너 중 한 명이라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지금 상황상 많이 어려워 보인다.
'바이퍼' 박도현은 현재 LPL에서 최고 원거리 딜러가 누구냐고 물어보면 반드시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의 경기력을 보여준다. 작년까지 EDG의 심장인 '스카웃' 이예찬이 팀을 단독으로 짊어진 느낌이었다면 박도현의 EDG 합류 이후 바텀 라인의 '캐리' 비중이 높아진 것 같다. 박도현은 현 메타에 맞는 챔피언들을 전부 다룰 수 있고 자야나 카이사 같이 스타일리시한 챔피언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작년 박도현에게 아쉬웠던 것이 적극적으로 플레이하지 않는 것이었는데 올해 들어서는 적극적이고 본인이 만들어내기도 한다. S급 선수들은 자신이 판을 만들어 경기를 주도하는데 그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에이밍' 김하람은 아픈 손가락이다. '바이퍼'와 '에이밍' 두 선수가 한국에서 넘어간 거물급 원거리 딜러라고 할 수 있는데 비교가 될 수밖에 없다. '바이퍼'는 EDG의 또 다른 심장이라고 높게 평가받는 중인데 '에이밍'은 처참하다. '에이밍'이 집중을 못 하는 것 같다. 개인 기량의 문제가 아니라 경기 중간에 가끔 멍한 듯한 플레이를 보여준 적이 많다. 대표적으로 귀환하다가 끊기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또 이번 시즌 BLG가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하기도 했기 때문에 김하람에게 조금 많이 힘든 시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LoL은 1년을 보고 달려가는 것이기 때문에 다음 서머 스플릿에서 반전을 보였으면 한다.
LNG가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타잔' 이승용 같은 경우에는 LNG의 중심 역할을 한다고 보는 것이 맞다. 이승용은 최근 아이템이나 룬을 공격적으로 선택하지만 방어적으로 플레이하고 또 팀의 기량이나 분위기 때문에 이승용도 같이 긴장하고 심하게 부담을 받다 보니 팀 성적이 낮게 나오는 것 같다. 이승용도 팀 내에서 주도적으로 해줘야 하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스타일 변화가 필요하다. 그래도 만약 LNG에 이승용이 없었다면 LNG는 플레이오프도 못 갔을 것이다.
Q 이번 LPL 스프링을 우승할 팀은 어디라고 예상하는지.
A 사실 리그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FPX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그 생각을 하던 찰나에 사건이 터졌다. 그 뒤에 경기력이 날아가기 시작했고 최근 경기들에서 보여준 것을 바탕으로는 RNG가 우승할 것 같다. 국내 팬들 입장에서 생각하면 쑤닝, TES, JDG를 먼저 떠올릴 것 같은데 그 팀들도 경기력이 늦게 올라온 케이스다 보니 RNG에게 유리한 상황이다. RNG를 견제할만한 팀은 JDG 정도일 것 같다. JDG 정글러 '카나비' 서진혁과 톱 라이너 'Zoom' 장싱란의 경기력이 많이 올라왔다.
◆"LCK 2021 스프링은 역대급이다."
Q 이번에는 LCK로 들어가 보자. 먼저 가장 늦게 플레이오프에 합류한 농심 레드포스를 평가하자면.
A 농심은 정글과 바텀 라인이 좋다. 팀의 정글러 '피넛' 한왕호는 작년에 LPL에서 만년 하위권 팀인 LGD를 월드 챔피언십에 보낸 선수다. 올해 초에는 경기력이 괜찮았고 중반에 잠시 주춤했지만 농심을 플레이오프에 올리는 것을 보고 '역시 피넛은 피넛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팀의 미드 라이너와 톱 라이너가 흔들리는데 정글러가 경기력을 좋게 유지한다는 것이 그만큼 그 선수의 급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플레이오프를 가기 위한 최근 경기들에서 톱 라이너 '리치' 이재원의 경기력이 올라왔고 미드 라이너 '베이' 박준병도 개인을 기준으로 봤을 때 경기력이 올라온 것은 맞기 때문에 좋은 신호인 것 같다.
Q LCK 우승은 어떤 팀이 할 것이라 예상하나.
A 무조건 담원 기아다. T1이나 젠지 e스포츠가 견제를 할 수 있는 경기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담원이 여전히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어 그들의 경기력에 의심이 들지 않는다. 사실 담원에 대해 정리를 하기 시작하면 다섯 명 전부에 대한 칭찬이 나올 수밖에 없다. 현 메타에서 단단한 친구들이 톱 라인에 자주 등장하기도 하고 중간에 나르와 레넥톤 같은 브루저들도 나올 수 있는 흐름이라 '칸' 김동하에게 웃어주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정글러와 미드 라이너의 국내 최고 경기력은 더 얘기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담원 경기를 보다 보면 상황이 안 좋아도 역전하는 경기가 많았는데 자신들이 선택한 특정 조합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조이를 플레이한다면 전투 전에 포킹을 하면서 상대의 체력을 빼야 한다. 담원 개개인은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조합으로 가장 그 상황에 가장 알맞은 전투 능력을 보여주더라. 신기할 정도로 조합의 맥을 잘 잡는다. 이런 부분이 5전 3선승제로 갔을 때 크게 작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Q 개인적으로 우승을 했으면 하는 LCK 팀이 있다면.
A 우승을 할 것 같은 것도 담원이고 했으면 하는 것도 담원이다. 담원 선수들 모두 재미있고 '고스트' 장용준이 긴 굴곡을 가진 선수지 않나. 길었던 굴곡만큼 얻어 가는 시간도 길어야 하지 않나 싶다. 경기 후 장용준의 인터뷰를 봤을 때도 월드 챔피언십을 우승했다고 만족하고 있는 상태는 아닌 것 같다. 쭉 '롱런'하면서 가져가는 것도 많았으면 한다.
Q 담원을 빼고 정하자면.
A 그러면 농심이 우승했으면 좋겠다. 제일 LCK를 보는 입장에서 재미가 있을 것 같다. 나도 집에서 보는 입장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언더독인 농심에 끌린다. '피넛' 한왕호의 상징성을 고려하면 농심이 우승하는 것이 제일 재미있을 것 같다.
Q LCK에서 이번 시즌 눈여겨 본 선수가 있다면.
A 나는 '페이커' 이상혁이다. 이번 시즌 이상혁이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하지 않았는데 경기력을 올린 뒤 다시 복귀를 했고 플레이오프가 진행될수록 미드 싸움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플레이오프 성적이 미드 라이너의 기량과 연관된다'라는 말이 있는데 틀리지 않다고 생각한다. 팀의 미드 라이너가 초인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면 어려운 경기도 역전을 하기 때문에 플레이오프에서의 '페이커'가 어떨지 기대된다.
Q 2021년 등장한 LCK 신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A 정글러 신인들에게 눈이 간다. kt 롤스터의 '기드온' 김민성과 리브 샌드박스의 '크로코' 김동범, T1의 '엘림' 최엘림 등이다. 정글러가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포지션이다 보니 신인들이 경험치를 먹었을 때 어떤 맛을 보여줄까 궁금하다. 사실 미드 라이너 신인들이 활약만 할 수 있다면 널리 이름을 알릴 수 있지만 쟁쟁한 베테랑들을 넘어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한다.
Q 이번 시즌 '역대급 LCK'라는 평가가 많다.
A '역대급'이라는 단어 선택이 옳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플레이오프 자리를 늘린 것도 있지만 중하위권 팀들의 경기력도 괜찮았다. 예전에는 하위권 팀에 갖가지 포장이 들어가서 그렇지, 경기 내적으로 기량이 괜찮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그렇지만 중하위권에 아프리카 프릭스가 포함된 것은 아이러니하다. 경기력만 봤을 때는 아프리카가 15분에서 20분까지는 정말 잘 굴리는 팀이라 서부 리그로 충분히 치고 들어갈 수 있었는데 중후반 운영이 아쉬웠다. 마지막 5~10분을 남기고 무너진 것이 뭔가 묘했다.
Q 2021년부터 처음으로 LCK에 도입된 프랜차이즈에 대해서 말하자면.
A 당연히 이전보다 훨씬 나아졌고 성공적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시스템이 더 잘 갖춰진다면 팀 내에서의 콜업과 센드다운을 바탕으로 선수들이 빨리 성장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있는 선수들도 더 평가가 좋아질 것이라고 본다. 또 다른 지역들이 이미 먼저 도입했고 외부에서 봤을 때 방송 퀄리티와 팀, 선수들의 여건이 나아졌다는 말도 많기 때문에 당연한 수순이 아닌가 싶다.
◆"게임, e스포츠와 관련된 일이라면 다 좋다."
Q 인터뷰를 마치기 전에 임주완 해설의 개인적인 목표와 꿈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A 그냥 지금 하고 있는 대회 중계에서 조금 더 많은 일을 하고 싶고 차근차근 갔으면 좋겠다. 기회만 된다면은 게임 관련된 다른 일을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 게임과 관련되면 모든 일들이 재미있을 것 같다. 또 몇 번 오가면서 봤는데 코치분들이 힘들지만 밝게 일하는 것을 보면서 게임을 좋아하는 마음과 열정이 가득하다고 느꼈다. 나중에 기회가 돼 코치를 해본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봤다.
Q 인생에서 가장 뜻깊었던 순간이 있다면.
A 어릴 때부터 e스포츠 대회를 많이 봤다. TV를 통해서만 봤던 전용준 캐스터나 성승헌 캐스터, 김동준 해설들을 실제로 처음 뵀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잘 알지 모르겠지만 '가림토' 김동수 해설위원을 마주쳤을 때도 색달랐다. 선수로 보던 사람들을 실제로 마주쳤을 때, 이런 것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부탁한다.
A LPL 한국어 중계가 아프리카TV에서 공식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니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또 다양한 제의들에 대해 항상 열려있으니 연락 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
안수민 기자 (tim.ansoomin@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