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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롤드컵 우승자 출신 '큐베' 이성진과 나눈 솔직한 이야기

젠지 e스포츠 소속 스트리머 '큐베' 이성진.
젠지 e스포츠 소속 스트리머 '큐베' 이성진.
'큐베' 이성진은 2015년 삼성 갤럭시(현 젠지 e스포츠)의 탑 라이너로 데뷔하면서 프로 무대를 밟았다. 첫 시즌에서 부진을 겪었던 이성진이지만 2016 시즌부터 기량이 만개해 3년 연속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 진출했고 2017년 세계 최고 자리에 오르면서 '세체탑' 타이틀을 얻었다. 준우승을 거둔 롤드컵 2016에서는 현재까지 깨지지 않고 있는 17경기 17솔로킬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약 5년간의 젠지에서의 생활을 끝내고 지난해 한화생명e스포츠에서 활동했던 이성진은 한 시즌 만에 팀을 나왔고 이후 친정팀인 젠지 스트리머로 복귀해 현재는 스트리머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지난 LCK 2021 스프링에서는 파트너 중계권을 얻어 프로의 시점으로 본 날카로운 해설과 함께 일침도 마다하지 않는 '사이다' 해설 스타일을 보여줘 많은 팬들의 호평을 받았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 선수로 활동할 당시 성적에 쫓겨 압박이 심했다는 이성진은 현재 많은 팬과 소통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편하게 지내고 있다며 근황을 전했다.

전 LoL 프로게이머에서 이제는 스트리머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이성진을 서울 신촌역 부근에서 만나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Q 요즘 스트리머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현재 생활에 만족하는지.
A 선수 때보다는 편하다. 선수 시절에는 성적과 기량에 쫓기다 보니 압박이 심했다. 그런데 스트리머는 별로 그런 것이 없어 편한 것 같다.

Q 개인 방송을 보면 다양한 게임을 즐기는 것 같다.
A 프로게이머를 하기 전부터 게임 자체를 좋아했다. 선수 생활할 때도 많이 하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LoL에 집중을 해야 했다. 지금은 스트리머를 하면서 그동안 쌓였던 것들을 다 푸는 중이다.

Q 리듬 게임을 특히 잘하는 것 같다.
A LoL로 따지면 골드나 플래티넘 분들이 다이아몬드 티어를 보고 '다 잘한다'고 생각하더라. 하지만 같은 티어 또는 더 높은 입장에서 봤을 때, 예를 들면 '매드라이프' 홍민기를 보고 잘한다고 하는 것을 보면 참 답답하다. 나는 급이 다르다(웃음).

Q 프로게이머와 스트리머로서의 삶, 어느 것이 더 본인에게 맞는다고 생각하는지.
A 사실 둘 다 나에게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나는 프로게이머 시절 공동체 생활도 잘했고 스트리머로서도 잘 지내는 것 같기 때문에 뭐가 더 잘 맞는지는 모르겠다. 순수 재미 자체는 스트리머가 더 재미있다. 내 위주로 할 수 있다 보니 그런 것 같다.

Q 젠지 소속 스트리머로 합류했다. 젠지로 돌아오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A 젠지에서 같이 일했던 분들이 많이 있어 편하기도 했고 젠지 주영달 감독님이 추천을 해주셨다. 젠지 스트리머로 들어오면 내가 잘할 것 같다고 하시더라. 감독님 말씀 들어보면 젠지로 오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Q 다른 프로 선수들을 보면 은퇴를 한 뒤 스트리머로 지낸다. 그런데 본인은 은퇴 선언을 하지 않았다.
A 특별히 대단한 이유는 아니다. 젠지 쪽에서 은퇴식을 해준다고 했는데 부담스럽기도 했고 은퇴를 선언하지 않아도 활동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아서 하지 않았다.

Q 선수로서의 미련이 더 남은 것인지, 아니면 경기를 봐도 자신이 더 잘할 것 같아서 그런 건지.
A 원래 맨 처음 스트리머를 시작할 때 그런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LCK 중계를 하면서 자주 나오는 탑 챔피언들을 봤는데 내가 잘했던 챔피언들이 나오더라. 그래서 '어? 이거 내가 선수로 뛰면 그래도 최상위권은 못해도 중위권은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은 했었다.

Q 베테랑으로써 LCK 신인들을 평가하자면.
A 아무래도 신인 선수는 신인인 것이 티가 나더라. 베테랑 선수들은 라인전 같은 경우 신인과 큰 차이가 없지만 중반 운영 단계부터 많은 차이가 나더라. 신인 선수들은 패기가 있지만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반면 베테랑들은 생각을 하면서 움직이는 것이 많이 티가 나더라.

Q 요즘 솔로 랭크 티어는 어떻게 되는지.
A 현재 다이아1이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방송을 하면서 LoL을 하는 것도 있고 내가 진지하게 안 하는 버릇이 생기더라. 편하게 하려고 하다 보니 다이아1에 머물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Q 선수로 다시 뛸 의향이 있나.
A LCK 경기를 보면 뛰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조금 마음을 접어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웃음).

2018년 '큐베' 이성진.
2018년 '큐베' 이성진.
Q 과거 얘기를 해보자면 롤드컵을 우승할 때 기분이 어땠나.

A 굳이 디테일하게 따지자면 사람들이 '행복 회로'라고 말하지 않나. 당시 미래에 대한 행복 회로가 돌았고 몸에 전율이 오면서 '내가 무엇을 해도 다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과 함께 긍정적인 생각이 들더라. 연봉과 우승 스킨 수입, 상금 이런 것들을 정산 중이었다(웃음).

Q 선수 생활하면서 아쉬웠던 적이 언제인가.
A 항상 아쉬웠던 부분으로는 내가 잘 못했던 때가 생각난다. 특히 2018년도에 롤드컵 선발전을 통해 진출했지만 조별 리그에서 1승 5패로 탈락한 것이 많이 아쉽다.

Q 우승 스킨 상금이 오랫동안 정산이 안 됐었다. 현재는 정산이 됐는지.
A 한화생명e스포츠에 있었을 때 정산이 됐다. 그전에는 언제 될지 몰라서 라이엇 게임즈에 물어봤는데 몇 년 기다려야 된다고 했었다. 진행 상황이나 이런 것들도 정확하게 얘기해 주지 않고 안 된다고만 해서 혼자 방송에서 떠들었던 기억이 난다. 나뿐만 아니라 같이 뛰었던 선수들도 받아야 해서 내가 대표로 얘기했다.

Q 선수 생활을 통해 인생의 어떤 부분을 배우고 느꼈는지 궁금하다.
A 프로 생활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이 '모든 사람이 다르다'와 '이해관계가 맞지 않아도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조직적인 생활을 하다 보니 사이가 틀어지면 안 돼서 배려심이 많이 필요하다.

Q 젠지에서의 스트리머 생활은 어떤가.
A 현역 선수는 높으신 분들이랑 교류하게 되면 경기에 집중할 수 없어서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스트리머로 활동할 때는 두루두루 교류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많이 챙겨주기도 하고 또 젠지 사람들이 미국에서 오신 분들이다 보니 외국 마인드를 갖고 계시다. 확실히 한국과 다르다.

Q 롤드컵 우승을 빼고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언제인가.

A 2016년도에 우리 팀이 롤드컵 선발전에서 kt 롤스터를 3대2로 꺾고 진출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옆에서 다 울길래 그것을 보면서 '우리가 KT 이겨서 올라갔구나. 많이 서러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안 울었다. 우는 거 구경하고 있었다.

e스포츠 전용 부스에 들어가 선수 시절 포스를 뽐내는 '큐베' 이성진.
e스포츠 전용 부스에 들어가 선수 시절 포스를 뽐내는 '큐베' 이성진.
Q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A 나중에 군대라는 벽을 느끼기 전까지 지금처럼 스트리머로 활동할 것이다. 군대 간 다음에는 그 안에서 미래에 대해 더 생각해 보려고 한다.

Q 군대는 언제 갈 예정인가.
A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거의 30살에 가까워질 때쯤 가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Q 리그 오브 레전드가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A 나는 정말 억울하다. '조금 더 늦게 태어났으면'이라는 생각을 1, 2번 한 것이 아니다.

Q LCK의 향후 전망은 어떻다고 보는지.
A 굉장히 밝다고 생각한다. 내가 프로 생활을 했을 때만 해도 LCK가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 당시 주변에서는 '프로게이머는 돈도 별로 못 벌고, 선수 수명도 짧아서 좋을 것도 없는데 왜 하냐'라는 말들이 많았고 부모님도 반대했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오히려 부모님들이 더 밀어주고 사회적 인식도 바뀌어서 시장은 더 커질 것이라 생각한다.

Q LCK 중계방송이 굉장히 '핫'했다. '큐베' 방송만의 장점을 뽑자면.
A 거침없는 것. 나는 방송할 때 가식 하나 없이 일단 내뱉고 본다. 논란이 없는 것은 그만큼 내가 논리적이라는 뜻이다. 나는 말할 때 근거를 두고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논란이 없다고 생각한다.

Q 올해 이루고 싶은 개인적인 목표가 무엇인가.
A 딱히 거창한 것은 아니고 건강하게 별 탈 없이 새로 나온 게임 신작들을 하고 싶다. 요즘 신작은 대작 느낌이 없었는데 곧 나올 게임들은 기대 중이다.

Q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A 스트리머로서 활동하고 있는데 많은 관심 주셔서 감사하다. 더 많은 관심 부탁드리고 앞으로도 잘 살아 보겠다.

안수민 기자 (tim.ansoomin@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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