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딧 브리온은 스프링 정규 시즌에서 5승 13패 세트 득실 -15로 10위라는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프레딧 브리온을 약팀이라 생각하지 않았고 LCK 스프링을 더욱 뜨겁게 달군 팀이며 가능성을 보여준 팀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프레딧 브리온은 지난해 월드 챔피언십을 우승해 '세체팀'에 등극한 담원 기아에게 2021년 첫 패배를 안겨주기도 했고 명문 팀인 T1을 2라운드에서 꺾었기 때문이죠.
그 중심에 있던 선수는 팀의 미드 라이너 '라바' 김태훈과 '야하롱' 이찬주였습니다. 김태훈은 1라운드에서 담원 기아의 미드 라이너 '쇼메이커' 허수를 상대로 솔로킬을 기록하기도 했고 스프링 2라운드부터 팀에 합류한 이찬주는 T1과의 LCK 복귀전에서 맹활약하며 팀의 2대0 승리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비시즌 기간에 들어간 김태훈과 이찬주를 서울 뚝섬역 근처 커피숍에서 만났고 두 선수는 굉장히 활기차게 인터뷰에 임했습니다. 김태훈은 시즌이 끝난 뒤 얻은 휴가 기간을 다음 서머 시즌을 위한 재충전 시간으로 사용했고 이찬주는 휴가 중임에도 숙소와 연습실을 떠나지 않고 연습에 매진했다고 합니다.
LCK 2021 스프링을 더욱 뜨겁게 달궜던 '라바' 김태훈과 '야하롱' 이찬주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시죠.
Q 팬들에게 인사와 함께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A '라바' 김태훈=안녕하세요. 프레딧 브리온의 미드 라이너 '라바' 김태훈이라고 합니다. 그저 평범한 사람입니다(웃음).
A '야하롱' 이찬주=마찬가지로 프레딧 브리온의 미드 '야하롱' 이찬주입니다. 팀 내에서 '고수'를 맡고 있습니다.
Q LCK 스프링이 끝나고 비시즌 기간에 들어갔어요. 요즘 팀 내 분위기는 어떤가요?
A '라바' 김태훈=비슷한 또래들이라서 서로 성격도 잘 맞고 되게 유쾌해요. 또 팀 내 분위기 메이커는 막내 '딜라이트' 유환중인데 제일 어리지 않게 행동하는 게 재미있어요.
Q 팀 내에서 군기반장은 따로 있나요?
A '야하롱' 이찬주=군기반장, 이제 제가 하려고요. 지금은 감독님과 코치님이 하고 계셔요.
Q 휴가를 다녀오셨어요. 시즌 때 가진 스트레스는 모두 털고 오셨나요?
A '라바' 김태훈=시즌 중에는 친구들과 다른 여가 생활을 못해서 이번 휴가 때 놀면서 스트레스도 털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에 많이 나가지는 못해서 집에서 잠을 많이 자고 휴식 취한 것 같아요.
A '야하롱' 이찬주=게임이 잘 안될 때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까 반대로 게임이 잘 되면 스트레스가 잘 풀려요. 휴가일 때도 연습실이랑 숙소를 왔다 갔다 하면서 게임했어요. 숙소까지는 10분 정도의 거리가 있는데 퇴근길에 새벽 공기 느끼면서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해요. 그리고 요즘에 헬스도 많이 하고 있어서 개운해지는 것 같고 밤에 한강 가서 음악 들으면서 뛰는 것들이 좋아요.
Q 주로 어떤 노래의 장르 좋아하세요?
A '야하롱' 이찬주=외국 힙합이랑 R&B를 많이 듣는데 노래 공유하는 것도 좋아해요.
Q 요즘 솔로 랭크는 어때요?
A '라바' 김태훈=휴가 때 게임을 안 했다 보니 다이아로 휴면 강등됐더라고요. (인터뷰 당시) 지금 다이아1로 강등돼 있는데 1주일째 못 벗어나고 있어서 휴가 때 게임을 안 한 것이 조금 후회되네요. 지금은 정신 차리고 올리고 있어요.
A '야하롱' 이찬주=휴가 때 솔로 랭크를 하면서 챌린저 계정을 2개 만들기로 했었는데 진짜 점수가 정말 안 오르더라고요. 진짜 미처 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도 어려운 구간을 뚫고 나니까 지금은 또 잘 되고 있습니다.
Q 휴가 중에 재미있었던 에피소드가 따로 있었나요?
A '야하롱' 이찬주='헤나' 박증환이랑 휴가 때 1주일 동안 같이 출퇴근하면서 솔로 랭크를 했어요. 그런데 랭크 점수가 너무 안 올랐어요. '헤나'도 마스터 150점인가 그랬어요. 그런데 '헤나'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서러움이 복받쳤는지 갑자기 랭크 게임을 하다가 중간에 울더라고요(웃음). 저도 옆에서 조금 공감이 돼서 살짝 슬펐는데 '헤나'가 진짜 서럽게 울었어요. 맨날 랭크 게임하고 퇴근하면서 '우리는 왜 이럴까'라는 얘기를 엄청 한 것 같아요.
Q 결국 지금은 해답을 찾았나요?
A '야하롱' 이찬주=그냥 랭크 게임 자체가 엄청 팀운에 좌지우지되는 것 같아요. 최대한 판수를 많이 해야 평균적으로 팀운보다 실력으로 간다고 생각해서 '최대한 많이 해야겠다'라는 마음가짐으로 휴가 내내 게임만 했어요. 결국 우리 둘 다 지옥에서 빠져나오기는 했는데 정말 매판 죽을힘으로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Q 서로를 사람 대 사람으로 평가하자면?
A '라바' 김태훈=찬주는 약간 독기 품고 이 악물고 하는 자세가 멋있는 것 같아요. 사람으로서 단점은 없는 것 같은데 조금 독특한 면이 있기는 해요. 딱히 뭐가 특히한지는 확실하게 모르겠지만요(웃음).
A '야하롱' 이찬주=약간 푸근합니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해도 다 받아주기도 하고 되게 착한 것 같아요. 화내는 것도 한 번도 못 보기도 했고요.
Q 팀 내에서 가장 의지되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일까요?
A '라바' 김태훈=저랑 동갑(1999년생)인 '헤나' 박증환과 '엄티' 엄성현이 가장 의지되는 것 같아요. 남들보다 더 편해서 그런 것은 아니에요. 제가 팀에 오기 전에 '헤나'의 이미지에 대해 좋게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실제로 만나고 생활해 보니까 지금까지 팀 생활하면서 만난 선수 중에 가장 괜찮다는 선수라 느꼈고 '엄티'는 팀의 중심을 잡으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멋있어서 뽑았습니다.
A '야하롱' 이찬주=의지할 것 까지는 없는 것 같고 그냥 모두가 재미있습니다.
Q 1라운드와 2라운드를 나눠서 지난 스프링을 총평하자면 어떨까요?
A '라바' 김태훈=1라운드 때는 제가 기복이 있었어요. 처음 만났던 아프리카 프릭스와 젠지 e스포츠를 상대했을 때에는 제가 많이 못 했고 담원 기아랑 리브 샌드박스, KT 롤스터를 이겼을 때는 잘한 것 같아요. 스스로 질 때의 경기력과 이길 때의 경기력이 다른 것 같아서 아쉬웠습니다.
A '야하롱' 이찬주=2라운드부터 뛰었는데 팀적으로 잘 이끌어 주지 못한 것이 개인적으로 많이 아쉬웠어요. T1을 이겼을 때는 제가 막 복귀했을 때인데 스타트를 제대로 잘 끊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스타트만 잘 끊은 것 같아 많이 아쉬웠습니다.
Q 1라운드에서는 담원 기아전 승리, 2라운드에서는 T1전을 이겼어요.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이었나요?
A '라바' 김태훈=담원 기아전 같은 경우는 솔직히 상대랑 저희랑 실력 차이가 조금 난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감독님과 코치님, 선수들도 그렇고 그 실력 차이에 기죽지 말자는 마음가짐으로 임해서 이긴 것 같아 만족스럽습니다.
A '야하롱' 이찬주=T1전 때 나름 잘하기도 했지만 상대가 실수한 것이 많았어요. 솔직히 운이라고 생각해요. 평균적으로 저희의 실력이 잘 안 나온 것이니까... 그런 부분을 많이 끌어올려야 할 것 같습니다. 운에 의지하지 않고 평균적인 경기력을 높이고 싶어요. 저희 만의 방식이 있어야 하니까요.
Q 프레딧 브리온만의 방향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A '라바' 김태훈=스프링 기간에는 저희의 라인전이 전체적으로 약하다는 평가가 많았어요. 그래서 기본적인 기량을 최대한 올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희의 스타일은 패기를 무장해 지더라도 무기력하게 지지않고 이길 때는 화끈하게 이기는 것 같아요.
A '야하롱' 이찬주=기량은 알아서 다 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스프링에서는 팀적으로 괜찮은 느낌이 들 때도 많았는데 후반에 갈수록 많이 떨어지는 것 같아서 너무 아쉬웠어요. 이번 서머 전까지 다 같이 열심히 하면 둘 다 보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이 많이 바뀌어서 이번 서머에는 조금 더 제가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마음이고 또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스프링에서 프레딧 브리온의 스크림 성적이 좋았다고 들었어요.
A '라바' 김태훈=사실 외부 관계자들의 평가로는 우리가 거의 다 전패할 것이고 1승하기도 힘들 것이라고 했는데 스크림을 하면서 저희가 어느 정도 스프링에서 경쟁력 있는 플레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는 했었어요. 시즌 들어가기 전에 그렇게 많이 진 것도 아니었고요.
시즌 중에 담원 기아 '칸' 김동하 선수가 프레딧 브리온이 절대 중하위권에 있을 팀이 아니라고 말했는데 그 부분은 아마 표현을 좋게 해주신 것 같아요. 저희는 아직 고쳐야 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Q 스프링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순간이 언젠가요?
A '야하롱' 이찬주=전부 다 기억나요. 모든 경기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요.
A '라바' 김태훈=지금까지 선수 생활을 하면서 담원 기아를 이겼을 때 가장 많은 희열을 느꼈어요. 또 2대0으로 이겨서 많이 짜릿했습니다.
Q 두 선수 모두 프레딧 브리온에 들어오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세요?
A '라바' 김태훈=작년 시즌이 끝나고 나서 제 스스로 아쉬움이 많이 남았어요. 답답하기도 했고요. 저는 간절한 마음도 있었고 팬들에게 더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에 테스트 지원을 했어요. 당시 프레딧 브리온이 선수 모집을 했었는데 제가 그것을 보고 나서 지원했습니다.
A '야하롱' 이찬주=저는 백수가 되서 '무엇을 먹고 살아야 되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프레딧 브리온 단장님한테 연락이 왔고 노는 것 보다는 나으니까 당연히 한다고 했습니다. 분면히 저는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갈 수 있는 팀이 많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든 한 번만 더 기회를 잡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프레딧 브리온에 들어와서 저의 실력을 증명하고 싶었다.
Q 예전과 현재를 비교하면 어때요?
A '라바' 김태훈=예전에는 막연히 형들이랑 게임하고 대회 나가는 것이 즐거웠다면 지금은 마음가짐이 더 성숙해진 것 같고 책임감이 따른다는 것을 느끼는 것 같아요. 조금 더 성장한 느낌입니다.
A '야하롱' 이찬주=저는 예전보다 게임적으로 생각하는 폭이 넓어진 것 같아요. 또 옛날보다 목표 의식이 뚜렷해졌고 '지금 열심히 한다면 미래에 어떤 모습이 되겠지'라는 그림이 뚜렷해진 것 같아서 힘이 납니다. 동기 부여가 더 잘 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저는 매일 어떻게 더 열심히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합니다.
Q 서머 시즌 목표가 궁금합니다.
A '라바' 김태훈=스프링 때 이기지 못했던 팀들을 다 이기고 싶어요. 또 이길 수도 있다는 확신이 있어요. 저희 예상 순위는 최소 플레이오프 진출이라고 생각합니다.
A '야하롱' 이찬주=팀에 중심이 돼서 제가 없으면 게임 안 돌아간다는 생각이 사람들에게 들게끔 만들고 싶어요. 목표로는 최소 플레이오프에는 가야 되지 않나 생각하고 또 그렇게 될 것 같네요.
Q 마지막으로 팬분들께 한마디 부탁합니다.
A '야하롱' 이찬주=모두 코로나19 때문에 힘들고 삶에 지치셨을 수도 있을 텐데 제가 꼭 서머 때 이기는 모습 보여드려서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기로 많은 팬분들이 느끼실 수 있도록 해주고 싶습니다. 그것이 프로게이머의 역할이니까요. 저희 경기를 가볍고 재미있게 보는 팬들도 물론 좋아요. 저희 경기가 많은 팬들에게 울림을 줬으면 좋겠습니다.
A '라바' 김태훈=프로 데뷔했을 때나 초창기에는 경기장에서 아나운서와 관중들을 보는 것이 많이 떨렸어요. 오프라인에서 뵐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서머에는 팬분들이 프레딧 브리온을 응원하기 부끄럽지 않은 팀이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많이 응원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안수민 기자 (tim.ansoomin@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