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불과 한 달 만에 연습생에서 DRX 1군으로 콜업된 홍창현은 주전 정글러로 맹활약했고 데뷔하자마자 챔피언스 코리아(LCK) 2020 스프링 3위, 서머 준우승을 차지했고 월드 챔피언십에 진출해 8강 성적을 거뒀다. 홍창현은 1년 동안 남부럽지 않은 커리어를 쌓았고 김대호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LCK 2021 스프링에 들어서자 홍창현의 진가는 더욱 드러났다. 홍창현은 신예 중심의 로스터로 구성된 팀을 이끌며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정규 시즌을 5위(9승 9패)로 마무리,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이어진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T1에게 아쉽게 패배하기는 했지만 홍창현과 팀이 보여준 가능성과 저력을 볼 수 있었다.
서울시 구로구 오류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난 홍창현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지난 시즌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다음 시즌을 향한 비장한 각오도 내비쳤다. 또 가벼운 마음을 가지고 프로 세계에 들어왔다는 홍창현은 "김대호 감독 덕분에 프로 마인드를 배워 이제는 책임감을 느끼면서 매 경기 임하고 있다"며 "현재 내 위치와 실력, 마인드 세팅, 경기에 임하는 자세 등이 많이 고쳐졌다"고 말했다.
Q 인터뷰를 보는 팬들에게 인사 부탁한다.
A LCK 스프링이 끝나고 오랜만에 인사드리는데, 반갑습니다. DRX 정글러 '표식' 홍창현입니다.
Q 한 달 휴가를 다녀왔다. 휴가 때 어떻게 지냈는지.
A 딱히 한 것은 없다. 시간이 남거나 할 게 없으면 LoL을 했고 그 외에는 아직 군대 가지 않은 학교 친구들을 만나 좋은 시간 보냈다.
Q 재미있었던 에피소드가 있나.
A 친구들끼리 한 잔 간단하게 하면서 얘기했던 것이 재밌었다. 또 이번 휴가가 길었기 때문에 여태까지 못 해본 여가 생활을 조금 즐긴 것 같다.
Q 휴가를 통해 느낀 점이 있다면.
A 이번 휴가를 통해 내가 세상을 너무 모른다는 것을 느꼈다. 아는 게 LoL 밖에 없다는 것을 느꼈다. 잘은 모르겠지만 친구들끼리 스타크래프트 유즈맵을 하는데 드라마 제목 맞추기와 노래 맞히기를 하더라. 친구들은 20에서 30문제 정도 맞혔는데 나는 하나도 못 맞혔다. 가끔 애니메이션 OST 문제가 나오면 1시간 동안 1, 2개 맞힌 것 같다. 술자리에서도 남들은 서로 공감대가 있는데 나는 아는 게 없어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더라.
Q 휴가를 복귀한 뒤 얘기를 해보자. 요즘 솔로 랭크는 어떤가.
A 휴가 때는 몰입하거나 집중 없이 그냥 챔피언 연습용으로 솔로 랭크를 했다. 그러고 나서 휴가가 끝난 뒤 하루 만에 26판을 돌려 200점 올랐다. 역시 놀 땐 놀고 할 땐 하는 것이 제일 좋은 것 같다.
Q 깜짝 카드로 쓸만한 챔피언을 연습한 것이 있나.
A 원래 내가 깜짝 카드면서도 정글도 좋으면 주로 사용한다. 휴가 때 해본 챔피언이 럼블, 다이애나, 그웬이다. 이 세 개 중에 그웬을 제일 많이 했다. 정글로는 별로인 것 같은데 제일 재밌다.
Q LoL을 언제부터 하게 됐는지.
A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했다. 한 8년 된 것 같다. 나는 학교 다니면서도 매 시즌 3,500판 정도를 했다. 30일 정도의 방학 시즌에는 5시간 자고 하루에 20경기씩은 꼭 했다. 내 실력 그래프는 프로 데뷔하기 전까지는 전적 수로 서서히 올라간 것 같다. 시즌5부터 다이아로 올라갔다. 이후에는 '장인초대석'이라는 콘텐츠로 알게 된 BJ 이상호를 통해 개인방송을 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방송을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Q 프로게이머로 넘어오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A 처음에는 가벼운 생각으로 '되면 되고 안 되면 말고'라는 심정으로 입단했던 것 같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1군으로 승격된 것 같다. 내가 어떻게 보면 쉽게 1군에 올라와서 엄청 기쁘기는 했지만 눈물 날 만큼 기쁘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입단한 뒤 1군에 콜업돼서 프로 마인드가 많이 부족했었다. 그런데 점차 '씨맥' 김대호 감독님이 프로 마인드를 제대로 잡아줘서 지금은 무게감 있고 책임감을 느끼면서 하고 있다.
Q '씨맥' 김대호 감독이 어떤 조언을 해줬나.
A 김대호 감독님이 "너는 좋은 환경에서 엄청난 복을 받았는데 그것을 왜 인지를 못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프로 세계에서도 너는 정말 이례적인 사람이다. 누가 연습생도 안 한 선수를 1군으로 콜업하고 양옆에는 거물급 선수 두 명을 두겠나. 이런 기회가 없다. 네가 이 세상에서 제일 복이 많은 사람일 것이다"라고 내게 말하면서 프로 마인드에 대해 인지시켜줬다. 이 말을 바탕으로 마인드 교정이 많이 됐고 나도 점차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김대호 감독님 덕분에 지금 내 위치와 실력, 마인드 세팅, 경기에 임하는 자세 등 많은 것들이 바뀐 것 같다.
Q 이번 스프링에 어떤 부분이 많이 변한 것 같나.
A 선수단 다 노력했고 감코진도 열심히 해줘서 내 기량이 많이 발전했다. 김대호 감독님이 없어 처음에는 불안했지만 다행히 '쏭' 김상수 감독 대행님도 엄청 잘하는 분이라 이번 스프링 정말 잘 넘긴 것 같다.
Q 스프링을 총평하자면 조금 어땠나.
A 내가 기대했던 결과보다 처음에는 너무나 잘 나와서 만족했지만 후반에 조금 아쉬웠다. 그런데 사람 욕심이란 것이 있어 잘 되다가 다른 사람들이 처음에 예상했던 것처럼 되니까 많이 아쉽더라. 2라운드 때 안 풀어지고 더 잘했으면 어땠나라는 부분이 아쉬운 것 같다, 개인적으로.
Q 시즌 중반에 'DRX는 어떻게 강팀이 됐나(디어강)'를 외쳤다. 노린 것인가.
A 당시 1라운드 젠지 e스포츠전을 승리한 뒤였다. 다음 경기 상대인 담원 기아까지 이기면 대박이지만 가능성이 굉장히 낮았기 때문에 즉흥적으로 모두 설계했던 것이었다. '디어강'을 외치면 어느 정도 보험도 되지 않나(웃음). 만약 진다면 저주 때문에 진 것처럼. 담원 기아전 다음이 아프리카 프릭스전이라 또 자신 있었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판단을 끝낸 뒤 외친 것 같다. '디어강' 저주도 깨면서 담원 기아전을 졌을 때의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서였다(웃음).
Q 이제 2년차다. 지난 스프링을 위해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준비했나.
A 다 신인이고 경험이 없다 보니 팀 합 위주보다는 다들 개개인의 기량 쪽에 많이 신경을 썼던 것 같다. 스크림 경기를 할 때 내가 거의 상대와의 정글 싸움을 이겼다. 스크림 때 좋은 근거로 전투 각을 만들면 동료들이 그것을 믿고 임해줘서 다 이겼었다. 스크림을 이렇게 풀어가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내 말이 정답이 돼버렸던 것 같다. 그래도 나도 가끔 틀릴 때가 있으니까 그런 부분에서 서로 조율하면서 고집 안 부리고 잘 대화한 것 같다.
Q 스프링 2라운드에서 왜 연패하게 됐다고 생각하나.
A 사실 1라운드에서도 패배할 수 있는 경기가 많았는데 정말 운 좋게 이긴 것 같다. 그런데 2라운드에 들어가니까 운이 잘 안 따르는 것 같고 연패때문에 심리적으로 불안해졌다. 연패하면서 부담감이랑 심리적인 요인이 컸다고 봐야할 것 같다.
Q 현재 전체적인 팀 분위기는 어떤가.
A 다들 또래에 맞게 말도 잘 통하고 자유로운 것 같다. 나이 상관없이 편히 대하는 느낌이다.
Q 팀에서 본인이 맡고 있는 역할이 무엇인가.
A 약간 내가 팀의 '방아쇠'인 것 같다. 내가 풀리면 애들도 다 풀리는 느낌이다. 그래서 시즌 중에는 최대한 자제하려고 노력했다. 지금은 자제하지 않고 있는데 팀에서 자제하라고 해서 자제하고 있다.
Q DRX의 신사옥이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에 세워진다. 기분이 어떤가.
A 나는 잘 모르겠다. 오류동이 좋다. 우리 집이 부평이라 현재 오류동 숙소에서 택시를 타면 금방 가는데 홍대로 가게 되면 너무 멀어진다. 나는 지금 숙소가 좋다.
Q 올해 개인적인 목표가 궁금하다.
A 아무래도 역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을 가는 것이다. 저번에 롤드컵에 갔을 때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의 개인적인 목표는 LCK 서머 ALL 프로 1등이랑 롤드컵을 가는 것이 목표다.
Q 서머 각오와 함께 마지막 한마디 부탁한다.
A 서머까지 남은 시간 열심히 연습해서 스프링 보다 더 좋은 결과 내도록 노력하겠다.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
안수민 기자 (tim.ansoomin@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