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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프로 존재는 팬 덕분" 성장한 모험가 '와디드' 김배인

'와디드' 김배인.
'와디드' 김배인.
'와디드' 김배인은 말 그대로 모험가다. 한국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LoL) 선수로 데뷔한 뒤 2017년 유럽으로 건너가 팀 로켓과 G2 e스포츠에서 활동했다. 2018 시즌을 G2에서 보내며 LEC 스프링 준우승과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4강 성적을 거둔 김배인은 능력을 증명하며 많은 팬에게 자신을 알렸다.

그러나 G2와 결별한 김배인은 로그와 북미 LCS의 플라이퀘스트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고, 2020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후 LCK에서 분석 데스크와 해설을 오가며 뛰어난 분석 능력을 보여준 김배인은 장점인 영어를 활용해 해외 해설에도 참여했다.

해설 및 분석가 활동을 왕성히 하면서도 현역 선수 생활에 대한 꿈을 놓지 않았던 그는 2021 시즌 4대 리그가 아닌 와일드카드 지역인 남미 LLA로 도전을 떠났다. LLA 상반기 시즌에서도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하는 저력을 보인 김배인은 팀의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롤드컵 진출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상반기 시즌을 마치고 휴식 차 잠깐 국내에 돌아온 김배인은 MSI 2021 해외 분석 데스크에 참여하는 바쁜 시간 속에서도 인터뷰를 하는 것에 대해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소중한 시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프로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팬 덕분"이라고 한 그는 "마음속에 항상 새겨두고 있다"고 전하며 인터뷰에 임했다.

Q 오랜만에 팬들에게 인사 부탁한다.
A 선수로 돌아온 '와디드' 김배인입니다. MSI 2021에는 나가지 못했지만...

Q 영문으로 MSI 분석데스크에 합류했다.

A 작년에 LCK에서 영문, 국문 해설 및 분석 데스크를 겸업했다. 영문 방송 진행하는 PD님이 좋게 봐줘서 항상 얘기를 해주는 것 같다. 또 영어 쪽에서 나를 좋아한다고 하더라. 또 제의를 해주는 데 나는 성격 상 기회가 오면 빼지 않는다. 잡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잘 얻어타고 있다.

Q 영문으로 방송을 하면 힘든 부분도 있을 거 같은데.
A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문법과 어휘, 자연스러운 문장 구사 등이 힘들 때가 있다. 사실 외국에서 꽤 오래 지내다 보니까 한국어도 힘들다. 사람들이 내가 다 개 국어를 하는 줄 아는데 0개 국어다. 외국에서 지내본 분들은 알 테지만 단어나 문법이 많이 꼬이더라. 그래서 조금 어렵다.

Q 해설을 하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나.
A 영문 권에서는 감탄사 또는 강조 등 모든 상황에 쓸 수 있는 'F' 단어가 있다(웃음). 눈앞에 아른거려서 힘들다. 영문 방송할 때는 'F' 단어를 빼고 하니까 뭔가 표현하기가 더 힘들다.

Q MSI 2021을 어떻게 봤는지 궁금하다.

A 부술 수 없는 최강자가 있다기보다, 다들 성장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서 더 재미있었다. 지금 담원 기아의 로스터가 나중에 있을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 더 잘해질 거라 생각한다. 또 담원 기아의 운영이나 밴 픽 스타일이 나랑 잘 맞는다. 많이 보고 배웠다. 지금 당장은 작년 담원 기아 보다 떨어질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점점 더 잘해질 거 같다. MSI에서도 잘한 것이 보이지 않나.

Q 해외 경기 중에 인상 깊었던 것이 있나.
A '퍽즈' 루카 페르코비치가 C9에 있는 게 웃겼다. 그 친구는 자존심이 있어서 북미 안 간다고 했었다. 대화를 많이 하는 사이는 아니지만 가끔 연락하는 친구다.

Q 남미 리그인 LLA로 가게된 계기가 무엇인가.
A 내 커리어를 관심 있게 보는 사람이 몇 명일지 모르겠지만 G2 e스포츠(유럽) 시절 커리어 하이를 찍었고 그다음부터는 암흑기였다. 암흑기를 걸었던 이유 중 하나가 메이저 지역에 있는 하위권 팀에 가서 그렇다. 많이 힘들었다. 하위권과 상위권 팀이 나눠지는 이유가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계속 메이저 지역 리그 하위권 팀에 있을 바에 차라리 와일드카드 지역에 가서 마음 내키는 대로 해보자는 마음이 생겼고 올 나이츠가 정말 적극적으로 나와서 가게 된 것 같다.

그런데 이번 MSI를 통해 일본 리그(LJL)를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로 LJL에 관심이 없었는데 최근에 경기를 보면서 많은 흥미를 느꼈다. 만약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LJL에 가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이왕 이렇게 된 거 전 지역을 모험하는 여행가처럼 다 다녀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

Q 올 나이츠, 언어도 다르지 않나. 어땠나.
A 남미 리그 선수들 꿈이 북미로 가는 거다. 영어 연습도 열심히 한다. 의사소통하기에 불편할 정도로 못하지 않아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남미 지역에서 좋은 팀이라 그런지 몰라도 환경과 음식은 괜찮은 것 같다. 또 보니까 멕시코가 그렇게 무법지대도 아니었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 지역은 평화롭다.

Q 지난 LLA 2021 오프닝 플레이오프에서 아쉽게 떨어졌다.
A 국내 팬들은 잘 모르겠지만 사고가 많이 터졌었다. 내 멘탈도 같이 터져서 그만둬도 괜찮았을 만큼 힘들었다. 팀 동료들이 많이 아파서 시즌 도중에 이탈하고 또 감독이랑 코치, 매니저도 바뀌고...그냥 난리통이었다. 그 와중에 나만 정상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힘들어도 어쩌겠나. 운명이라면 받아들여야지. 다음 시즌은 조금 평화로웠으면 좋겠다.

Q 많은 해외 리그를 경험했다. 남미 리그 만에 강점이 있다면.

A 북미랑 유럽을 적절히 섞어놓은 느낌이다. 나중에 발전하게 되면 북미를 뛰어넘을 수도 있다. 솔직히 북미 선수들의 재능은 정말 안 좋다고 생각하며 남미 선수들이 오히려 더 잘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질레트 인피니티의 서포터가 북미 서버에서 항상 솔로 랭크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고 이번 MSI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잘하더라. 2, 3년 뒤에는 정말 북미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당시 유럽 G2 e스포츠 소속으로 '퍽즈' 루카 페르코비치와 함께 2018 롤드컵 4강에 오른 '와디드' 김배인.
당시 유럽 G2 e스포츠 소속으로 '퍽즈' 루카 페르코비치와 함께 2018 롤드컵 4강에 오른 '와디드' 김배인.
Q 올 나이트가 올해 롤드컵에 진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A 부상이나 사고만 없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LLA 가기 전에 꼭 롤드컵 간다고 하지 않았나. 근데 시즌이 시작되고 난 뒤에 다들 부상을 입어서 살짝 자신감이 떨어졌다. 하반기에는 제발 동료들이 아프지 말아 달라고 항상 기도하고 있다.

Q LLA에서 만났을 때 가장 힘들었던 팀이 어딘가.
A 정말 솔직히 말하면 하나도 없었다. 우리 자신이 부족해서 졌다고 생각한다. 어떤 리그를 가던 못 이길 거 같은 팀이 있었다. 그런데 남미 리그에서 경기를 하면 상대팀이 진짜 못하는데 우리가 더 못한다. 그래서 최대한 개선하기 위해 동료들 많이 북돋아주고 있다. 또 잘할 수 있는 친구들이라고 생각해서 롤드컵 때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Q 팀 내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
A 살짝 플레잉 코치 느낌이다. '루인' 김형민도 마찬가지다. 우리 둘이 많이 말하는 타입이다. 우리 한국인 2명이 동료들을 많이 다그치고 있다. 그런데 다들 착해서 잘 받아주더라. 오히려 직설적으로 가르쳐주니까 더 좋아하는 거 같다. 동료들이 모두 착해서 잘 맞는다.

Q 발전되는 것도 보이나.

A 보이기는 하지만 더디다. 발전되는 과정에서 쭉 올라갈 수 있는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사고가 터져서 너무 아쉬웠다. 우리가 예방할 수 있고 준비할 수 있는 부분이라면 대비하면 되지만 건강은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 인터뷰 기사를 보고 계신 팬분들께도 같이 기도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Q 남미 리그도 전체적인 메타와 흐름을 잘 따라가나.
A 솔직히 말하면 라이엇이 게임 밸런스를 잘 못 맞추는 것 같다. 자주 나오는 챔피언만 나오고 MSI 패치가 내가 경기하던 때의 패치와 3개 정도 차이가 난다. 그런데 똑같은 챔피언만 사용하는 거를 보고 밸런스 균형을 잘 못 맞춘다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챔피언 틀은 비슷했다. 딱히 차이점은 크게 없었다. 다양한 챔피언이 나온다기보다 쓰는 챔피언만 나와서 개인적으로 재미없었다.

Q MSI에 제드, 키아나, 야스오 등도 나왔다.
A 항상 모든 챔피언이 쓸만하다고 생각한다. 미드 라인 같은 경우 챔피언이 많이 나올 수 있게 돼서 재미있어진 거 같다.

Q 올 나이츠와는 1년만 계약한건가.
A 그렇다. 그런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Q 중국 리그는 생각해 본 적이 없나.
A 중국에서 제의를 받은 적도 있고 기회는 많았다. 그런데 중국어를 잘할 자신이 없었다. 일본은 오라고하면 갈 수 있다. 그런데 중국은 언어 때문에 거절한 게 가장 컸다. 내 강점은 커뮤니케이션인데 내 강점을 못 살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Q 만약 이적료와 연봉을 많이 준다면.
A 그래도 안 간다. 돈이 중요하지 않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나의 행복이다.

카메라를 강하게 응시하는 '와디드' 김배인.
카메라를 강하게 응시하는 '와디드' 김배인.
Q 선수 은퇴 후 계획도 생각해 본 적이 있나.

A 그때마다 끌리는 것을 하는 성격이라 잘 모르겠다. 뭔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많은 분이 항상 기회를 주시니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은퇴하게 되면 기회가 되고 자리가 빈 곳을 메우지 않을까. 코치가 됐건 방송이 됐건 꼭 그 자리가 e스포츠였으면 좋겠다. 항상 e스포츠 근처에 있을 것 같다.

Q 본인도 25살이고 최근 e스포츠 선수 수명이 길어진 것 같다. 에이징 커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에이징 커브는 개인의 피지컬보다 감정이나 심리적인 부분이 크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어떻게 보면 어린 나이서부터 대중에게 노출되고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하다 보니 멘탈이 강한 사람이 살아남는 거 같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피지컬이 떨어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CS:GO)를 보면 나이가 훨씬 많은 선수도 많이 활동하지 않나. 개인적으로 심리적인 부분이 큰 것 같다. 그래서 '페이커' 이상혁이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또 '칸' 김동하도 정말 잘하더라.

Q 선호하는 챔피언이나 스타일이 무엇인가.
A 선호하는 챔피언은 라칸이다. 내게 '올 타임 넘버원' 챔피언이다. 이니시에이팅도 가능하고 팀도 지킬 수 있어서 그렇다. 라칸하면 떠오르는 거로 '울프' 이재완의 유명한 라칸 교전이 있지 않나. 그런데 너프가 되서 나오기 힘들기는 하지만 서브 이니시에이터로 사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남미에서 라칸 꺼낸 적이 있나.
A 별로 못했다. 챔피언이 약해서 많이 안 꺼냈다. 주로 '노잼' 챔피언인 알리스타, 렐, 노틸러스만 했다.

Q '사루' 이종원 감독이 팀에 합류했다. 어떤가.
A 롤드컵에 참가한 경험이 있으니 그 경험을 팀에 잘 녹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Q 본인 삶의 개인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A 당장 내일 죽어도 후회 없는 삶을 살자. 쉽게 말하면 '욜로(YOLO)'다. 이왕 사는 거 언제 떠날지 모르니까 마음 편하게 살자는 생각을 많이 한다.

Q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 부탁한다.
A 항상 팬 서비스를 많이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이 있다. 프로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팬 덕분이다. 마음속에 항상 새겨두고 있다. 또 자주 편한 친구처럼 대화하고 싶다면 개인 디스코드 채널에 찾아오시면 되고 유튜브도 있으니까 많이 찾아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 반갑게 맞이하겠습니다! 저 소통 잘합니다(웃음).

안수민 기자 (tim.ansoomin@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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