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시간이 날 때마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에 대한 공부를 빼먹지 않는다는 윤수빈과 이정현 아나운서는 이제 LCK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거듭났고 분석 데스크와 위클리 코멘터리, 위클리 뉴스피드 등 다양한 파일럿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데일리e스포츠는 창간 13주년을 맞아 2021 LCK 서머 정규 시즌이 시작되기 전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는 윤수빈과 이정현 아나운서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두 아나운서는 방송 진행에 있어서도 상반되는 스타일과 매력을 보여주고 있고 실제 성격도 그렇다고 합니다.
1부에서는 두 아나운서의 근황과 LCK에서 보낸 1년간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해당 인터뷰는 정부의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진행됐습니다.
DES=먼저 비시즌 기간에 어떻게 지내셨는지 궁금해요.
A 윤수빈=다른 시즌과 마찬가지로 2021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경기들을 돌려보면서 바뀐 패치 버전 내용에 대해 공부하고 있어요. 아 그리고 새 시즌이 시작되니까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영양제도 많이 챙겨 먹고 있어요. 추천하는 영양제 중에 '아연'을 먹으면 얼굴에 염증도 안 나고 남성 호르몬을 억제해서 얼굴이 깨끗해져요. (이)정현이가 알려줬어요(웃음).
A 이정현=MSI 때문에 뭔가 시즌이 안 끝난 거 같기는 해요. 최근에는 유튜버가 영어로 하는 LoL 인강(인터넷 강의)을 듣고 있어요. 영어로 LoL 공부를 하기도 하고 게임도 간간이 하고 있죠. 아, 얼마 전에 성인이 되고 처음으로 며칠 여행을 다녀왔어요. 출장이 아닌 여행을 간 건 성인 되고 처음이었어요.
DES=지난해 LCK에 합류하고 1년이 지났는데 감회가 새로울 거 같아요.
A 윤수빈=작년에는 겁이 많이 났어요. 저에게 있어 큰 변화를 앞두고 있는 느낌이었는데 뭔가 눈에 보이지는 않으니까 겁도 나고 걱정도 됐죠. LCK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 자체를 못했어요. 아직까지 잘 알지는 않지만 그래도 LCK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작년보다 더 잘 알고 있어서 새롭게 시도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하게 됐어요. 어느 정도 예상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제게는 큰 변화에요.
A 이정현=저는 조금 더 일로 다가오는 거 같아요. 전에는 모든 게 너무나 새로워서 학생이 체험학습하는 것처럼 제 직업이라는 게 실감이 안 났어요. 반대로 지금은 책임감도 생기고 맡아야 할 일도 많이 생겨서 이게 내 삶이 되고 일상이 됐다는 것이 실감이 나요. 이제는 정말 전문성을 키우고 싶기도 하는 마음으로 바라보게 됐어요. 작년에는 대학교 새내기 느낌이었어요.
DES=LCK가 생방송으로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이제 많이 여유로워진 거 같아요.
A 이정현=약간 여유라고 하기에는 그래요. 사실 생방송을 한다는 거 자체가 매번 시험을 보는 듯한 입장이어서 여유는 아니지만 조금 더 여유로워 보일 수 있는 포커페이스를 갖게 된 거 같아요. 열심히 공부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공부를 했다고 100% 정확한 게 아니면 괜히 말했다가 틀릴 수도 있고 부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으니까 경계하게 되더라고요. 방송 후에도 제 스스로 피드백을 하면서 느끼는 것도 많고 신경 쓰이는 부분도 많아요. 여유는 아니지만 조금 더 능숙해진 것 같습니다.
A 윤수빈=아무래도 1년 전에 비해서는 아는 게 많아졌기 때문에 생긴 여유도 없지 않은 거 같아요. 그때는 하나하나 다 물어봤다면, 지금은 세밀한 부분은 아니더라도 경기의 큰 흐름과 분위기 정도는 파악할 수 있는 정도가 되서 제 말에 조금 더 확신을 갖고 말하게 됐어요. 게임에 대한것 말고도 방송을 많이 하다 보니까 거기서 오는 능숙함도 작년보다는 나아진 거 같아요.
DES=두 분의 실제 성격은 어때요.
A 이정현=저는 '업다운'이 심해요. 텐션이 높을 때는 혼자 있어도 신나서 혼잣말하고 집에 라이언 인형이랑 얘기도 해요. 가끔 화나면 때리고(웃음). 그런데 또 갑자기 에너지가 떨어지는 날이 있으면 한 마디도 안 하고 잠만 잘 때도 있어요. 격차가 심하기는 한데 방송이라고 굳이 내숭떨고 이러지는 않는 거 같아요.
A 윤수빈=보통 대부분 그렇겠지만 저도 '업다운'이 심한 편이에요. 그래도 LCK에서 보이는 모습보다는 조금 더 활발한 느낌인 거 같아요. 유독 LCK에서 얌전한 이미지가 된 거 같은데 그것보다는 조금 활발하고 말도 많은 편이에요.
DES=정말 1년이라는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 거 같은데 경기가 없는 날에는 주로 무엇을 하면서 지내는지 궁금해요.
A 윤수빈=다른 일정이 있으면 일하고 이외에는 주로 친구들 만나요. 제가 말하는 걸 좋아하다 보니까 혼자 있는 것보다 카페에서 친구들과 수다 떠는 게 좋아요. 그리고 최근에 운동도 시작했어요. 근육량을 늘리고 체중을 줄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이제 3주 정도 됐네요. 일주일에 두 번은 꼭 하고 아침에는 다이어트 식단을 하고 있어요(웃음). 대단하죠?!
A 이정현=저는 보통 쉬는 날이 전날 밤부터 시작되는데 불면증이 심해서 밤낮이 바뀐 삶을 살아요. 방송이 끝나면 퇴근하고 씻은 다음에 PC방에 가서 아침 9시부터 10시까지 게임을 해요. 따로 게임을 할 시간도 확보해야 되기 때문에 시간 날 때 몰아서 해요. 주로 아침 9시-10시쯤에는 집 앞에 있는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나서 영양제를 먹고 자는데 눈을 뜨면 저녁 6시에요. 일어난 뒤에는 카페에 가서 방송 준비할 때도 있고 LoL 공부할 때도 있어요. 가끔 다들 출근하는 시간에 PC방에 혼자 앉아있는데 일하시는 분이 저를 한심하게 쳐다볼 때도 있어요.
DES=LoL을 꾸준히 하시는 거 같은데 주로 어떤 포지션을 주로 가나요.
A 이정현=원래 원거리 딜러를 갔는데 요즘에는 정글 빼고 다 해요. 정글도 해보고 싶어서 정글 동선 강의 영상도 찾아본 다음에 연습 모드로 1시간 정도 해봤어요. 그런데 이게 만만치 않더라고요. 특히 칼날부리랑 붉은 덩굴정령을 같은 자리에 모은 다음에 '강타'를 사용해서 잡으면 정글링이 쉬워지는데 제가 그거를 못해요. 나중에 제 손이 조금 괜찮아지면 정글도 가려고요.
A 윤수빈=탑 라인에 주로 갔는데 서포터를 너무 하고 싶어서 한번 해봤어요. 그런데 시야 잡는 게 어렵더라고요. 저는 계속 시야 잡으려고 상대 진영에 들어가다가 자꾸 죽었어요. 미드 라인에도 갔었지만 결국에는 다시 맞라이너만 잡으면 되는 탑으로 돌아갔어요. 듣기로는 탑 리 신이 정말 사기라고 해서 해봤는데 잘 안돼서 너무 슬펐어요. 그래도 뭔가 레넥톤-볼리베어 같이 뚱뚱하고 정직한 애들만 하다가 리 신을 하니까 재미있기는 했어요.
DES=작년에 일반 게임에서 실력을 올리고 랭크 게임을 한다고 들었어요. 혹시 시작하셨나요.
A 이정현=해봤는데 승률이 좋지는 않아요. 지금 16승 37패인데 꽤 많이 돌리지 않았어요?(뿌듯) 그런데 아직 브론즈 4에서 계속 못 올라가고 있어서 슬프네요.
A 윤수빈=저는 승률 30%보다 낮아요...
A 이정현=제 승률이 이런 이유는 가끔 현지인이 아니라 윗 동네에서 오는 사람들이 있어요. 제발 밑에 와서 게임 안 했으면 좋겠어요. 저희들의 꿈과 희망을 짓밟지 말아주세요.
A 윤수빈, 이정현=그래도 저희 이제 당당해져서 채팅 차단도 안 하고 핑도 찍어요(파워당당).
DES=LCK 내에서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생방송과 녹화 방송의 장단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A 윤수빈=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모르겠는데 생방송은 그냥 끝나면 '그래 지나가자'라는 생각이 드는 반면에 녹화 방송은 조금이라도 걸리는 게 있으면 다시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그래도 오히려 생방송이 마음이 편하기도 해요.
A 이정현=저는 지금까지 해왔던 방송이 다 생방송이어서 강하게 키워졌어요. 한 번이라도 버벅대고 실수하면 잘릴 수도 있는 곳에서 일을 했고 '잘못하면 내일이 없다'라는 식으로 살아온 거 같아요. 녹화랑 생방송에 익숙해져서 그렇게 차이를 두지 않아요. 사실 생방송은 사람들과 다 같이 일하면서 바쁘게 흘러가지만 녹화는 다시 찍는 게 촬영 스태프들에게 민폐 같아서 죄송한 마음이 들어요. 그래서 녹화가 더 신경 쓰이는 면도 있어요. 편집하는 분들 생각하면 녹화 방송이 더 스트레스에요.
DES=올해 들어서 '고릴라'-'쿠로' 듀오와 자주 호흡을 맞췄어요.
A 윤수빈=너무 좋았고 저랑 셋이 동갑이어서 더 통한 것도 있었어요. 둘 다 제가 LCK에 처음 들어왔을 때 선수였는데 분석 데스크에서 만나게 되니까 신기했어요. 이제는 개인적인 얘기까지 나눌 정도로 친해졌고 뭔가 돈독해진 거 같아요. (감독으로 복귀한 '노페' 정노철 해설은요?) '노페' 해설 님은 생각하면 많이 아쉬워요. 알려준 게 정말 많았고 녹화 들어가기 전에도 제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을 많이 알려주셔서 좋았어요. 그래서 지난번에 마지막 송별회 회식을 했는데 '노페' 님이 롤드컵 때 보자고 얘기한 게 살짝 감격스러웠어요.
A 이정현=거의 '고-쿠' 조합이랑 자주 호흡을 맞췄어요. 저는 정말 두 분이서 투닥투닥 하는 게 재미있어요. 나이대가 비슷한 사람들이랑 이렇게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어서 재미있게 했고 두 분이 많이 도와주기도 했어요. 그리고 제 제 편을 많이 들어줘요. 새로운 챔피언이나 제가 하고 싶은 챔피언에 대한 팁도 많이 알려주기도 하고요. 두 분 다 스케줄도 빡빡해서 저희 얘기를 받아주기 힘들었을 텐데 항상 긍정적으로 도와준 거 같아요.
DES=e스포츠 아나운서로 활동하면서 느낀 가장 큰 매력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A 이정현=기성 스포츠와 비교해보면 여자로서 선수 입장에 감정 이입하기가 힘들었어요. 그런데 게임은 제가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잖아요. 그리고 선수들 방송 인터뷰를 할 때 "솔로 킬을 내면 기분이 어때요"라고 물어봤었는데 사실 저는 그때까지 못해봐서 기분이 좋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제가 직접 게임을 하면서 솔로킬을 해보니까 기분이 너무 좋더라고요. 또 선수들이 중요한 순간에 실수했을 때와 연패했을 때 많이 슬퍼서 선수들의 감정에 많이 이입하기도 했어요. 뭔가 e스포츠는 제가 선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메리트인 거 같아요.
A 윤수빈=저도 같이 할 수 있다는 게 제일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또 e스포츠 팬덤은 다른 스포츠 보다 더 강한 거 같아요. 이런 것들이 되게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될 것 같고 제 입장에서도 팬들의 문화와 마음을 생각하면 훨씬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것 같아서 다른 스포츠보다 매력이고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DES=가장 기억에 남는 인터뷰가 있을까요.
A 이정현=재미있었던 인터뷰도 많았는데 딱 2개가 생각나요. 첫 번째로 프레딧 브리온 '호야' 윤용호 선수가 예전에 인터뷰를 정말 하고 싶다고 했었는데 결국 인터뷰를 따내고 '무호야'까지 외쳐줬어요. 저희가 인터뷰를 재미있게 만들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선수들이 동참해 줘야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선수들이 즐겁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열심히 만들어주고 해달라는 거 다해주면 저희 입장에서 정말 감사하고 기억에 남아요. 그날 기분도 좋고요.
두 번째 인터뷰는 제가 지난 스프링 때 리브 샌드박스의 '프린스' 이채환 선수가 이즈리얼로 POG를 두 번 받아서 단독 인터뷰를 했어요. 이후 리브 샌드박스에서 공개한 영상을 봤는데 POG를 받은 뒤 인터뷰를 하는 모습까지 이채환 선수의 아버지가 보고 계셨어요. 뭔가 부모님들이 뿌듯해하시면서 본다는 것을 알게 되니까 재미있는 인터뷰보다 이 선수의 온전한 노력과 시간, 고민들까지 보여줄 수 있는 진중한 인터뷰를 진행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됐어요. 예전에는 그저 분위기를 띄워야 된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인터뷰를 어떤 마음가짐으로 해야 하는 지 다시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준 인터뷰여서 기억에 많이 남아요.
DES=1년간 수고했다는 의미로 서로에게 칭찬 한마디씩 하면 어떨까요.
A 윤수빈=모든 사람이 다른 사람을 볼 때 자기한테 없는 점을 높이 평가하게 되잖아요. 저는 말이 조금 어눌하고 버벅대는데 (이)정현이는 방송과 일상에서도 뭔가 똑 부러지는 느낌이 강해요. 이런 똑 부러지는 느낌 때문에 시청자가 볼 때 신뢰할 수 있게 만드는 사람인 거 같아요.
A 이정현=저는 반대로 너무 똑 부러지게 얘기하다 보니까 사람이 정이 안 가는 부분이 있어요. 다른 방송을 해도 뭔가 교수님 또는 선생님 같고 상냥하지 못해요. 그런데 (윤수빈)언니는 엄청 잘 웃고 재미있어요. 방송을 보면 저와 다른 걸 할 수 있다는 것이 부러워요. 그리고 이번 MSI가 진행될 때 언니 일정으로 인해서 제가 5일간 진행했는데 죽을 뻔했어요. 예뻐 보이는 것도 포기하고 잘 웃어지지도 않고... 정말 언니의 소중함을 다시 느끼게 됐습니다. 언니가 복귀하는 날 너무 행복했어요. 저희도 사실 혼자서 1주일에 다섯 번, 여섯 번 일을 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정말 참 든든하고 누구보다도 같은 입장에서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으니까 존재부터 감사한 언니에요.
※2부로 이어집니다.
안수민 기자 (tim.ansoomin@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