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우제현이 출전한 대회에서 그의 기록이나 행보에 관해 알고 있다면 그가 주목 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알 수 있다. 2003년생으로 아직 고등학생에 불과한 우제현은 매경기 날카로운 AR(자동소총) 샷발과 탁월한 임기웅변 능력을 선보였다. 특히 PWS 동아시아 페이즈1에서는 상당한 거리의 적을 AR 연사로 손쉽게 잡아낼 만큼 정교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최근 e스포츠 팬들 사이에서는 우제현을 두고 괴물급 신인의 등장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여기에 '제2의 피오'가 되지 않겠냐는 말이 오갈 정도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부담감을 이겨낸 뒤 정상급 선수 반열에 오른 우제현을 만나 그가 꿈꾸는 프로게이머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이미 '완성형'이었던 아마추어…"핵 쓰는 거 아니야?"
이제 고등학생에 불과한 우제현은 프로 팀에 입단하기 전부터 이미 완성된 아마추어였다. 중학생 때부터 아마추어 1인칭 스크림을 즐긴 우제현은 배틀그라운드 선수들 사이에서 괴물같은 샷발의 소유자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었다. 그의 총에 맞아 본 사람 중 일부는 핵을 사용하는 것으로 오인했을 정도.
"중학교 3학년 때 배틀그라운드에 입문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즐기면서 했는데 계속 하다보니 스스로의 플레이에 욕심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열심히 연습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까지 핵을 사용한 적은 없는데 오해를 많이 받아서 억울했어요(웃음)."
스크림과 같은 팀 게임에 큰 재미를 느낀 우제현은 연습량을 조금씩 늘려갔고, 본격적으로 배틀그라운드에 입문하기 시작했다. 우제현의 초기 연습량은 하루 3~4시간 정도였지만 실력을 늘리기 위해 연습량을 2배로 늘렸다고 한다.
연습량이 늘어나니 우제현의 실력이 나날이 성장하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우제현은 팀원 간 피드백을 하며 부족한 부분을 서로 채워주는 것에 큰 흥미를 느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피드백이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여기에 우제현은 직접 게임 플레이를 하지 않을 때는 유튜브를 통해 선수들의 플레이 영상을 수 차례 돌려보며 연습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제현에게도 난관이 있었으니 바로 부모님의 반대였다. 우제현의 부모님은 게임 시간을 엄격히 제한할 정도로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으나 아들의 굳건한 의지에 설득 당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부모님의 반대가 컸어요. 그래도 저한테 있어서 배틀그라운드는 결정적인 기회라고 생각했고 부모님을 설득하기 시작했어요. 결국 부모님께서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응원해줬고, 그 때문에 지금의 제가 여기 있을 수 있는 것 같아요."
◆ 프로에서 인정받는 데 단 한 시즌이면 충분했다
아마추어 게이머로 활동하던 우제현은 지난해 9월 다나와 e스포츠에 입단했다. '신소닉' 신명관 코치에 의하면 아마추어들 사이에서 우제현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고 한다. 스크림 관전 도중 우제현의 플레이 스타일과 움직임이 남달랐고, 팀 선수들과 같이 플레이 해본 결과 연습생으로 입단할 것을 제의했다고.
실제로 우제현의 영입은 팀에 활력을 불어넣어 줬다. 다나와는 팀의 베테랑인 '서울' 조기열과 '제프로카' 최승영이 중심을 잡고 있을 때 우제현의 등장으로 신구 조화를 완벽하게 이뤘다. 새로운 팀 컬러에 익숙해지면서 다나와의 대회 성적도 자연스레 상위권을 맴돌게 됐다.
우제현은 2021 펍지 위클리 시리즈(PWS) 동아시아 프리 시즌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우제현은 1일 차 경기에서 킬 부문 1위를 기록하기도 했으며, 1주 차 통산 킬 포인트 및 대미지 부문에서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후 우제현은 한 시즌 만에 압도적인 성장 속도를 보이며 자신의 기량을 끌어올렸다. 2021 PWS 동아시아 페이즈1에서는 절정의 기량을 뽐내며 팀이 10개 매치 중 4개 매치에서 치킨을 획득하는 것을 도왔다. 여기에 종합 MVP에 선정되며 괴물 신인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MVP에 선정됐을 때 축하도 많이 받았어요. 사실 그 때는 팀 성적이 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랜드 파이널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아쉬움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제가 최고로 인정받았다는 사실에 기쁘기도 해요."
최고의 데뷔전을 치른 우제현은 그 뒤로도 성장을 멈추지 않았다. 팀원들과 대회 영상을 돌려보며 부족했던 점을 보완하고, 고쳐야 할 점은 피드백을 통해 확실하게 고쳤다.
"최근 들어 팀도 저 자신도 점점 더 잘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어요. 사실 PWS 대회 당시에 4치킨이라는 기록을 세우고 나니 전체적으로 팀이 안일해졌어요. 그 뒤로 부족한 점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다 보니 어느샌가 저희 팀이 상위권에 있더라고요."
우제현은 지금의 다나와가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 온 하나의 팀 같다고 이야기 했다. 플레이 스타일 뿐 아니라 팀원간 케미도 잘 맞아 앞으로 자신과 팀의 성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입단했을 때부터 쭉 느껴왔던 거지만 다나와에 와서 정말 좋아요. 형들이랑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나니까 서로 장난도 많이 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게임하게 되더라고요. 앞으로 좋은 일만 생길 것 같아요."
◆ 가장 존경하는 선수는 '페이커'…"신념 대단"
우제현이 롤 모델로 삼고 있는 프로게이머는 '페이커 '이상혁이다. 그 어렵다던 세계 대회 우승을 세 번이나 차지한 선수이기도 하다. 우제현이 이상혁을 롤 모델로 삼은 이유는 기대에 대한 중압감을 이겨내고 정상에 올랐을 정도로 신념이 대단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제가 제일 존경하는 프로게이머는 이상혁 선수에요. 비록 다른 게임을 하고 있지만 저는 이상혁 선수의 신념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게임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담감을 이겨내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는다는 게 힘들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이상혁 선수는 그걸 이겨내고 롤드컵에서 세 번이나 우승을 차지했어요. 대단하지 않나요?"
사실 우제현은 이미 프로 무대에서 많은 것을 보여줬다. 프로 데뷔 이후 한 시즌 만에 대회 MVP에 선정돼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고 매 경기 성장하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가 된 것이다. 단시간에 초고속 성장에 성공한 우제현은 개인과 팀 목표에 대해 이야기 하기도 했다.
"저는 손목을 못 쓸 정도가 될 때 까지 게임을 하는 게 목표예요. 그러면서 배틀그라운드에서 AR(자동 소총)을 가장 잘 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동시에 세계 대회인 펍지 글로벌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하는 게 제 목표예요. 또 다른 팀들이 다나와를 봤을 때 피하고 싶다라는 느낌을 받게 만들겁니다."
아직 고등학생에 불과한 우제현의 성장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 중이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한 걸음 씩 나아간다는 마음으로 힘을 낸다. 머지않아 웃는 얼굴로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를 즐기길 나지막이 응원해본다.
"저는 꼭 해낼겁니다. 다나와 e스포츠 화이팅!"
손정민 기자 (ministar1203@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