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에 관심을 보인 앱코는 2017년 아프리카 프릭스에 후원을 결정했다. 2018년 시범종목으로 채택된 아시안게임에서 '기인' 김기인은 앱코 장비를 들고 출전하기로 했다. 현재까지 e스포츠 다양한 부분에 후원하며 국산 게이밍 브랜드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앱코를 데일리e스포츠 창간 13주년을 맞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Q.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A. 저는 앱코에서 게이밍기어 마케팅을 5년째 담당하고 있는 이호 차장이라고 합니다.
Q. 앱코가 어떤 회사인지 설명해달라. e스포츠 팬들에게는 아프리카 프릭스 후원 업체로 알려져 있다.
A. 앱코는 지난 2012년 조립 PC 케이스로 본격적인 게이밍 기어 시장에 들어왔다. 이후 2014년에서 2015년 사이에 게이밍 기어 시장에서 떠올릴 수 있는 마우스, 헤드셋, 키보드 등으로 분야를 넓혔다. PC 케이스를 3~4년 정도 운영하면서 터득한 공격적인 시장 진입과 디자인을 트렌드로 갖고 제품 출시 기간을 단축시킨 건 우리만의 강점이었다.
현재도 그렇지만 회사가 최고점을 찍었을 때는 시장의 8~90% 점유율을 가져왔다. 이걸 기반으로 게이밍 기어 시장에 들어왔는데 2014년부터 1~2년 동안 트렌드 세터로 올라왔다. 당시 기계식 키보드가 대중화됐지만 PC방에서는 환경적인 부분 때문에 수익구조를 남기기 어려웠다. '밈'도 나와 있지만 잘못해서 음료수나 라면 등을 키보드에 쏟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점주 입장서는 회전율을 감당하기 어려웠는데 앱코가 판도를 엎었다.
당시 갤럭시 스마트폰이 IP 68등급(방수방진)을 받아서 물속에서도 구동이 되는 게 큰 이슈였다. 저희도 완전 방수 키보드를 국내에 도입해 독점적으로 유통했다. 키보드를 사용하더라도 1년 이상 버티기 어려웠던 PC방 입장서는 가장 가려운 점이었다. 그걸 개발한 뒤 10개월 정도 중국 PC방에서 필드 테스트까지 거쳤다. PC방의 환경이 한국보다 열악한 중국서 고장없이 테스트가 됐기에 한국에서도 분명히 먹힐 거로 생각했다.
Q. 게이밍 기어 토종 브랜드로서 e스포츠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는데 계기가 있는가?
A. 아프리카 프릭스를 처음으로 손잡은 계기는 앱코가 가진 브랜드 히스토리와 모기업인 아프리카TV의 히스토리가 비슷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17년부터 아프리카와 같이 협업을 시작했는데 당시 국내 스트리밍 시장은 아프리카TV가 처음으로 열었지만, 대세가 된 유튜브에 공격을 받고 있었다. 게이밍 기어 쪽에서도 저희가 토종 브랜드로 출발했지만 로지텍, 레이저 등 해외 브랜드가 들어오는 시점이었다.
해외 자본, 브랜드가 기술력을 가진 상황서 아프리카 선수들이 우리 제품을 사용해 2018년 롤드컵에 나갔고 아시안게임서는 '기인' 김기인 선수가 저희 제품을 사용했다. 단순히 브랜드만 가져와서 파는 게 아니라 e스포츠 선수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기어 노하우가 더해지면 앱코라는 브랜드가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 e스포츠에 투자를 시작했다.
Q. 앱코가 바라보는 e스포츠의 미래에 관한 생각을 듣고 싶다.
A. 실제로 2년 전 발표된 '향후 10년간 이끌어갈 전 세계 산업군' 10개 중에 e스포츠가 들어가 있었다. 국내에서만 봐도 LCK에 우리은행, 농심 등 산업군을 가리지 않고 대기업들이 들어갔다. 저희도 e스포츠 시장이 크기 때문에 들어갔다기보다 넓은 의미에서 e스포츠는 PC방에서 사용하던 게임을 갖고 노는 문화가 아닌 하나의 스포츠로서 보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롤드컵 글로벌 시청자 수와 슈퍼볼 시청자 수를 비교하기 시작했다는 건 대중화로 넘어왔다는 증거이며 데이터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앱코도 PC, 게이밍 기어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가전 등 생활 전반 아이템까지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앱코도 e스포츠가 단순히 게이밍 기어를 취급하기에 연을 맺은 게 아니라 나중에는 가족 단위로 롤파크에 가서 LCK를 스포츠로 바라보고 시청하는 산업이라고 생각했다. 장기적으로 회사가 가진 사업 모델과 미래 가치까지 공유할 수 있는 시장이라고 판단했다.
Q. 많은 해외 게이밍 기어 회사가 한국에 들어온 상황서 앱코만이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해외 브랜드와 저희를 자주 비교하는 데 기술, 개발 등에서 비교할 수준은 아닌 거 같다. 소비자를 10~20대로 나눴을 때 로지텍보다 앱코 제품을 사용한 공감이 더 클 거로 생각한다. 다른 산업 클라이언트를 만나더라도 생각해보니 집에서 쓰고 있던 제품이 앱코 꺼였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지표상으로 봤을 때 해외 브랜드는 국내에서 큰 점유율은 오피스 제품, 마우스인데 게이밍 키보드나 헤드셋은 우리가 더 높다. 어렸을 때부터 보편적으로 제품을 접할 수 있다는 건 앱코만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Q. 해외 브랜드가 LCK 등 국내 e스포츠 리그와 팀에 공격적으로 후원을 하고 있다. 앱코도 이에 못지않게 e스포츠 팀과 리그를 후원하는 거로 알고 있다.
A. 저희도 해외 브랜드만큼 많은 팀을 후원하고 있지 않지만 아마추어 리그에서 꾸준히 팀을 발굴해 약식적인 계약, 제품 후원 등을 계속하고 있었다. 지금도 LoL뿐만 아니라 배틀그라운드, 카트라이더 팀도 보고 있다. 해외 브랜드와 달리 저희는 잘 보이지 않는 팀까지 커버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덜 보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Q. 앱코가 아프리카와 하면서 '기인' 브랜드 관련해서 장비를 출시해 화제가 됐다. 계기가 있었나?
A. '기인' 선수 마우스를 만들게 된 계기는 유명세를 이용한 게 아니라 감성적, 낭만적으로 접근했다. '기인' 선수가 저희 제품을 사용해 2018년 롤드컵에 출전해 8강까지 올랐다. 아시안게임 때도 저희 제품을 사용했는데 그걸 감사하는 마음에서 기획하게 됐다. 산업적인 측면이 아닌 현역 선수가 저희 제품을 사용해 좋은 성적을 거둔 것에 대해 고맙고 자랑스러웠다.
Q. 앱코가 한국 e스포츠에서 어떤 역할을 하길 원하는가?
A. 개인적으로 저도 티어는 높지 않지만 LoL을 자주 하는 유저로서 토종 브랜드라는 '국뽕'에 편승해 해외 브랜드와 대립각을 세울 생각 없다. 그렇지만 앱코가 게임을 할 때 쉽게 접할 수 있는 게이밍 기어를 함께하는 경험과 가치를 공유하는 브랜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김용우 기자 (kenz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