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쵸비' 정지훈(젠지 e스포츠), '바이퍼' 박도현(EDG)과 함께 그리핀의 전성기를 이끈 이승용은 3번의 준우승을 경험했다. 그렇지만 2020 LCK 서머 승격강등전서 패하면서 팀의 강등을 지켜봐야 했던 그는 한 시즌 휴식을 취했다.
지난해 12월 이승용은 홀로 중국 행 비행기를 탔다. LNG 입단 계약을 체결한 뒤 팀에 합류하기 위함이었다. 한 시즌 휴식을 취하면서 솔로 랭크를 했고, 거기서 예전의 열정을 되찾은 이승용은 LPL 스프링서 8승 8패로 예열을 한 뒤 서머 시즌서는 10승 6패를 기록하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플레이오프는 쉽지 않았다. LNG가 속한 라인에 쑤닝(현 웨이보 게이밍), TES, 로얄 네버 기브 업(RNG) 등이 몰려 있었기 때문. 그렇지만 LNG는 쑤닝, TES, RNG를 꺾고 4강에 진출했다. 비록 FPX와 EDG에게 패해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선발전을 통해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 올라갔다.
롤드컵서 8강에는 올라가지 못했지만 나름대로 성과는 있었다. 성적을 내면서 자신감도 입증했다. 이승용은 본인이 살고 있는 강원도 원주에서 진행된 인터뷰서 "내년에는 조금 더 자신감을 갖고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Q, 한국 와서 어떻게 보냈나? 작년 12월에 중국에 갔으니 1년 만에 왔다
A, 한국 와서 쉬고 병원도 다니면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 게임은 안 하고 지냈다. 딱히 많이 바뀐 건 없다. 중국에 적응하면서 가끔 한국 음식이 그리울 때가 있었지만 중국 음식도 맛있었다. 한국에 와도 "왔구나"라는 생각뿐이다.(웃음) 쉴 때는 편안하게 쉬고 지인도 만나며 가족들과도 시간을 보냈다.
Q, 2021 롤드컵 이야기를 해보자. 4자 재경기 끝에 아쉽게 탈락했다
A, 한 시즌을 쉬면서 솔로 랭크를 많이 했다. 솔로 랭크를 하면서 "내 자신감을 많이 되찾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롤드컵에 갈 수 있을 거라는 확신도 있었다. 내가 생각한 만큼 롤드컵에 진출했지만 성적은 아쉽다. 웃지도 않고 울지도 않는 중간인 거 같다.
Q, 그룹 스테이지서 3승 3패로 4자 동률을 기록했는데 어떤 부분이 실수였다고 생각하는가?
A, 실수보다 LoL 시즌을 수능으로 비유한다면 그 전에 공부도 하고 중간고사, 모의고사도 많이 치르지 않나. 마지막에 결과로 잘 보여줘야 하는 게 수능이다. 우리가 1년 동안 준비했지만 롤드컵에서 보여진 건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Q, 예전 그리핀 선수들과 대회서 재회했는데 이야기를 나눠봤는가?
A, 다들 봤던 얼굴이지만 보니까 표정이 좋아졌더라. 많이 대화를 나누지 못했지만 친구 만나는 느낌이었다. 장난도 많이 쳤다. '바이퍼' 박도현(당시 EDG)의 경우 중국 경기장에서 자주 만났다. '쵸비' 정지훈(당시 한화생명)은 날 보자마자 웃더라. 못 본 사이에 키가 많이 컸다. 안부 차 메신저를 해서 그런지 인사만 해도 충분한 거 같았다. 사실 적이고 연습 스케줄도 있어서 오랜 시간 같이 보내지는 못했다.
Q, LNG가 서머 플레이오프서 강팀을 다 잡아냈고, 롤드컵까지 진출을 보면 기대 이상의 성과라고 생각하는데 본인 생각은?
A, 당시 메타가 개인적, 팀 적으로 잘 맞았다. 개인적으로 보여줄 퍼포먼스도 많았다. 롤드컵은 그거보다 적응을 많이 못 했다. 연습 과정서도 챔피언을 새롭게 연습하고 조합, 팀 적인 호흡을 다시 맞춰야 했는데 그런 부분을 잘 못 했다.
Q, 감독으로 그리핀에서 함께했던 '래더' 신형섭이 갔다. 생활하면서 도움이 됐을 거 같다
A, 말을 같이할 수 있는 형 같은 존재이며 저의 기분도 잘 알고 있다. 게임 지식도 많이 알고 있으며 친화력도 있다. 확실히 기대면서 같이했던 거 같다. 아무래도 해외 생활이다 보니 잘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둘이서 이야기를 많이 했다.
Q, 처음으로 중국에서 뛰었는데 언어적으로 문제는 없었는가? LPL 방송 인터뷰서 보여준 유창한 중국어가 화제였는데 공부는 어떻게 했는가?
A, 갔을 때는 많이 어려웠다. 처음 보는 단어도 많았다. 보고, 읽고, 듣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LPL 스프링은 힘든 부분이 많았다. 소통도 해야 하는데 듣는 것도 버겁고 말하고 싶은데 원하는 문장이 나오지 않았다. LPL 서머를 준비할 때는 중국어 공부를 많이 했다.
언어를 배울 때는 사람마다 자기만의 노하우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언어를 배우고 말하는 스타일이 다르다. '래더' 감독님과 저는 중국어가 엄청 유창하지 않지만 이야기를 할 때 단어를 배열하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팀원들도 대충 잘 이해해줬다.
다만 처음 만나는 사람과 이야기할 때는 성조(聲調) 때문에 이상한 중국어를 할 수밖에 없어서 잘 못 알아들을 수 있다. 그렇지만 팀에서는 잘 이해해줬고 우리도 열심히 하려고 했다.
Q, 1년 만에 LPL 최고 정글러로 올라갔다는 평을 받았다. LPL의 플레이 스타일에 대한 생각은?
A, 처음 LPL에 왔을 때는 언어적인 문제가 있었지만 플레이 스타일도 달랐다. 예를 들어 라인 상황에 따라 줘야 하는 바위게가 있는데 LCK서는 그냥 줬지만 LPL서는 그걸 두고 교전이 일어난다. 그런 부분서 봤을 때 공격적인 거 같다.
Q, '바이퍼'는 롤드컵 4강전 인터뷰서 LCK와 LPL이 플레이 스타일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했다
A, EDG 같은 경우는 안정적인 플레이 스타일이라서 LCK와 다를 바가 없을 거다.(웃음) 다른 팀을 보면 안정적인 거보다 근거가 없는 공격적인 플레이를 주로 하는데 엄청 큰 차이는 아니다. 다만 밴픽적인 부분은 지역마다 생각이 다르기에 이해도에서는 차이가 있다.
Q, LPL에서 1년간 시즌을 소화하면서 얻은 점은?
A, 쉴 때 자신감이 많이 올라왔고 롤드컵서는 좋은 성적은 아니지만 자신감을 입증하는 계기가 됐다. 다음 시즌에는 조금 더 자신감을 갖고 플레이할 수 있을 거다.
Q, LPL에서 경기를 하면서 인상 깊었던 팀과 정글러는?
A, LPL에는 정말 많은 팀이 있고 경기를 한 지 오래됐다. LPL 서머 플레이오프와 롤드컵 선발전 경기 수가 EDG 정규시즌만큼 나온다고 하더라. 서머 시즌은 잘 기억이 안 난다. LPL 서머 플레이오프는 아래부터 시작했다. 전부 다 강한 팀이었지만 밴픽 잘 짜고 플레이 잘 맞으면 승리할 거로 봤다.
어디까지 올라가는 게 목표가 아니라 앞에 있는 팀만 꺾자고 했는데 끝이 안 보였다.(웃음) 4팀을 꺾었는데 3팀을 더 이겨야 우승이라고 했다. 그 때 많이 당황했고 경기를 많이 해서 지치기는 했다. 그렇지만 플레이오프 때 내공이 생기다 보니 롤드컵 선발전은 편안하게 했다. 아무런 부담도 없었다.
Q, LCK의 타잔과 LPL의 타잔의 차이점은?
A, LCK에 있을 때는 잘해야 했다. 보이지 않는 압박감, 부담감이 조금이라도 없다면 거짓말일 거다. 그렇지만 LPL에 오면서 부담감을 모두 내려놓고 편안하게 하자고 했다. 내가 할 거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언어 등을 배우면서 재미있게 하려고 했다.
Q, '바이퍼'가 롤드컵 우승을 했는데 지켜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A, 그럴만 한 선수이며 열심히하는 친구라서 당연히 축하해주려고 했다. 끝나고 축하한다고 했다. ('바이퍼'의 모습을 보면서) 우승이 멀리있지 않구라라고 생각했다.
Q, 탑 라이너 '아러' 후자러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
A, 많이 성장했다. LPL 스프링, 서머를 보면 폼의 차이가 클 정도로 많이 성장했다. 잘 큰 거 같아서 보기 좋다.
Q, 앞으로 목표는? LPL에서 이루고 싶은 건?
A, 당연히 우승이다. '안 지치고 재미있게 하는 게' 또 하나의 목표다. 잘 이뤄져야 우승도 가능할 것이다.
Q, '재미있게 한다'는 문장을 자주 쓰던데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음을 얻은 건가?
A, 내 생각이지만 프로가 되기 전에는 재미있어서 게임을 하는데 하다 보면 게임도 뻔하기에 어느 정도 질릴 수 있다. 아직은 재미있는 거 같다. 나도 그런 과정을 겪었지만 게임을 할 때 재미를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LPL에 처음 가면서 환경적인 부분이 바뀌었는데 챌린저스에서 LCK로 처음 가는 그때 느낌과 같은 거 같다.
원주=김용우 기자 (kenz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