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진혁 코치는 오버워치 1세대 선수 출신으로 2016년 루나틱 하이 소속으로 우승을 다수 차지했다. 윈스턴 플레이에 있어 최고라고 평가받은 공진혁 코치는 2016 오버워치 월드컵 대표팀에 선발돼 초대 우승을 차지하는 영광을 안았다. 이후에는 2017년 열린 APEX 시즌2와 3를 전부 우승하면서 2016년과 2017년에 전성기를 달렸다. 2018년 은퇴한 뒤 스트리머로도 전향했던 공진혁 코치는 지난 1월 OW 컨텐더스 소속 팀 다이아몬드(현 GC 부산 TDI)서 코치 생활을 시작했다.
데일리e스포츠는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에서 항저우 스파크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박창근 감독과 공진혁 코치를 만났다. 항저우에 부임한 소감부터 2022 시즌에 대한 방향, 오버워치2에 대한 견해 등을 물었다. 특히 박창근 감독은 2022년 한 해만 바라보는 것이 아닌, 장기적으로 팀을 운영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강조했다.
Q 오버워치 리그의 2022 시즌 항저우 스파크에 부임한 소감 부탁한다.
A 박창근 감독=나를 믿고 항저우 스파크의 감독이라는 중책을 맡겨줘서 너무나 감사하다. 한국인으로만 구성된 팀이 아니라 한국인과 중국인이 섞인 게임단이다 보니까 새로운 모험이고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시작은 안 했지만 부담을 많이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기대되기도 한다. 정말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거 같다.
A 공진혁 코치=이번에 코치로써 오버워치 리그 우승에 도전하게 됐다. 그 첫 시작이 항저우 스파크여서 영광이다. (부담은 크게 없는지) 부담보다는 다시 또 도전하게 됐다는 것에 감사함을 많이 느낀다. 편안하게 임할 생각이다.
Q 중국인 선수들, 관계자들과 일하게 됐다. 언어에 대한 걱정은 없는지.
A 박창근 감독=게임단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중국어와 한국어이기 때문에 원활한 의사소통은 힘든 게 사실이다. 하지만 e스포츠뿐만 아니라 축구, 야구 등 다른 스포츠 팀에서도 한국인과 외국인이 섞여서 잘 생활하고 좋은 성적 내는 구단도 많다. 오버워치 리그를 우승한 팀을 보면 단일 팀이 우승했을 때와 혼합된 팀이 우승했을 때가 비슷하다. 샌프란시스코 쇼크(미국인, 한국인 믹스) 같은 경우 2연속 우승을 하지 않았나. 의사소통 어려움은 있겠으나 절대적이지는 않고 극복해야 할 장애물 정도로 생각한다.
구성원이 갖는 의지가 중요할 거다. 자신의 생각을 최대한 어필할 의지가 있는지, 한국인은 중국어 또는 영어, 중국인은 한국어, 영어를 배울 의지가 있다면 어려움 없을 것이라 본다. 통역을 맡은 인원도 네 명 정도 있다. 각자 맡은 부분도 다르다. 코치 전담도 있고 선수들과의 의사소통 전담도 있다. 게임단에서 굉장히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다.
Q 어떻게 항저우 스파크에 부임하게 됐는지.
A 공진혁 코치=구직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박창근 감독님께 연락이 왔다. 사실 이전까지 친분이 있지는 않았다. 먼저 연락이 왔고 같이 하자고 해준 것에 대해 정말 감사했다.
A 박창근 감독=물론 나도 서울 다이너스티에서 나오게 되면서 구직 활동을 하고 있었다. 항저우 스파크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도 못 하고 있었다. 어느 팀에 갈 수 있을지 진로 고민을 하던 중 많은 분이 항저우 스파크에 나를 추천해 줬다. 이후 연락을 받았고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하더라. 처음에는 가볍게 대화를 나누다가 같이 해보지 않겠는지 제안을 해줘서 함께하게 됐다. 제안에 감사하고 재미도 있을 거 같아 받게 됐다. 게임단과 내 방향이 같아야 잘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화를 네 번 정도 나눴다.
Q 감독님이 생각하는 팀의 방향이 무엇인지.
A 박창근 감독=기존 선수를 남겨두고 새로운 선수들을 부분적으로 영입할 거다. 게임단에 목표는 당장 내년 오버워치2 첫 시즌 우승 팀을 만들겠다는 것보다는 항저우 스파크라는 팀이 보여줬던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것으로 목표를 잡았다. 이전에 계셨던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실제로 외부에서 바라본 항저우는 조금 시스템이 체계적이지 않았다. 논리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런 것들을 미팅을 통해 체크를 했고 기본부터 다시 만들어야 되는 팀이라는 느낌이 들었고 항저우도 내게 바랬다. 첫해 현실적인 목표는 우승보다 정말 팀 답게 기본적인 것들(체계, 시스템)이 존재하면서 누가 봐도 논리와 근거가 있다는 것을 팬들에게 알게 하는 것이 목표다.
또 선수 영입에 대해 팬들이 많이 궁금할 거다. 항저우의 모회사가 비리비리 게이밍인 만큼 자본이 부족한 팀은 아니다. 기본적인 팀을 만들기 위해서 지금 당장 잘하는 선수들을 데려오는 것보다 잠재력이 뛰어난 선수들로 영입을 했다.
Q 항저우 스파크를 외부에서 바라봤을 때 어땠는지.
A 공진혁 코치=인 게임적으로 말하자면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앞 라인과 뒷 라인에 합이 안 맞아서 선수 혼자 진입하더라. 그러다 보니 팀이 소극적으로 변했다. 아무래도 '샤이' 정양제 선수만 믿고 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A 박창근 감독=인게임 외적으로는 선수들과 스태프가 충분히 대화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에 임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선수 기용과 전략 설정에 있어 일반적인 많은 팀들이 생각하는 논리, 메타 등에 맞지 않는 플레이를 했다. 그러다 보니까 내부적으로 체계화된 시스템이 없는 것 같다는 것을 느꼈다. 공진혁 코치가 말한 것처럼 항저우는 선수 6명이 보여주는 인 게임 모습들이 게임단에서 언어가 다른 선수들을 한 팀으로 묶어주지 못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팀이다.
Q 항저우 스파크의 믹스(한국과 중국 선수) 팀 운영에 대한 견해도 궁금하다.
A 공진혁 코치=내가 실제로 믹스 팀을 해본 경험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인 게임 내에서의 상황보다 사전에 미리 정하고 경기에 들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전에 충분히 회의를 거치고 만든 전술이 많으면 인게임 내 브리핑에서도 문제가 없을 거다. 내가 선수 시절 있었던 팀이 브리핑을 많이 하는 팀은 아니었다. 경험을 토대로 봤을 때 브리핑보다는 사전 작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시 내가 있던 팀에는 식스맨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동료들끼리 똘똘 뭉쳐서 코치님과 함께 대화를 많이 나눈 기억이 난다. 인게임 내 브리핑을 활발히 하거나 전략을 짜지는 않았던 거 같다. 사전 작업을 많이 했다. 끈끈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선수와 코치가 몇 명이든 끈끈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A 박창근 감독=공진혁 코치 말에 조금 보태서 설명하자면 믹스 팀이라서 문제가 된다기보다는 구성원들이 얼마나 언어에 대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걸맞은 프로 의식을 갖고 있느냐가 먼저 선행돼야 할 중요한 부분이다. 경기에 들어가서 순간적으로 정해야 되는 부분도 있겠지만 경기 전 선수들의 생각을 하나로 모으고 한 팀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세트 플레이가 상황마다 장황한 설명 없이 간단한 단어가 있는 의사소통으로 생각을 공유할 정도로 대화가 잘 된다면 경기 내 문제는 없을 거다. 하지만 경기 내 발생하는 돌발 상황에 대해서는 임기응변으로 대처를 해야 하겠지만 이전에 서로 언어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 오고 있었다면 충분히 경기에서도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지 않을까 본다.
Q 박창근 감독은 오버워치 리그 팀에서, 공진혁 코치는 컨텐더스 팀에서 활동했다. 어땠는지.
A 박창근 감독=오버워치 리그 팀에서 4년 동안 활동하면서 느낀 점이 너무나 많다. 나도 매년 선수들과 같이 성장을 하는 거 같다. 또 선수들과 나이 차이가 많이 있다 보니까 젊고 재능 있고 개성 있는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나도 생각이 젊어지는 거 같다. 시즌 중에는 걱정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지만 그 이상으로 재미있는 거 같다.
(배운 점 중에서 크게 하나를 뽑자면) 나 스스로 정말 감정적인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선수가 잘못하면 그 부분에 화가 나고 내 분에 못 이겨 화도 많이 냈다. 근데 그렇게 화를 내는 게 선수들에 좋게 작용하기도 했지만 역효과를 내는 경우가 더 많았다. 나 스스로 절제하고 선수들에게 논리적으로 설명하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사람이 되게 점잖게 변한 것 같다.
A 공진혁 코치=오버워치 리그보다는 환경이 열악하기도 했지만 다행히 좋은 감독님을 만나서 많은 것을 배웠다. 선수들도 좋아서 즐겁게 임했던 거 같다. 많은 것들을 배운 한 해였다. 그중에 가장 머리에 남은 것이 어느 한 쪽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거다. 너무 위쪽에만 치우쳐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선수들 의견에 치우쳐져도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 어떻게 보면 내가 선수였기 때문에 이전에는 선수 쪽에 치우쳐진 팀 운영을 했었다면 그 말을 듣고 조금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게 됐다.
Q 2022년부터 오버워치2로 대회가 진행될 텐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A 박창근 감독=그 누구도 모를 거 같다. 게임단 주들도 모를 거고 현재 다른 팀의 감독, 코치, 선수들 모두가 정말 아무런 예상을 못 할 거라고 생각한다. 게임이 정확하게 공개된 것도 아니고 어떻게 개발되고 언제 출시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이 얼마나 바뀌고 재미있어지고 새롭게 트렌드를 만들지 예상은 쉽게 못 하겠다. 하지만 어느 정도 기대하는 부분이 오버워치 리그 첫 시즌 때 정말 많은 이슈를 만들었고 모두가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던 거처럼 하나의 축제로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블리자드에게도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예상한다.
A 공진혁 코치=나는 일단 변화를 주는 것에 찬성한다. 다만 탱커가 하나 줄어들지 않나. 아무래도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게 재미인데 오버워치1에서 탱커끼리 합을 맞추는 게 재미였다. 이런 부분이 어떻게 오버워치2에서 변할지 궁금하다. 6명이 조금 난잡한 거 같다는 생각을 가끔 하기도 했기 때문에 이런 변화에 찬성한다.
Q 선수들이 실력 외에 인성과 태도 문제가 많다는 얘기가 있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A 공진혁 코치=잘못됐다. 내 스스로 느끼기에 나는 도덕적인 사람이다. 이해가 안 가기도 하고 왜 적을 만드는지 궁금하다. 내가 일단 코치로 항저우에 가서 도덕적이고 정직하게 생활을 한다면 선수들도 영향을 많이 받을 거다. 선수들이 정말 내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으면 한다.
A 박창근 감독=정말 할 말이 많다. 일단 전반적인 e스포츠와 더 확장해서 인터넷 방송 업계를 생각해야 할 거 같다. 선수들이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하다 보니까 자신들의 가치관을 확립할 시간이 적다. 본인의 정신적인 성숙과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정도, 유명세, 경제적인 수준의 괴리가 너무 큰 거다.
중학교를 졸업한 뒤 고등학교를 중퇴해서 19살에 리그에 들어오면 최저연봉 6,000만 원이다. 어떤 학생들이 저 나이에 돈을 6,000만 원씩 벌겠나. 또래에 비해서 돈을 많이 벌다 보니까 무분별하게 쓰기 바쁘다. 미래지향적인 선수도 있겠지만 성숙한 것에 비해 도덕성이 따라가지 못한다. e스포츠 업계뿐만 아니라 인터넷 방송을 통해 발생하는 문제도 많다. 자극적인 내용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이런 부분들은 선수들의 문제가 아니다. e스포츠 선수가 어릴 때부터 실력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에 교육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게임단과 감독, 코치로부터 적절한 교육과 관리가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어떤 팀도 선수들의 인성을 전담해 관리하는 곳이 없다. 해외 게임단 같은 경우에는 게임단 전체 선수를 담당하는 심리치료사도 있다. 정말 더 구체적이고 광범위한 분야에 직책이 존재하는데 e스포츠 종주국이라고 하는 대한민국에는 이런 시스템이 부족하다.
어린 나이에 돈 벌고 사랑받는 만큼 그에 걸맞는 인성 교육이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팀의 감독, 코치님들도 생각했을 거다. 모든 게임단이 이 부분에 대해서 정말 진지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선수 관리를 잘할 수 있는 업무만 전담할 수 있는 사람을 뽑거나 직원들을 먼저 교육을 하던가. 현재 게임 아카데미도 굉장히 많은데 그 어느 곳에서도 감독, 코치들을 위한 커리큘럼이 없다. 감독 코치부터 전문적인 지식을 배우면서 올바르게 컸으면 좋겠다.
나는 선수를 뽑을 때 첫 번째로 보는 것이 인성이다 이 선수가 얼마나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정말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예의바르고 상식적으로 행동하는지를 많이 본다. 선수들과 게임단들이 진지하게 생각했으면 한다. 인터넷 방송하는 사람들도 이런 것들을 생각했으면 한다.
Q 2022년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A 박창근 감독=매 시즌마다 나만의 목표가 있었는데 잘 된 시즌도 있고 안 된 시즌도 있었다. 감독 또는 인간으로서의 개인적인 목표는 '낙오자는 없다'이다. 처음에 시작한 멤버가 시즌이 끝날 때까지 중간에 낙오되는 사람 없이 끝까지 갔으면 한다. 아무런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으려면 감독과 코치들이 잘 이끌어야 한다. 그리고 선수들도 의지를 잘 가지고 다 같이 끝까지 갔으면 한다.
A 공진혁 코치=개인적인 목표는 올해처럼만 열심히 하는 거다. 감독님이 말씀하신 게 마음에 와닿더라. 나도 선수였기 때문에 가치관을 확립할 시간이 부족했다. 올해도 작년처럼 많이 배우는 것이 목표다.
Q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A 박창근 감독=많은 한국 팬과 중국 팬들이 걱정과 동시에 기대도 많이 할 거 같다. 선수들뿐만 아니라 감독과 코치들에게도 새로운 도전이다. 새로운 게임에서 믹스 팀을 한다는 거 자체가 새로운 도전이고 분명히 그 과정이 쉽지 않고 순탄하지 않을 거다. 현재 모든 구성원들이 새로운 마음으로 강하게 동기부여를 받은 상태고 정말 다들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기분 좋은 두근거림을 다들 느끼고 있어서 이 감정들을 우리의 아웃풋으로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A 공진혁 코치=너무 힘들 때면 다 쉬고 싶을 때가 있다. 팬들이 응원해 준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아직도 나를 오랜만에 본 팬들은 아직 선수라고 부르더라. 이제는 '미로' 코치가 자연스러워질 수 있도록 앞으로 커리어를 이어나가도록 하겠다. 언제나 응원 감사하다.
안수민 기자 (tim.ansoomin@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