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젠지 사옥에서 만난 '피넛' 한왕호는 "사람 인생 모른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데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했다. 그럴 것이 LGD 게이밍에서 돌아온 한왕호는 농심에서 리더 역할을 하면서 팀을 LCK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선발전서 패해 탈락했지만 한왕호가 팀에 끼친 영향은 엄청나게 컸다.

한왕호는 '비디디' 곽보성과 트레이드 되면서 젠지 e스포츠로 돌아왔다. 2019년 이후 2년 만에 복귀다. 2019년과 달리 현재 젠지는 많이 바뀌었다. 코칭스태프, 선수단이 리빌딩을 하면서 새로운 팀이 됐다. 강력한 우승 후보이지만 그는 조심스러워했다. "LCK 스프링 우승을 하고 싶다. 노리겠다"라는 첫 번째 목표를 전했다.

Q, 2019년 이후 오랜만에 젠지 e스포츠에 합류한 소감은?
A, 살아가면서 "사람 인생 모른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데 진짜 젠지 e스포츠로 돌아올 줄 몰랐다. 막상 돌아오니 처음에는 새로웠지만 예전에 있었던 곳이다 보니 아무래도 빨리 적응했던 거 같다.

Q, 야구 등 전통 스포츠와 달리 e스포츠에서는 트레이드라는 게 생소하다. 트레이드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A, 처음에 들었을 때는 "되는구나"라고. 하하. "되는구나"라는 정도만 생각했다. 트레이드 된 뒤에는 어차피 이뤄진 일이기에 잘 되길 기대하고 있었던 거 같다.

Q, 농심에 합류한 뒤 1년 동안 좋은 모습을 보였다. 그러기에 트레이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아쉬움은 없었는가?
A, 저희가 예상하지 못한 좋은 성적을 거뒀다. 더 나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기회도 잡았다. 결과 자체는 만족스러웠다. 저뿐만 아니라 농심 선수들 전부 성적에 대해선 조금의 아쉬움은 있겠지만 내용이나 과정 같은 것은 다 좋았다고 생각할 거 같다.

Q, 2021시즌 이야기를 해보자. 많은 이는 농심이 롤드컵에 진출할 거로 예상했는데 선발전서 탈락했다.
A, 아 그래요?(웃음) 개인적으로는 플레이오프와 롤드컵 선발전 패치 버전이 다른 리그보다 빠른 거로 기억한다. 그 버전이 다이애나가 너프된 건데 그러다 보니 비에고, 신짜오, 트런들 등 라인전에 따라 게임 양상이 바뀌는 메타가 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
Q, 개인적으로 2021 롤드컵을 어떻게 지켜봤는가?
A, LCK 팀들이 리그에 있었을 때보다 더 잘하더라. 매우 신기했다. 잘할 거로 생각한 팀이 패한 걸 보면서 국제 대회는 다르다고 느꼈다. 에드워드 게이밍(EDG)이 결승에는 갈 거로 생각했는데 우승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EDG의 플레이를 보면서 "진짜 잘한다, 저렇게 빨리 좋아질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Q, 2022시즌 젠지 e스포츠의 새로운 멤버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 이적 시장 승자라는 평가인데
A, (라인업 평가에 대해선)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만 멤버가 잘 짜인 것에 대해선 저도 동의한다.

Q, 처음으로 '쵸비' 정지훈과 같은 팀이 됐다.
A, 제가 은퇴하기 전에 한 번 호흡을 맞추고 싶은 선수였다. 은퇴를 언제 할지는 모르겠지만.(웃음) 많은 미드 라이너와 호흡을 맞췄지만 (정)지훈이와 함께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선 좋은 기회라고 본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사람 일은 모른다"라고 생각했다.

Q, 본인은 라인전이 강한 미드 라이너와 만났을 때 좋은 성적을 냈는데 '쵸비'와 호흡을 맞추는 것에 대해선 긍정적일 거 같다.
A, (정)지훈이는 라인전을 정말 잘한다. 제가 좀 더 잘하면 지훈이와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지훈이뿐만 아니라 '도란' (최)현준이도 라인전을 잘한다. 탑과 미드가 라인전을 잘하기에 정말 기대된다.

Q, 2019년에는 '라이프' 김정민과 호흡을 맞췄는데 이번에는 '리헨즈' 손시우와 함께하게 됐다.
A, 프로게이머를 1, 2년 한 것이 아니며 베테랑으로 들어가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걱정 안 하며 믿고 할 수 있을 거 같아서 정말 좋다.

Q, 내년에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18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참가했던 본인으로서 이번 대회도 욕심나지 않는가?
A, 그때도 아무것도 걸려있지 않았지만 참가하고 싶었다. 지금은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고 걸린 것도 많다. 더 가고 싶어지는 거 같다.

Q, 농심에서는 팀을 리드하는 입장이었지만 젠지서는 위치가 달라질 거 같다.
A, 제가 농심에서 팀을 이끌었다고 해도 같이한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많이 도와줬다. 스스로 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기서도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도와줄 거기에 잘할 수 있을 것이다.
Q, 새로운 감독이 '스코어' 고동빈이다.
A, (고)동빈이 형은 제가 게임 내에서 놓친 부분을 잡아주며 정글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예전부터 알던 사이라서 편안하게 할 수 있는 거 같다.

Q, 2022시즌 목표는 무엇인가?
A,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면서 느낀 건 롤드컵은 누가 우승할지 모른다는 거다. 지금 당장 인터뷰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2022 LCK 스프링 우승을 하고 싶다, 노릴 거다"라는 것이다.

Q, 롤드컵에 대한 욕심은 없는가?
A, 제 커리어에서 유일하게 없는 게 롤드컵 우승이다. 꼭 해보고 싶다. 롤드컵뿐만 아니라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우승도 원한다.

Q, 2019년 젠지와 현재 젠지의 차이점은?
A,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바뀌었다. 제가 있던 19년 젠지와 같은 점은 '룰러' 박재혁이 있다는 것과 '젠지'라는 팀 이름이다. 나머지는 다 바뀌었다. 완전 다른 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김용우 기자 (kenz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