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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L 첫 우승 이재호 "응원에 보답해 좋아…또 우승하겠다"

ASL 첫 우승 이재호 "응원에 보답해 좋아…또 우승하겠다"
'투명 테란' 이재호가 생애 첫 ASL 우승을 차지하며 '슈퍼 테란'으로 거듭났다.

이재호는 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상암 콜로세움에서 열린 아프리카TV 스타크래프트 리그(이하 ASL) 시즌13 결승전에 출전, 프로토스 정윤종을 세트 스코어 4대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생애 처음으로 ASL 챔피언에 등극한 이재호는 "응원해 주시는 팬들이 항상 '우승해야지'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보답해 드린 것 같아 좋다. 또 우승하겠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다음은 이재호와 일문일답.

Q. 첫 우승 소감은.
A. ASL 결승이 이번이 두 번째인데 거의 2년 만에 재도전이었다.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 않아서 걱정이 많았다. 너무나도 잘 풀려서 오히려 당황을 많이 했다. 그래서 한 경기 따낼 때마다 나 자신을 다독이면서 더 긴장하지 말자 이런 생각으로 했다. 그래서 마지막 세트까지 이기고 나니까 정말 해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올해 계속 좋은 일들만 일어나서 기분이 좋다.

Q. 계속 좋은 일이라는 게 어떤 일인지.
A. 올해 결혼을 했고, ASL 결승전에 진출하고 우승까지 했다. 그게 몇 개월간에 일어난 일이라 올해 기분이 너무 좋다.

Q. 2년의 고생이 헛되지 않았다고 했는데.
A. 2년 동안 준비하면서 그동안 8강 16강에서 떨어졌던 적도 많았다. 그 과정들 속에서 '이렇게까지 노력하는 게 맞나'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런데 이번 시즌 시작하면서 마인드를 바꿔서 즐기면서 해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했는데 그게 점점 상위 라운드로 올라갈수록 욕심이 생겼다. 이번 결승전도 마찬가지로 비우는 마음으로 했는데 스코어도 잘 나와서 만족스럽다.

Q. 이번 ASL에서 가장 힘들었던 상대나 경기는 언제인지.
A. 24강부터 위기였다고 생각한다. 24강부터 패자전 가서 떨어질 뻔도 했고, 16강도 최종전까지 가서 전 시즌 우승자인 변현제에게 지는 스코어로 간 적도 있다. 8강 김성대전 말고는 모든 세트가 힘들었다. 그래서 오늘도 어렵겠다는 생각을 갖고 왔는데 잘 풀렸다.

Q. 힘든 과정을 어떻게 극복했나.
A.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는 내가 동굴에 들어갔다는 표현을 할 정도로 연습 말고는 외부와 단절하는 생활을 했다. 그렇게 2-3일씩 집중해서 하다 보니 몸이 녹초가 됐다. 너무 힘들어서 몇 시간씩 뻗어있곤 했는데 그런 게 쌓이면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준비 과정이 정말 힘들었다.

Q. 결승전 1세트를 제외하고는 빠르게 승리했다.
A. 오늘 모든 경기가 내가 준비했던 게 아니었다. 그냥 상대가 하는 것에 맞춰서 했는데 내가 많이 좋다고 느낀 부분은 2경기에서 정윤종 선수가 실수를 했다. 그걸 보고 상대방도 긴장을 많이 했구나 내가 실수하는 모습만 안 보여주면 2경기를 잡아냈을 때 무조건 무너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4대0이 나온 것 같다.

Q. 승리 후에 집에 가서 무엇을 할 계획인지
A. 팬분들과 소통 시간을 갖고 맛있는 걸 먹고 싶다. 그리고 맛있는 걸 먹고 싶다. 오기 전에 삼겹살이 그렇게 생각이 났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술도 안 마시고 음식도 거의 안 먹으면서 했는데 일단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고 싶다.

Q. 앞으로의 행보는.
A. 당장에 스타 대학이라는 콘텐츠를 학고 있어서 그 친구들과 다양한 콘텐츠를 하고 다가오는 개인 리그를 준비할 것이다.

Q. 과거에 직장 생활도 했었다고 들었다. 다시 선수로 돌아올 때 각오가 달라졌나.
A. 내가 감히 직장 생활을 했다고 하기에는 짧은 기간이었다. 돌아오면서는 그때 너무 힘들었던 시기여서 다시 인생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거나 잘나가지 않았고 조금씩 우상향 했던 것 같다. 그게 오늘까지 노력을 하면서 축적이 돼 오늘 같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Q. 우승하고 가장 먼저 생각난 사람이 있었는지.
A. 누가 생각났다기보다는 배가 고파서 빨리 밥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4강 때도 밥을 안 먹고 했더니 게임하는 내내 게임 생각이 안 나고 배가 고팠다. 그래서 이번 결승 때는 뭐라도 먹고 하자 했는데 햄버거를 반만 먹어서 배가 고파서 다 이기고 빨리 먹으러 가겠다는 생각만 났다.

Q. 3월에 결혼했는데 가장의 입장에서 더 절실했던 거 같다.
A. 좀 더 책임감이 생긴 것 같기도 하다. 거의 30년 넘게 혼자 지내다가 결혼해서 배우자가 생기니까 뭔가 한 가정의 가장이 되니 책임감이 생긴 것 같다. 옆에서 지지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큰 위안이 된다. 그래서 좋다.

Q. 과거에는 안정적인 후반형 테란 이미지가 강했는데 승부수를 띄우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변화한 계기가 무엇인지.
A. 2년간 도전을 하면서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올인을 많이 하는 공격적인 플레이도 해보고, 내가 원래 하던 플레이도 해봤다. 그런 노력들을 해보니까 어느 순간 '각'들이 보였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승률이 좋아졌다.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상대방이 내가 무엇을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나에게는 좋은 무기가 됐다.

Q. 고마운 사람이나 생각나는 사람이 있는지.
A. 연습을 도와준 김범수, 장윤철, 변현제, 도재욱에게 너무 고맙다. 특히 김범수가 이틀을 통으로 연습을 도와줘서 큰 도움이 됐다. 꼭 맛있는 걸 사겠다. 그리고 응원해 주시는 팬들이 항상 '우승해야지'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보답해 드린 것 같아서 좋다. 앞으로도 또 우승하는 모습 보여드리겠다.

박운성 기자 (phot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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