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MBC 스포츠 플러스에 입사한 정용검 캐스터는 KBO, 메이저 리그 등을 중계했다. 지난 2018년에는 다저스타디움에서 김선우 해설 위원과 월드시리즈를 7시간 20분 동안 중계한 경험도 있었다. MBC 스포츠플러스의 유튜브 채널인 '스톡킹'에서는 심수창 해설 위원과 '티키타카'하는 모습을 보여준 정용검 캐스터는 프리랜서를 선언한 뒤 JTBC '최강야구'에 합류했다.
프로 스포츠 중계하는 캐스터로 이름을 날린 정용검 캐스터가 어떤 계기로 e스포츠 중계를 하게 됐는지 궁금했다. 라이엇 게임즈에 따르면 예전부터 e스포츠에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최근 상암에서 만난 정용검 캐스터는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스타1) 리그부터 봤으며 저그 유저였지만 임요환의 팬이었다고 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정용검 캐스터는 e스포츠에 '찐'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발로란트를 즐겨하며 중계할 때 더 재미있다"며 "스케줄이 많지만 소속사에도 발로란트를 하고 싶다고 했다. (리그를) 다 들어가지 못하더라도 스케줄만 된다면 중계하고 싶다"며 발로란트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Q, 발로란트 국제 대회인 '록//인'을 마무리했다. 소감을 듣고 싶다.
A, 너무 재미있었다. 발로란트를 했을 때보다 중계했을 때 더 재미있는 거 같다. 중계가 처음이다 보니 첫 경기할 때 조금 어리바리한 걸 제외하곤 진짜 재미있었다. 끝나고 난 뒤 해설 위원들과 맨날 '와 진짜 재미있다' 계속 이렇게 연발할 정도였다.
Q, 첫날 중계방송이 나간 뒤 '역대급 신인 캐스터 등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화제였다.
A, 반응이 궁금하니까 제 이름을 검색해봤다. 옆에 있던 해설 위원들이 먼저 검색해서 '캐스터님 반응 나쁘지 않다. 괜찮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자신감을 갖고 할 수 있게 됐다. 너무 감사했다. 사실 내가 보던 걸 새로운 목소리가 갑자기 중계하면 벽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분이 좋은 이야기를 해줬다. 저희도 중계할 때 채팅창을 보면서 하는데 너무 좋았다.
Q, 라이엇 게임즈에 물어보니 예전부터 게임과 e스포츠에 관심이 많았다고 하더라.
A, 80년대 세대들은 야구와 축구, 농구를 많이 보면서 자랐다. 저도 그랬는데 그 세대들은 프로 스포츠뿐만 아니라 스타1 리그도 많이 보면서 자랐다. 개인적으로 MBC 스포츠 플러스에 들어가기 전까지 게임을 많이 했다. 집에서 혼자 게임을 하는 거 말고 친구들과 PC방에 갔을 때는 FPS 게임을 즐겼다.
스타1은 중간 정도 실력이었는데 게임이 내려온 뒤 상위권과 하위권에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레벨도 안 맞았다. 그래서 '메달 오브 아너'부터 시작해서 '레인보우 식스' 등 다양한 FPS 게임을 했었다.
예전 MBC에서 대기할 때 스타1을 틀어놓고 '방송에 나가는 건 아닌데 한번 중계해볼래요'라고 했다. 스타1을 몇 년 했는데 그걸 못하겠나.(웃음) 라이엇 게임즈에서 그런 걸 기억하고 있고 최근에 프로야구 선수들이 참가했던 배틀 그라운드 이벤트 전을 중계한 것도 알고 있어서 이번에 제안을 해줬다.
Q, 그렇다면 스타1 종족은 무엇인가.
A, 저그인데 임요환 선수(현 T1 스트리머)를 좋아했다. 테란은 손이 많이 갔고 피지컬도 안됐다. 보통 저그를 하는데 혼자 할 때는 테란을 많이 연습했다. 친구들과는 랜덤으로 종종 했다.
Q, 사실 전통 스포츠를 중계할 때와 달리 e스포츠는 전문 용어가 많다 보니 준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거 같다.
A, 순줌(순간 줌인), 헤븐(각 맵의 높은 곳), 노줌샷 등은 FPS를 했던 사람들에게는 일반적인 용어다. 발로란트를 작년에 조금 해봤는데 '그냥 이런 게임이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시스템만 알면 요원, 스킬 이름은 외우면 됐다. 그런 걸 게임하면서 외우려고 했고 특정 요원의 스킬 등을 표로 정리해서 해외 일정이 있을 때는 저녁에 숙소를 오면 그걸 보면서 정확한 용어로 맞추려고 노력했다.
중계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제가 해설 위원이 아니고 캐스터다 보니 보이는 현상만 설명하면 됐다. 다만 이번 중계를 할 때 만족 못하는 게 프로 스포츠 다른 종목을 중계할 때 지식이랑 경기 보는 눈이 있는데 발로란트는 그런 게 없다. 2012~2013년 캐스터를 하던 그 느낌으로 하고 있는 거 같아서 좀 아쉽긴 하다.
지난 해 튀르키예에서 열린 발로란트 챔피언스부터 경기를 봤는데 (채)민준이가 했다. 민준이랑은 스포티비에 있을 때부터 알고 지냈고 같은 축구 팀이었다. '민준이가 발로란트를 하는구나. 나도 이 게임하는데' 이러면서 중계를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게임을 보는 데 잘 안 보였다. 게임을 스마트폰으로만 봤으니 미니맵의 중요성을 잘 모르고 있었던 거다. 개인적으로 '민준이는 어떻게 판을 읽지'라며 궁금했는데 '미니맵을 이래서 봤구나'. 이걸 또 알게 됐다.
Q, 워낙 프로 스포츠, 최강야구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다가 e스포츠 리그를 맡아서 많이 놀랐다.
A, 나중에 바뀔 수 있겠지만 지금 생각으로는 발로란트만 할 생각이다. 제가 하고 있고 재미있어하는 게임이다. 돈을 벌고 싶어서 발로란트 e스포츠에 들어왔다? 그건 아니고 이거 말고도 다른 일도 많은데 중계를 한 건 제가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제가 발로란트를 못하지만, 재미를 느끼고 있다.
혼자서 게임할 때보다 중계할 때 더 재미있다. 이번 '록//인'에서는 32개 팀이 출전했는데 해설 위원들에게 팀들에 대해 사전에 들었고 (팀들의) 스토리도 공부했다. 그런데 게임 내에서 디알엑스 '마코' 김명관 등 선수들과 팀들의 플레이, 특정 팀의 리딩 등을 해설 위원들이 설명해주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제가 스케줄이 되는 한 발로란트 e스포츠 중계는 계속하고 싶다.
Q, 프로 스포츠와 달리 e스포츠서는 해설자와 캐스터의 오디오가 겹친다는 지적이 많다. 그런 것에 대해 어떻게 조율하려고 했나.
A, 해설 위원들은 언제 넘겨도 다 잘한다. 그런 부담은 없다. 일단 전 발로란트를 혼자 끌고 갈 수 없다. 농구 중계면 제가 끌고 간다. 예를 들어 '이 타이밍에는 이런 걸 해설 위원이 설명해줬으면 좋겠다' 등 이렇게 넘기는 데 여기서는 그게 안 되지만 해설 위원들이 이야기를 너무 잘해준다. 우선 그 위주로 하고 있다.
오디오가 겹치면 제가 빠지면 된다. 그분들이 해설뿐만 아니라 캐스팅까지도 어느 정도 한다. 그냥 빠져 있다가 중요한 게 있거나 트리플 킬 등 사람들의 감정을 더 고조시켜야 할 때만 딱 들어간 뒤 짧게 치고 빠지는 게 편하다. 스타와 다르게 발로란트는 너무 진행이 빠르지만, 해설 위원들이 너무 잘해준다.
개인적으로는 3인 해설이 익숙하다. MBC 스포츠 플러스서 야구할 때는 중간에서 조율을 많이 했다. 게임을 보면서도 그렇게 해서 중계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Q, 정인호 해설 위원은 정용검 캐스터의 중계에 대해 '진짜 잘한다'며 칭찬하더라.
A, 사실 처음에 할 때는 걱정되고 부담도 됐지만 해설 위원들이 발로란트 게임과 중계 해설에 관해 이야기를 많이 했다. 진짜 열정적이라고 느껴졌다. 프로 스포츠에서도 그런 분들이 있지만 모든 분들이 다 그렇지 않다. 여기서 4~5일 정도 중계했는데 해설 위원들은 다 진심이었다. 그래서 생각보다 몰입도 빨리 됐다. 그게 정말 좋았다.
Q, 개인적인 느낌도 그랬지만 '잘한다, 깔끔하다'라는 평가가 많았다.
A, 저에게는 작은 도전이긴 했지만, 중계 자체는 어떤 종목을 하더라도 기본은 한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왜냐하면 올림픽, 월드컵, 동계올림픽, 아시안게임을 했고 생판 모르는 종목도 중계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가 해왔던 중계가 틀리지 않았다라는 걸 인정받는 거니까 기분이 너무 좋다.
예를 들어 새로운 여행지에 가면 서울에 처음 온 사람들처럼 즐거워하면서 보지 않는다. 그런데 저한테 발로란트는 처음했을 때 정말 재미있었다. 새로운 세상에서 플레이하고 해설 위원들에게 전술 이야기를 듣고 선수들은 이렇게 움직인다고 느낄 때 아드레날린이 나와서 별로 안 힘들었다. 해설 위원들도 쳐지면 저도 그럴 수 있지만 이분들도 진심으로 하니까 중계하면 진짜 안 피곤했다. 다들 알겠지만, 스포츠 중계를 하면 기본은 3시간이다. 끝나고 난 뒤 좀 힘들긴 했지만 중계할 때는 피곤함을 못 느꼈다.
Q, 발로란트 e스포츠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A, 개인적으로 농구 중계를 진짜 좋아했다. 지금은 기회가 만들어지지 않았는데 농구에서 집중과 호흡 빠지는 부분이 발로란트와 너무 비슷하다. 농구는 지공(템포를 조절해 서서히 공격하는 것)할 때 있고 전술 패턴은 가드가 알려준다. 또 득점하면 잠깐 쉬지 않나. 다음 턴이 되고 쿼터 별로 나뉘어져 있는게 비슷하다. 제가 프리랜서로 나올 수 있게 된 것도 농구 팬들이 좋아해 주고 응원해준 덕분이다. 개인적으로 농구 중계에 애착이 많다. 지금 중계할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처음 FPS 중계를 볼 때 선수 이름을 이야기 안 하고 닉네임으로 이야기하는지 궁금했다. 디알엑스 '스택스' 김구택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볼 때는 '스택스가 뭐야'라고 할 수 있을 거다. 네온 등 요원 이름도 비슷해서 일반 사람이 보는 입장서는 힘들 거 같다. 야구에서는 허구연 KBO 총재님이 용어를 쉬운 말로 바꾸려는 작업을 했는데 발로란트 씬에서는 제가 해보고 싶다. 아직 초보고 많이 못 하고 있지만 중계할 때는 쉬운 말로 바꾸려고 노력 중이다.
아직은 발로란트 씬에 대해 배워가는 입장이지만 제가 하는 방송을 많이 팬이 봤으면 좋겠다. 예전 스타1 처럼 선수가 아니라 새로운 유입자가 많았으면 한다.
Q, 개인적으로 '최강야구'에 관해 물어보고 싶었다.
A, 2002년에 어찌 됐든 프리랜서가 된 게 최강야구 단장인 장시원PD님이 같이하고 싶다고 한 덕분이다. 제가 나올 수 있게 기틀을 마련해준 덕분에 프리랜서를 선언했다. 물론 불안감도 있었지만, 지난 해는 최강야구 때문에 너무 행복했다. 녹화하러 가는 느낌이 아니고 뭐라고 해야할까... 정모하는 느낌도 아닌데 너무 신났다. 중계하러 가는 게 너무 즐거웠다. 녹화하는 날만 기다려졌다. 저는 캐스터일 때는 중립이고 선수는 선수이지만 최강야구에서 제 역할은 중립적이지 않다. 몬스터즈의 일원이 된 거 같다. 선수들도 경기가 끝나면 저한테 '이 공 어땠어'라며 물어본다. 팀에 속해있는 느낌이 드니까 너무 좋았고 즐거웠다.
Q, 중계를 듣다 보니 전용준 캐스터 스타일과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A, 전용준 캐스터를 너무 좋아했다. 저도 e스포츠 팬들의 마음을 약간 아는게 스타1 시절 중계를 들으면 '왜 전용준이 아니야?'라고 생각했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웃음) 저는 전용준 캐스터의 텐션, 해설 위원들을 편안하게 해주며 겸손한 태도로 시작하는 게 너무 좋다. 성승헌 캐스터처럼 해설 위원들에게 넘겨주고 진행하는 것도 좋다. 박상현 캐스터처럼 유머 있게 드립 같은 걸 날리는 것도 제가 추구하는 방향에 다 들어가 있다. 제가 꿈꾸는 방향은 세 분의 중간 정도 되는 것이며 11~12년 정도 프로 스포츠에서 맞다고 생각하면서 중계했다. 그래서 전용준 캐스터와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너무 기쁘다.
Q, 발로란트 e스포츠에 들어왔는데 앞으로도 자주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A, 저도 소속사에 들어가서 다른 스포츠 예능도 많이 하지만 발로란트를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소속사에서도 감사한 게 '하고 싶으면 해야지'라는 입장이다. 제가 다른 스케줄 때문에 다 들어가지 못하더라도 스케줄만 허락된다면 계속하고 싶다.
Q, 발로란트 e스포츠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A, 처음에 중계했을 때 긴장을 많이 했다. 해설위원들이 저를 아는 것도 고마웠는데 팬들도 '용검이 형', '용검 언니', '이 형 왜 나와' 이렇게 말하면서 좋은 응원 해주고 잘한다고 칭찬해주는 댓글을 보니 감사했다. 사실 약간 긴장하고 쫄아서 들어가는 게 맞고 자신감 없이 할 수 있지만 응원해줘서 고맙다. 발로란트 중계를 즐기고 있으니까 즐기는 마음 최대한 잘 전달할 수 있게 하겠다.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같이 호흡한다는 느낌으로 중계하려고 한다.
김용우 기자 (kenz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