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카운터 스트라이크가 글로벌 오펜시브 버전을 돌입하면서 한국 팀은 암흑기로 들어갔다. 이성재 코치도 위메이드 폭스를 끝으로 선수 은퇴를 선언한 뒤 e스포츠를 떠났다. 하지만 이성재 코치는 발로란트 출시 이후 비전 스트라이커즈(현 디알엑스)의 형제팀이었던 퀀텀 스트라이크 감독으로 돌아왔다.
이후 TNL을 거쳐 일본 노셉션 감독으로 활동한 이성재 코치는 지난 해 6월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VCT 재팬 스테이지2 챌린저스 결승전서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결승전 상대는 소년만화의 주인공이었던 제타 디비전이었다. 계약 종료 이후 발로란트 프랜차이즈 팀인 젠지e스포츠의 코치로 활동해 발로란트 퍼시픽을 준비 중이다.
최근 젠지 사옥에서 만난 이성재 코치는 현 라인업에 대해 디알엑스를 위협할 수 있는 팀이라고 했다. 발로란트 퍼시픽 목표를 묻자 그는 "최소 2위이며 1위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결승전이 열리는 장충체육관으로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Q, 젠지e스포츠에 합류한 소감은?
A, 운 좋게 또 젠지에 들어오게 돼서 너무 기쁘다. 그전에 있던 팀에서 계약이 끝난 뒤 다른 팀으로 이적할 때 약간 1부 리그 쪽 팀을 찾고 있었다. 당시 여러 팀에서 제의가 왔는데 프랜차이즈 팀인 젠지에서도 연락을 줬다. 웬만하면 한국 팀에서 하고 싶다는 생각하고 있어서 젠지에 합류하게 됐다.
Q, '티에스' 유태석, '에코' 염왕룡은 TNL e스포츠 이후 다시 만나게 됐다.
A, 두 명은 퀀텀 스트라이크부터 같이 했던 친구들이다. '메테오' 김태오도 TNL 마지막쯤에 합류한 선수였다. 주위에서 많은 사람이 'TNL 시즌2 아니면 온슬레이어스 시즌2'라고 그런다.(웃음)
디알엑스를 제외하고 이제 이 친구들이 가장 잘한다고 생각한다. 디알엑스를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급의 선수들이며 개인적으로 이 친구들을 다시 모일 수 있었다는 게 운이 좋았다. 한국에서 이만한 선수들은 없다고 생각한다. 멤버가 바뀐 지 2주 정도 됐는데 스크림 성적도 좋고 잘되고 있다.
Q, 퀀텀에서부터 TNL을 거쳐 일본 노셉션에서는 감독으로 활동하다가 젠지에서는 코치를 맡게 됐다.
A, 솔직히 계약하기 전에 조금 불편한 건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여태까지 감독을 하면서 '발로란트에서 감독과 코치는 무슨 차이일까'라는 생각을 좀 해봤다. 발로란트는 아직 경험이 많은 코칭스태프가 많이 없다. 디알엑스도 마찬가지일 건데 '터미' 편선호 감독도 말이 감독이지, 거의 코치처럼 지냈다. 직함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제가 감독이라고 해도, 코치라도 해도, 위치만 그럴 뿐 전혀 바뀔 거 같지 않을 거 같았다. 지금 감독인 '엠마푸디' 크리스 테빗도 경력, 커리어 때문에 저한테 의지하고 있으며 저도 굳이 직함에 대해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Q, 일본 노셉션에서 활동한 게 도움이 많이 됐나?
A, 도움이 많이 됐다. 왜냐하면 노셉션 때는 백지상태에서 시작했어야 했기 때문이다. 선수들을 비하하는 건 아니지만 (발로란트에 대해) 너무 몰랐다. 진짜로 걸음마 수준부터 가르쳐야 했기에 많이 힘들었다. 그렇지만 저도 다시 돌아가서 시작하니까 '뭔가 좀 이렇게 가르쳐야 하는구나'라는 깨달음을 얻게 됐다.
일본이 한국과 가깝고 성향이 비슷하지만 문화 차이는 확실히 있다. 개인적으로 다른 나라와의 문화적인 차이를 한번 경험해본 것이 젠지에 합류했을 때 좀 도움이 됐다. 저도 무조건 제 의견이 아닌 선수들의 의견을 많이 들어보려고 하고 있다.
Q, 본인이 직접 겪은 일본 발로란트 분위기는 어떤가?
A, 장난 아니었다. 왜냐하면 코로나19 때문에 다들 오프라인 무대를 안 하다가 그때 처음으로 풀렸고 저희가 결승 무대를 갔다. 이틀 동안 오프라인 무대를 했는데 제가 알기엔 현장에 온 발로란트 팬이 2만 5천 명 정도였다. 1층 바닥부터 2층, 3층까지 다 찼다. 당시 더운 여름이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 에어콘을 제일 세게 틀었는데도 더웠다. 선수들도 너무 덥다며 에어콘을 틀어달라고 했는데 그쪽에서도 이게 최대치라 했다. 저도 그렇게 많은 팬은 처음 봤다.
Q, 발로란트가 PC방 순위 3위이고 아카데미 학원서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에 비해 4배가 넘는 수강생이 몰린다고 하더라. 발로란트의 매력은 뭐라고 보는지.
A, 다른 게임보다 접근성이 쉽다. 라이엇 계정이 있으면 한 번쯤 해볼 수 있다. FPS 시장서는 3인칭에다가 배틀로얄 식으로 많이 나오는데 유저 입장서는 조금 질리기 시작한 거 같다. 사실 카운터 스트라이크:글로벌 오펜시브(CS:GO) 이후 클래식 FPS 장르는 전무했는데 발로란트는 오버워치 같은 느낌의 스킬류에 클래식 FPS가 접목되다 보니 게임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
본인이 실력과 에임만 있으면 적응하기 쉽겠다는 걸 알고 있다. 저희가 했던 CS:GO와 접근성에서도 많은 차이가 있다. 가장 중요한 건 현재 FPS 시장에 발로란트 만큼의 게임이 없다는 것이다.
Q, 브라질에서 열린 '록//인'서는 브라질 라우드와 대등하게 싸우다가 패했다.
A, 사실 경기하기 전에는 붙어봐야 안다고 생각했다. 브라질에 가기 전 2주 정도 스크림 성적이 안 좋았다. 힘들 거로 생각했는데, 가서 해외 팀들과 경기해보니 선수들도 느끼는 게 많은 거 같았다. 특히 경험 없는 친구들이 '유럽이나 북미 선수들도 사람이구나, 유튜브, 클립에서 보던 그 실력이 아니구나, 얘네도 못 할 때가 있구나'라면서 뭔가 자신감을 찾은 느낌이었다. 그러다 보니 스크림 성적도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거 진짜 할 만하겠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실수만 많이 하지 않는다면 진짜 라우드를 못 이길 거라는 생각은 없을 거 같았다. 그렇지만 경험 적은 선수들이라 잘 흘러다가가 실수가 많이 나와서 패했다.
Q, 25일부터 시작되는 발로란트 퍼시픽에 참가하게 됐다.
A, 들뜨지 않고 '맨날 하던 리그가 시작되는구나'라는 생각이다. 스스로 최소 2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잘하면 1등도 가능할 거로 본다.
Q, 2020년 창단된 비전 스트라이커즈(현 디알엑스)가 독주를 하다가 이제는 다른 한국 팀과의 격차가 좁혀진 느낌이다.
A, 예전에는 디알엑스가 조금 설렁설렁해도 그냥 이기는 정도였다면 지금은 그렇게 하다가는 패할 수 있다는 걸 알 거다. 예전에 비해 선수들의 실력도 올라왔고, 디알엑스도 한 번씩 패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만큼 디알엑스 실력도 많이 올라갔다. 아직은 디알엑스가 좀 더 잘한다.(웃음)
Q, 그렇다면 이번 대회 복병은 어디일까.
A, 탈론e스포츠(태국)다. 이번에 '록//인'에서 하는 걸 봤는데 생각보다 잘하더라. 탈론e스포츠를 많이 조심해야 할 거 같다.
Q, 앞으로 발로란트 e스포츠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A, 경쟁 FPS 종목이 있지 않는 한 최소 4~5년은 꾸준히 인기를 얻을 거 같다. CS:GO의 경우 아직도 인기는 있지만 예전에 비하면 줄어든 건 사실이다. 그러기에 다른 FPS 게임이 나오지 않는 한 발로란트 인기는 계속될 거 같다. 발로란트가 출시된지 2~3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1부, 2부 리그로 나뉘는 것도 정말 빠르다.
요즘 유망주도 많이 나온다. 젠지 글로벌 아카데미(GGA)만 봐도 학생 수를 감당하지 못한다. 코치가 없다. LoL처럼 발로란트도 팀 게임이지만 개인마다 에임에 대한 자존심이 강하다. 그래서 학원을 많이 찾는데 부산점 원장인 (권)재환(전 MVP 감독)이가 부산점 원장으로 가 있다. 재환이가 저한테도 코치가 없는지 물어본다. 학생 수가 너무 많다고 그러더라.
개인적인 생각인데 발로란트의 인기는 인플루언서들의 노력이 컸다. 개인적으로 알기엔 한 달 내내 자기들끼리 내전을 돌리고 있더라. 그리고 디알엑스가 지난 해 발로란트 챔피언스에서 3위를 한 것도 기폭제가 됐다. 인플루언서 팬들이 유립됐고 한국 팀이 3위까지 올라간 걸 보면서 인기가 더 커진 거 같다.
사실 PC방 순위가 3위인데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CS:GO 선수 시절 해외서는 인기가 많았고 사인도 하고 다녔는데 국내서는 인지도 1도 없었기 때문이다.
Q, 젠지에서 주목할 선수는 누구인지.
A, '메테오' 선수다. '티에스' 선수도 애착이 가지만 어쩔 수 없는 게 저와 동고동락도 많이 했고 머리를 맞대고 전략을 연구한 것도 있다. 나이도 많고 팀의 리더인데 아직까지 피지컬이 살아 있다. '록//인'에서 보여준 모습이 커서 기대하고 있을 건데 더 기대해도 좋을 거 같다.
Q, 퍼시픽 리그 목표는?
A, 최소 3위 안에 들어서 마스터스 도쿄에 가는 거다. 더 나아가서 챔피언스에 진출하는 걸 목표로 하겠다. 이번 대회서는 장충체육관을 가는 게 목표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A, 오래전부터 발로란트를 보신 분과 저희 팀을 응원해준 분들 감사드린다. 젠지 이름으로 참가하는 것이기에 명성에 맞게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하겠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김용우 기자 (kenz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