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는 세리머니가 있다. 축구에서는 득점에 성공한 뒤 선수들이 세레머니를 하며, 야구에서는 타자가 홈런을 친 뒤 일명 '빠던'을 한다. 반면 e스포츠에는 세리머니가 거의 없다. 경기 승리 후 포즈를 취하는 것이 대부분이며 이마저도 일부 선수만 카메라 앞에서 하는 것이 현실이다.
프로게이머들이 세리머니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세리머니의 긍정적 효과는 분명히 존재한다. 팀 분위기도 고도시킬뿐더러 시청자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며,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데 크게 일조한다.
과거 e스포츠에서도 많은 선수들이 하지 않았지만 세리머니를 하는 선수들이 있었다. 승리 후 포즈를 취하기도 했고, 승리 후 패배한 선수에 다가가 춤을 추기도 했으며, 준비한 의상을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다양한 세리머니를 본다는 것은 힘든 것이 사실이다.
지금은 유튜버로 활동 중이지만 과거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시절 광안리에서 수영복 세리머니로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알린 이성은을 만나 세리머니와 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성은은 세리머니에 대해서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면 자신에게 분명히 도움이 된다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 이유로 자기 PR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성은 세리머니에 관해서 이야기 하기 전에 세리머니를 하지 않아서 문제는 아니라는점을 명확히 했다. "세리머니가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 일으키는 것은 맞지만 세리머니를 안하는 것이 문제는 아니다"라는 것을 언급했다.
세리머니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지닌 그가 세리머니를 하기로 결정한 것은 '마케팅' 때문이었다. 과거 프로게이머 시절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알리기 위해 세리머니를 선보인 것이다.
그는 당시 세리머니를 한 것에 대해 '마케팅'이라고 콕 집어서 표현했다. "2007년 당시 12팀이 있을 당시 한 팀에서 테란 주전만 뽑아도 12명이다. 팀마다 한 두명씩 있었기 때문에 리그에서 보면 20명 정도 됐다. 나와 비슷한 선수가 20명 가까이 있는데 그중에서 내가 돋보이지 않으면 안 됐다. 세리머니는 나를 팬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승리할 때마다 세리머니를 한 뒤 그는 과거를 돌이켜 봤을 때 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자신을 알리는 데 굉장히 큰 도움이 됐다. 심지어 지금도 제가 어떤 성적을 거둔 선수였는지 잘 모르는 사람이 많지만, 광안리에서 춤춘 사람이라는 것은 잘 안다"라고 말하며 세리머니의 영향력이 큰 것을 알렸다.
세레머니에는 퍼포먼스, 춤, 메시지 등 다양한 것이 포함되는 그는 도발도 세레머니에 포함된다고 생각했다. 우선 이성은은 도발을 하면 두 배로 돌아온다는 점과 상대 팬들의 곱지 않은 시선과 건방져 보이고 동료에 대한 예의가 없어서 싫어하는 팬들이 많다는 것을 강조했다.
"상대 팀 팬분들이 좋게 보지 않는데 이 점은 당연하게 생각한다. 도발하고 경기에 패하면 리스크가 두 배로 돌아오는데 욕을 두 배로 먹게 된다. 극성팬분들 중에 좋지 않게 보시는 분들이 많지만, 의외로 긍정적으로 보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다"라며 도발로 인한 비난을 받는 것에 대해 걱정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이어 "당사자끼리는 아무 상관이 없다. 제가 임요한 선배한테 승리 후 책상 밟고 뛰어내리면서 세리머니를 한 적 있다. 당시 대선배 앞에서 예의가 없다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형은 털털하게 넘어가 주셨고 대부분의 관계자도 유쾌하게 받아주셨다. 실제로 사이가 나빠진 사람은 한 명도 없다"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세리머니로 인한 긍정적 효과를 강조했다. "첫 세리머니를 하는 것에 대해서 겁이 날 수 있다. 오히려 다음부터는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싶다는 의욕도 생기고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난다"라며 세리머니를 권장했다.
하지만 최근 e스포츠에서는 세리머니를 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게임과 리그 진행으로 세리머니를 할 시간이 없기도 하고 선수들이 세리머니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등 다양한 이유에서다.
최근 프로게이머들이 세리머니를 하지 않는 이유로 다양한 이유를 꼽았다. "구단에서의 관리가 제일 클 것 같다. 리그오브레전드는 5명이 플레이하는 팀 게임이다 보니 혼자 세리머니를 하기에 애매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또 리그 전반적으로 세리머니를 하지 않는 분위기 등 때문인 것 같다"라고 현 상황을 분석했다.
이성은은 현역 선수들에게도 세리머니를 적극 권장했다. "남들이 다 동그랗다고 나도 동그래질 필요는 없다. 다 동그란데 내가 별 모양이라면 그 별은 돋보이게 된다"라며 "너무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팀에서 제약이나 계약적으로 족쇄가 걸려있지 않은 이상 용기가 부족하거나 눈치가 보이는 선수가 있다면 걱정 없이 한번 해보라고 하고 싶다. 하고 싶은데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저에게 연락을 주면 제가 조언을 해주겠다"라고 세리머니를 하고 싶은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했다.
많은 프로게이머들이 선수를 은퇴 후 인터넷 방송인을 걷고 있고, 인터넷 방송인의 길을 가고 싶어 하는 상황에서 이성은은 마지막 조언을 했다. "과거의 인기로 개인 방송에서 반드시 성공한다고 보장할 수 없다. 그렇다고 과거의 인기도와 영향력, 인지도와 같은 것들이 전혀 무관하지 않다. 출발 선상에서 남들보다 유리하게 시작할 수 있는 발판이 될 뿐이다. 팬들의 머릿속에 확실히 어떤 선수인지 각인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프로게이머이자 인터넷 방송인 선배로서 조언을 전했다.
오경택 기자 (ogt8211@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