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회장은 한빛소프트를 창업하고 '스타크래프트'를 한국에 들여왔다. 그리고 한국e스포츠협회의 전신인 21세기프로게임협회의 초대 회장을 지내며 한국 e스포츠의 초석을 다진 인물이다. 당시를 회상한 김 회장은 "LG소프트웨어 재직 당시 액티비전의 '다크 레인'의 라이센스를 가져왔다"며 "그리고 '다크 레인'을 활용해 당시 황형준 PD와 손을 잡고 대회하는 것을 영상으로 찍었다. 컴퓨터 60대를 놓고 대회를 진행했고, 이를 투니버스에서 방송했는데, 이것이 훗날 '스타크래프트'를 한국에 들여올 수 있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이야기했다.
LG소프트웨어를 떠나 한빛소프트를 창업한 김 회장은 '스타크래프트'를 들여오기 위해 블리자드에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는데, 당시 블리자드의 배틀넷 서비스를 강조하면서 '다크 레인' 대회를 진행했던 영상을 보여줬다고 한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블리자드에 당신들이 말하는 배틀넷 서비스가 정말로 원활하게 사용 가능하다면, 이걸 가지고 한국에서 '스타크래프트' 대회 또한 만들어 보겠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결국 이 프레젠테이션으로 김 회장은 '스타크래프트'를 한국에 들여오게 됐고, 이후에는 프로게이머를 정당한 직업으로 인정받게 하기 위해 한국e스포츠협회의 전신인 21세기프로게임협회를 만들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김 회장은 대한민국에서 e스포츠의 토대를 본격적으로 다졌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거치며 성장해 온 e스포츠는 서서히 스포츠로 인정받고 있다. 9월에 열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으며, 일본에서 열릴 차기 아시안게임에서도 정식 종목의 지위를 유지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e스포츠협회는 대한체육회 준회원 단체가 됐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제12대 회장 선거는 더욱 남달랐다. 김 회장은 "이번 회장 선거는 대한체육회 준회원 요건에 맞춰 그에 맞는 절차를 따랐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기존 회장 선임이 이사회에서 총회를 통해 결정됐다면, 이번에는 대의원단을 모집해 간선제로 치러졌다"며 "이번 선거는 대한체육회 규정에 의해 치러진 최초의 선거였고, 그렇기에 다른 회장 선거보다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런 절차는 곧 e스포츠가 진정한 스포츠로 인정받는 과정을 걷고 있음을 의미할 것이다. 김 회장 또한 "대한체육회의 정식 회원이 된다는 것은 정부로부터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고, 이는 곧 풀뿌리 스포츠 육성의 기회로 이어진다"고 힘줘 말했다.
이렇듯 e스포츠의 위상이 높아지는 현시점에서 가장 주목 받는 이벤트 중 하나는 단연 아시안게임일 것이다.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시범 종목으로 채택되며 가능성을 보였던 e스포츠는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정식 종목으로 치러진다. 지난 2018년 대회에서 금메달 1개(스타크래프트 2), 은메달 1개(리그 오브 레전드)의 성적을 남긴 대한민국은 이번 항저우 대회에서 그 이상의 성적을 노리고 있다.
협회는 물심양면으로 선수단을 지원할 준비를 마쳤다. 김 회장은 "항저우 현지에 가서 선수들을 위한 캠프 및 전략들을 세우고 있다"며 "그런데 준비 과정에서 4만 명 넘는 현지 관중들의 함성에 선수들이 어떻게 견딜지가 걱정됐다. 그래서 그런 부분을 도와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최선을 다해 준비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8일 출정식 이후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갈 e스포츠 대표팀은 문체부에서 구축한 전문 시설에서 연습에 집중할 예정이다. 또, 현지 적응 시뮬레이션 훈련 또한 준비된 상황이다.
이어서 김 회장은 "LoL 종목에서 걱정되는 부분은 역시 팀 합을 맞출 시기가 짧다는 점이다. 그리고 다른 종목 같은 경우에는 많은 관중들이 있는 경기장에서의 경기 경험이 적다는 점이 걱정된다"며 "그런 부분을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보고, 스포츠정책과학원에서도 선수들 트레이닝을 해줄 예정이다"라며 과학화 훈련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현재 캠프도 만들고 잘 준비하고 있지만, 우리 역시 코치진과 선수들이 모두 열심히 하고 있다. 선수단을 믿고 있다"며 "열심히 준비하면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말처럼 좋은 결과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웃으며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 회장은 'e스포츠 종주국 위상 되찾기'를 강조했다. 김 회장은 "최근 싱가포르, 중국 등에서 열린 다양한 e스포츠 행사를 다니면서 위기의식을 많이 느꼈다. 우리가 말로는 e스포츠 종주국이라고 하지만, 막상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면 인프라가 열악하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현재 우리나라에는 큰 e스포츠 행사를 한다고 했을 때 많은 선수들을 한 곳에 모을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한 것 같다"며 "어느 지역이든 가까운 이동 거리 내에서 선수들이 안전하게 경기하면서 생활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있어야 한다. e스포츠 종주국이라면 그런 부분이 잘돼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서 "정부에서 e스포츠 지역 연고제 등에 대한 공약을 걸기도 했지만, 아직까진 e스포츠를 위한 실질적인 플랜은 없는 것 같다"며 "앞으로 앞서 말했던 e스포츠 인프라에 대한 부분들을 실제로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강윤식 기자 (skywalker@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