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16일 서울 마포구 상암 아프리카 콜로세움에서 열린 펍지 네이션스 컵 2023 3일 차 경기에서 172점을 기록, 1위를 차지했다. 최근 국제대회에서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던 한국 펍지는 이번 우승을 통해 4년 만에 국제무대 챔피언에 올랐다. PNC의 경우에는 1회 준우승, 2회 4위 기록에 이어 마침내 정상에 등극하는 기쁨을 누렸다.
경기 후 인터뷰에 나선 신명관 감독은 "19년도와 22년도 PNC 때 사실 우승에 근접했지만,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우승해서 굉장히 기쁘다"는 우승 소감을 전했다. 신명관 감독과 마찬가지로 1, 2회 대회 모두 국가대표로 나선 바 있는 '이노닉스' 나희주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은 것 같아서 행복하다"는 소감을 남겼다. 또, 커리어 첫 우승에 성공한 '헤븐' 김태성은 "첫 우승 커리어가 네이션스 컵이어서 행복하다"고 이야기했다.
3일 차를 2위로 시작한 한국은 베트남, 영국 등의 추격을 받았지만, 이를 뿌리치고 순위표 가장 높은 자리를 지켜냈다. 신 감독은 3일 차를 앞두고 "'비켄디'나 '태이고'에 약점이 있어서 그 부분을 보완하려고 노력했다. '미라마'와 '에란겔'은 원래 장점이 있어서 딱히 건드리지 않았다"며 "선수들이 우승에 쫓기면 제 기량이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평상시와 똑같은 날처럼 웃으면서 경기할 수 있도록 했다"고 준비 과정을 이야기했다.
앞서 언급했듯 영국과 베트남의 추격이 매서웠다. 매치 14에서 20킬 치킨을 뜯었음에도 매치 17까지 안심할 수 없는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서울' 조기열은 부담을 느끼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는 "베트남, 영국과 점수 차이가 조금 난다고 알고 있었다"며 "부담감을 덜어 놓은 상태라 그 정도의 부담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고 자신감 있는 답변을 내놨다.
추격을 허용했던 한국은 매치 17에서 숱한 위기를 넘기며 생존에 성공했고, 결국 다수의 점수를 쌓으며 사실상 우승을 확정 지었다. 이 경기에서는 '로키' 박정영의 활약이 눈부셨다. 결정적인 킬 캐치를 통해 킬 포인트를 더했고, 한국은 이를 기반으로 베트남, 영국과의 점수 차이를 유지했다. 당시를 떠올린 박정영은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내가 슈퍼스타라는 느낌이다. 두 번째는 잡고 인원수를 봤는데, 많이 없었다. 이걸 돈으로 생각하면 이게 얼마지라는 생각을 했다"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앞서 언급했듯 부담감을 덜어놓았다는 조기열. 그는 오더를 내려놓으며 더욱 날아올랐고, 결국 이번 대회에서 MVP를 수상했다. 그는 "부담을 덜었기 때문에 팀원들과 감독님에게 이야기한 게 지금의 이 모습을 약속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 같다"고 MVP를 받게 될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조기열을 대신해 오더를 맡게 된 나희주의 경우에는 역할 변경에도 제 몫을 해내며 팀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오더를 맡았던 상황을 돌아본 그는 "오더를 바꾸면서 하지 않던 것을 하다 보니까 생각을 맞춰야 하는 부분이 어려웠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한국은 PNC 우승을 차지하면서 4년 만에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게 됐다. 연말 펍지 글로벌 챔피언십(PGC)를 앞두고 있는 만큼, 선수들은 이번 우승으로 자신감을 얻었다고 이야기했다. 커리어 첫 우승에 성공한 김태성은 "첫 우승이다 보니까 PGC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고, 박정영은 "다나와에서 세 명이 나왔는데, 그동안 계속 생각했던 문제들이 대회하면 할수록 보완된 것 같아서 조금 더 자신 있게 PGC 나설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국 국가대표팀은 응원해 준 팬들에 대한 감사 인사 역시 잊지 않았다. 신 감독은 "저는 한국의 펍지 다시 리그가 인기를 되찾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다"며 "PNC라는 무대가 많은 시청자의 주목도가 올라가는 국제대회이기 때문에, 이번에 한국에서 열리는 만큼 꼭 우승해서 예전에 펍지 좋아했던 분들이 돌아오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희주는 "우승이라는 약속을 지켜서 뿌듯하다. 늦은 시간까지 응원해 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고, 박정영은 "우승 커리어를 한창 쌓을 때 객석의 모든 팬을 제 팬으로 만들겠다고 한 적이 있는데, 거기에 한 걸음 다가간 것 같아서 기분 좋다"고 말했다. 조기열은 "대회하기 전부터 팬들에게 응원을 당부하며 재밌게 봐달라, 즐겨달라고 했는데, 재밌게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했다. 감사하다"고 이야기했다. 김태성은 "팬들에게 모두 보여드리지 못해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믿고 응원해 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남겼다.
강윤식 기자 (skywalker@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