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우가 27일 중국 항저우 e스포츠 센터 주 경기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스트리트 파이터 V'승자조 결승에서 대만의 '오일킹'을 2대1로 제압했다. 1세트를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2세트에서 압승을 거두며 동점을 만들었고, 첫 라운드를 내준 상황에서 집중력을 발휘해 3세트 라운드 스코어 2대1 승리를 거두고 결승에 올랐다.
경기 후 믹스트존으로 들어온 김관우의 표정은 잔뜩 상기돼 있었다. 아직 흥분이 채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손을 떨면서 들어온 그의 눈가에는 살짝 눈물이 고여있기도 했다. 김관우는 "아직은 많이 남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그래도 한 걸음 더 올라가서 기쁘기도 하다. 빨리 감독님에게 칭찬 듣고 싶다"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대만의 강자 '오일킹'을 꺾고 결승에 오른 김관우는 은메달을 확보했다. 사실 '스트리트 파이터 V'는 아시안게임 개막 직전까지만 해도 메달 획득에 대한 큰 기대를 받지 못했던 종목이었다. 하지만 김관우는 일정 첫날부터 전승을 달리며 승자조 결승에 올랐고, 승자조 결승에서도 승리하며 결승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김관우는 "(메달 획득에 대한 기대를 받지 못했지만)그래도 감독님과 저희는 믿고 있었다. 우리는 무조건 메달을 딴다고 생각했다. 어디까지 가는 지는 해봐야 알겠지만, 이 정도면 분명히 메달을 딴다고 생각했다"며 "저도 제 실력을 믿으면 분명히 더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결승전을 앞두고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앞서 언급했듯 김관우는 이날 경기에서 첫 세트를 내줬다. 라운드 스코어 0대2로 패하며 내주며 불안한 출발을 보인 것이다. 당시를 떠올린 김관우는 "'오일킹' 선수의 플레이에 대해서 연구하고 생각한 게 있는데, 막상 실제 경기에 들어가니까 그렇게 못해서 졌던 것 같다"며 "그런 부분을 잘해야 한다고 마음속으로 채찍질하고 올라가서 대처하니까 경기가 풀려나갔다"고 설명했다.
3세트에도 첫 라운드를 내주는 등 상대의 거센 공세를 받는 타이밍이 있었다. 김관우는 "저도 제가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무아지경이었던 것 같다. 사실 3세트 첫 라운드에 실수가 있었다. 원래는 하단 공격이 나가야 하는데 중단 공격이 나갔다. 거기서 조금 상황이 바뀌었지만, 어쨌든 아직 게임이 안 끝났으니까, 제가 잘하는 것에만 집중했다"며 "심리상담을 해주는 분이 있는데, 그분이 늘 '이미 지난 것은 지난 것이고,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것에 최대한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걸 떠올리면서 집중했다"고 힘줘 말했다.
1979년생인 김관우는 현재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고 있는 대한민국 선수들 중 메달권에 근접한 선수 중에서 최고령에 해당한다. 40대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김관우는 "어떤 기사를 보니까 저보고 황충이라고 하더라. 관우에게 황충이라고 해도 되는 건가라고 생각했다"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한편 '오일킹'은 '스트리트 파이터 V' 1일 차에 한국의 연제길에게 패배를 안기며 패자조로 보낸 이력을 가지고 있다. 김관우는 "연제길 선수가 첫 라운드에 '오일킹'을 만나서 졌다. 첫 경기부터 결승에 올 만한 강한 선수를 만났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운이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손이 아직 덜 풀리고 현장 분위기에 익숙해지기 전에 너무 강한 선수를 만났다"며 "그래도 아직 한국팀은 남아있으니까 멀리서라도 응원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결승에 진출한 김관우는 28일 대만의 '게이머비', '오일킹' 경기의 승자와 결승에서 격돌한다. 그는 금메달에 대한 질문에 "아직 자신 있다. 오늘 해보니까 오히려 보조 경기장보다 큰 무대에 앉았을 때 마음이 안정적이었다"며 "자신 있다. 상대도 강력하겠지만, 저도 강력하다. 한번 잘 싸워보겠다. 열심히 하겠다"는 말을 남기며 인터뷰를 마쳤다.
강윤식 기자 (skywalker@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