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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 경쟁-2군 겪은 '켈린',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주전 경쟁-2군 겪은 '켈린',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디플러스 기아는 2021년 시즌 직후 팀을 떠난 '베릴' 조건희의 후임으로 '켈린' 김형규를 선택했다. 2022년부터 꾸준히 디플러스 기아의 하단을 지켜온 김형규는 지난 시즌 팀과 함께, 아니 팀보다 더 우여곡절의 시즌을 보냈다. 몇 년 만에 다시 주전 경쟁을 하기도 하고, 또 챌린저스 무대를 밟기도 했다. 팀 역시 선발전 막차로 롤드컵에 합류한 기쁜 순간과 롤드컵 무대에서 8강 진출에 실패한 아쉬운 순간을 동시에 경험했다.

다사다난했던 시즌인 만큼, 김형규 역시 다양한 감정을 느꼈다. 그런 김형규를 지난 19일 디플러스 기아 숙소에서 만날 수 있었다. "지난 시즌은 스스로에게 아쉬웠다. 화가 났다"는 말로 본인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내린 김형규는, 벌써 내년 시즌을 바라보고 있었다.

▶2023년, 남이 아닌 나에게 화가 났다
김형규는 2023년을 되돌아보며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는 말을 가장 먼저 꺼냈다. 그는 "팬들은 잘 모르테지만, 스스로에게 많이 아쉽고 또 화가 났다. 서머 시즌에 대회를 많이 뛰지 못했다. 아쉽다는 평가도 받았다고 들었다.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스스로는 내가 더 잘해야 된다고 느끼고 있다"고 돌아봤다.

특히 김형규가 평가를 실감했던 부분은 시즌을 마친 후라고 한다. 김형규는 "원래 외부의 평가를 크게 신경쓰지 않는 편이다. 밖에서 어떤 말을 하던지, 내 자신이 지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또 팀원들이 믿으면 외부의 평가는 문제 없다고 느낀다. 그런데 이번 이적시장에선 시장의 평가를 체감하게 되더라. 서포터 매물을 서로 비교해야하는 상황이 되다보니, 내 평가에 대해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형규에 대한 평가는 또 어떤 지점에서는 굉장히 갈리는 점이 있기도 하다. 일부에서는 후반에 약한 디플러스 기아의 약점을 이니시에이팅과 오더 능력의 부재로 꼽으면서 김형규에 대한 저 평가의 원인으로 삼기도 한다. 또 반대편에서는 팀 적인 약점을 김형규라는 한 명의 선수의 약점으로 지적하는 것이 잘못된 평가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김형규는 자신에 대한 평가를 두고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팀에 우승자가 있고, 저는 우승 경력이 없다. 자연스럽게 내 평가가 낮아질 수 밖에 없고, 내가 이겨내야 할 부분이다"라면서 "지난 시즌의 경기력은 내가 봐도 아쉬운 점이 많았다. 특히 롤드컵에서 딱히 보여준 것이 없어서 스스로 화가 많이 났다"고 덧붙였다.

▶주전 경쟁, 2군 행...최선을 다할 뿐
주전 경쟁-2군 겪은 '켈린',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김형규에게 2023년은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2021년 이후 꾸준히 주전으로 뛰어온 김형규는 서머 시즌 디플러스 기아 챌린저스에서 콜업된 서포터인 '바이블' 윤설과 주전 경쟁을 하면서 시즌의 절반 가량을 벤치에서 보냈다. 또 그 기간 동안 2군 팀인 디플러스 기아 챌린저스에서도 경기를 뛰기도 했다.

김형규는 처음 주전 경쟁을 받아들였을 당시를 되돌아보며 "복잡했다"라고 표현했다. 그는 "(솔직히) 내가 왜 주전 경쟁을 해야하지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바꿀 수 있거나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냥 있는 환경에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2군 행에 대해서는 김형규는 "그 때 다른 선수들도 한 번 씩 2군에서 뛰고 오는 추세였다. 내가 알기로 농심의 '든든' 선수도, 브리온의 '카리스'나 '에포트' 선수도 다녀왔던 것으로 안다. 그 때 제가 주전이 아니었고, 시간이 비었다. 그래서 시간이 남는 김에 경험해보자는 마음으로 제안을 받아들여서 2군에서 뛰게 됐다"고 풀어놨다. 이어 그는 "막상 2군에 가니까 좋았다. 어린 애들이랑 플레이하는 것도 즐거웠다. 또 사람들이 신인이라는 이유로 많이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대부분 경험해보니 저희랑 똑같은 선수 같더라. 2군에서의 경기는 좋은 기억만 있다"고 돌아봤다.

다만 김형규는 이 일련의 과정들에서도 본인의 자신감을 지켜낼 수 있었던 비결로 솔로 랭크를 꼽았다. 김형규는 지난 2023년 솔로 랭크에서 연달아 좋은 모습을 보이며 1위를 찍기도 했다. 김형규는 "서머 시즌 들어가기 전에 (솔로 랭크) 1위를 찍은 뒤 끝날 때까지 1위였다. 2군에 갔을 때도 1등이긴 했던 것 같다. 그래서 2군에 갔을 때 스스로 부족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최고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살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2024년엔 결승 밟고 싶어...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시즌을 마친 디플러스 기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캐니언' 김건부의 자리는 신인인 '루시드' 최용혁이 메운다. 김형규와 호흡을 맞출 바텀에도 '데프트' 김혁규 대신 '에이밍' 김하람이 들어왔다. 탑 역시 '칸나' 김창동이 나가고 '킹겐' 황성훈이 영입됐다.

공개된 로스터를 두고 팬들은 김형규의 역할이 커졌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팀의 오더를 맡게 되는 정글러와 서포터 두 포지션 중, 정글러가 신인으로 대체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형규는 이런 의견에 대해 "그런 면에 대해서는 딱히 공감하지 않는다. 오히려 새로운 팀원들이 서로 말을 많이 하고 의견 교류가 잘 되면서 합이 잘 맞는다고 느끼는 편"이라고 선을 그었다.

바텀에서 '에이밍' 김하람과의 호흡에 대해서도 밝혔다. 주로 라인전에서 강점을 보인다는 평이 많은 김형규와는 달리, 김하람은 지난 시즌 로밍에서 변수를 만드는 것을 즐기는 '리헨즈' 손시우와 좋은 호흡을 보였다. 자연스럽게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추게 될 바텀의 콘셉트에 대해서 궁금증이 모아졌다. 김형규는 "오히려 나는 라인전에 그렇게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라면서 "라인전은 기본적으로 단단해 크게 건드릴 것이 없다. 스크림에서 바텀 구도가 굉장히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익히 아시는 원거리 서포터들도 많이 나오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서로 말을 맞추면서 티어 정리만 잘 하면 잘 할 수 있다고 느낀다"고 설명했다.

특히 2024년 시즌에는 대규모 업데이트가 예정되어, 협곡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인게임 업데이트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지만, 시즌을 앞둔 선수들은 미리 패치 버전을 받아 게임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김형규는 그럼에도 "원래 맵이 바뀌다보면 솔로 랭크에서 소위 '머리 박치기'를 하면서 티어를 정리해야 한다. 그런데 패치가 많이 늦다. 그러다보니 저희 데이터로만 해야하는데 그게 많이 애매하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경기력이 오르고 있는 추세는 맞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형규는 이어 2024년의 목표를 "큰 무대에 서고 싶다"고 설정했다. 그는 "성적이 그간 좋지 못했다. 결승전에도 갈 뻔한 적이 있었지만, 매번 다전제에서 무너지면서 가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개인적으로 아직 큰 무대를 밟아보지 못했다. 한 번 꼭 경험해보고 싶다"고 목표를 밝혔다. 이어 그는 디플러스 기아에 대해 "디플러스 기아에 오지 않았다면 그저 그런 선수, 중하위권 선수로 남았을 것 같다. 팀에 와서 선수로써, 또 인간으로써 많이 성장했다. 항상 감사하다. 응원해주시는 팬들에게 특히 고맙고, 내년 시즌 잘 즐겨보겠다"는 각오를 남기며 인터뷰를 마쳤다.

허탁 기자 (taylor@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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