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지가 24일(한국 시각) 중국 상하이 발로 아레나에서 열린 2024 발로란트 챔피언스 투어 마스터스 상하이 결승전에서 팀 헤레틱스를 3 대 2로 제압하고 정상에 올랐다. 지난 3월 열린 마스터스 마드리드 결승에서 아쉽게 패하며 우승을 놓쳤던 젠지는 이번에는 다시 잡은 기회를 잘 살리며 한국 팀 최초로 발로란트 e스포츠 국제대회 우승에 성공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 나선 '라키아' 김종민은 "힘들었던 시절들이 다 지나간 것 같다. 저에겐 인생의 굴곡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결국엔 높은 위치에 섰다"며 "너무 행복하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해서 더 잘하고, 좋은 일만 가득하면 좋겠다"는 말로 우승 소감을 전했다.
이번 대회에 젠지는 스위스 스테이지, 플레이오프를 거치며 6경기를 치렀다. 젠지는 모든 경기서 전부 승리, 전승 우승으로 대회를 마감했다. 아메리카, EMEA 등 내로라하는 발로란트 지역의 강팀을 꺾은 젠지의 '솔로' 강근철 감독은 가장 큰 고비로 스위스 스테이지 FPX전을 꼽았다. 그는 "중국에 와서 중국팀과 하는 거라 부담이 많이 됐다. 고비를 잘 넘겨서 우승했다고 생각한다"고 돌아봤다.
앞서 언급했듯 이번 젠지의 우승은 퍼시픽 리그의 첫 국제무대 우승인 동시에, 한국팀의 첫 국제대회 우승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크다. 그동안 퍼시픽의 팀은 페이퍼 렉스(PRX)와 젠지 등이 결승 무대까지 밟는 덴 성공했지만, EMEA와 아메리카 리그의 기존 강팀을 넘지 못하며 최종 우승의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 마침내 젠지가 그 한을 푼 것이다.
'먼치킨' 변상범은 첫 국제대회 우승의 공을 코치진에게 돌렸다. 그는 "퍼시픽 최초로 트로피를 들어서 기쁘고 자랑스럽다"며 "감독, 코치님의 힘이 컸다. 좋은 에임은 선수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부분이다. 저희는 상위권 에임을 가졌기 때문에 팀적인 합만 맞추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감독, 코치님이 같은 생각으로 게임할 수 있게 하고,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하게 해줘서 좋은 성적 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전승 우승으로 지난 마드리드에서의 아쉬움을 날린 젠지지만, 결승이 녹록지만은 않았다. 첫 세트 낙승을 거둔 후 2, 3세트를 연달아 패한 것. 좋은 기세로 결승까지 갔지만, 결국 무너졌던 마드리드에서의 악몽이 다시 살아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로터스'에서의 4세트서 압승을 거두며 다시 분위기를 가져왔고, 그 분위기를 마지막 5세트까지 이어갔다.
강근철 감독은 "2, 3세트 때 밀리다 보니까 원래 젠지가 아닌, 다른 팀이 와서 게임하는 듯한 분위기가 됐다. 선수들이 '또 우승을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며 "그래서 2, 3세트 지고 나서는 4세트서 후회 없는 경기를 하자고 했다. 더 자신 있게 하고 과감하게 하자고 했는데, 이런 플레이에서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서 4, 5세트 이기게 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값진 우승에 성공한 젠지. 하지만 만족하지 않고 있다. 변상범은 "어떻게 보면 퍼시픽, 한국 최초로 트로피를 얻게 됐는데,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발로란트에서 다른 팀은 써 내려가지 못할 기록을 쓰는 게 목표다. 가장 가까운 목표는 챔피언스 우승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카론' 김원태는 8월 서울에서 열릴 챔피언스에서의 선전을 다짐하기도 했다. 그는 "서울 챔피언스 가면 한국의 무서움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며 "이번에 퍼시픽 리그도 강하다는 걸 증명했기 때문에 다른 지역팀이 챔피언스에서 저희나 다른 퍼시픽 팀을 만나면 긴장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로 자신감을 드러냈다.
강윤식 기자 (skywalker@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