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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식의 e런 사람] WHG 정인호, "세계 정상 등극 비결은…"

대학리그 현장에서 만난 정인호.
대학리그 현장에서 만난 정인호.
2024 eK리그 챔피언십 시즌 2서 WH게이밍은 공격 축구를 앞세워 돌풍을 일으키며 팀전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그 돌풍은 eK리그 챔피언십 직후 열린 세계 대회인 FC 프로 챔피언스 컵 우승으로 이어졌다. 한국 팀이 'FC 온라인' 최고 권위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2021년이 마지막이었다. 3년 만에 WH게이밍이 한국 'FC 온라인'을 한 해 최강 자리에 올려놓은 것이다.

정인호는 태국 전통 강호 어드바이스e스포츠와 결승에서 하루 2승을 기록하는 등 맹활약하며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졸업을 앞둔 대학생 신분으로 지난 주말 부산e스포츠경기장에서 열린 e스포츠 대학리그에 참가했던 정인호는 당시를 떠올리며 눈빛을 반짝였다. 그는 "사실 제가 국내리그에서 정말 못했는데, 국제대회에 가서 팀원으로서 제 몫을 하고 우승한 것 같아서 좋았다. 믿기지 않았던 순간이었다"고 우승 순간을 회상했다.

올해 WHG의 기세는 놀라웠다. 승강전을 거쳐 2024년 시즌 2에 처음 eK리그 챔피언십 무대를 밟은 그들은 연일 공격력을 과시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개인전에서는 이원주가 4강까지 가며 팀을 팀전 플레이오프에 이끌었고, 팀전 플레이오프에서는 젠지e스포츠와 광동 프릭스를 연달아 격파하고 결승 무대를 밟았다. 결승에서 비록 kt 롤스터에 패했지만, 풀 세트까지 가면서 'kt 왕조'를 위협했다.

WH게이밍.
WH게이밍.
돌풍의 비결을 묻자, 정인호는 "첫 번째로 저희 팀원들은 사적으로 많이 만나고 여행도 갈 정도로 돈독한 분위기가 조성돼 있었다. 그런 점으로 인해 경기할 때도 서로 편하게 할 수 있고, 부담도 안 느끼게 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서 "또 저희는 연습할 때 새로운 게 있으면 빠르게 받아들이려고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빠르게 변하는 메타에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eK리그 챔피언십부터 FC 프로 챔피언스 컵까지 거침없던 소속팀의 행보와 달리, 정인호는 국내리그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2023년 시즌 1 리바이브 소속으로 처음 등장해 좋은 모습을 보였던 만큼, 오랜만에 복귀한 eK리그 무대에서의 정인호에게 많은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팀전 1라운드에서 1승 4무 1패로 아쉬운 성적을 남겼고, 결국 WHG 4명 중 유일하게 개인전에 오르지 못했다.

정인호는 "처음에 eK리그 챔피언십에 올라갔을 때는 겁도 없고 아무 생각 없었다. 이후에 강등을 당하고 이번에 어렵게 올라왔을 때는 조금 더 잘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그래서 그런지 부담을 좀 느꼈다. 오히려 그러면서 처음과 비교해 플레이가 안 나왔던 것 같기도 하다"고 초반 부진의 이유를 돌아봤다.

[강윤식의 e런 사람] WHG 정인호, "세계 정상 등극 비결은…"
그러나 FC 프로 챔피언스 컵에서의 정인호는 달랐다. 세계 최강의 'FC 온라인' 강호들과 맞대결에서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고, 결승전에서는 2승을 달성하며 팀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달라진 경기력의 이유를 묻자, 먼저 정인호는 수비 전술의 핵심인 '공쪽으로 밀집' 금지를 꼽았다.

eK리그 챔피언십은 1라운드 팀전까지는 '공쪽으로 밀집'을 허용했지만, 2라운드 개인전부터 이를 금지했다. '공쪽으로 밀집'을 금지한 FC 프로 챔피언스 컵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정인호는 "팀전에서는 공쪽으로 밀집 사용이 가능해서 제 공격적인 장점이 많이 안 드러났다"며 "그런데 국제대회에서는 공쪽으로 밀집이 금지되다 보니까 더 편하게 공격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한, 잘해야 한다는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것도 컸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정인호는 "국내대회에서의 제 부진에 미안한 감정이 들면 플레이에 방해가 될 것 같아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내 플레이만 하자'고 생각했다"며 "그러면서 긴장이나 부담을 안 느끼고 할 수 있었다. '공쪽으로 밀집' 금지와 부담감 해소 두 가지 요인 때문에 제 플레이가 잘 나왔던 것 같다"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강윤식의 e런 사람] WHG 정인호, "세계 정상 등극 비결은…"
정인호는 29일 FC 온라인 얼티밋 매치(FUM)을 앞두고 있다. eK리그를 빛낸 16명이 개인 계정으로 맞붙는 경기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대회다. 또한, FUM 결승전에 진출하며 연말에 열릴 FC 프로 페스티벌에 한국을 대표해 출전하는 자격을 얻게 된다. 정인호의 16강 상대는 '황제' 곽준혁이다.

정인호는 eK리그 챔피언십에 처음 올라왔던 지난 2023년 곽준혁을 5 대 1로 대파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처음 알렸던 바 있다. 정인호는 "곽준혁 선수와 경기할 때마다 골이 항상 많이 나왔던 것 같다. 그래서 다득점 경기가 나올 것 같다"며 "또, 요즘 공식 경기에서 곽준혁 선수가 엄청 잘하더라. 쉽지 않은 피 터지는 승부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이에 더해 FUM에 대한 기대감 역시 드러냈다. 정인호는 "평소에 공식 경기할 때 쓰던 계정이고 룰도 공격적인 룰이다"라며 "그러다 보니까 기존 대회에서 종종 나오던 수비적이거나, 천천히 풀어나가는 양상보다는 온라인에서 잘하는 고수들끼리 경기하는 느낌으로 재밌는 경기가 많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인호는 올 한 해 응원을 보내 준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그는 "저희 팀이 새로 올라왔다 보니까 팬들 입장에서는 생소했을 텐데도 저희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이 응원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며 "다음 시즌에도 재밌는 경기 보여드리고 성적도 잘 내기 위해서 노력할 테니까 좋게 봐주시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강윤식 기자 (skywalker@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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