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정현과 함유진은 OK저축은행으로 옮긴 첫 대회인 2024 케스파컵에서도 우승했다. 이적 후 첫 대회에서 정상에 선 변정현과 함유진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그러나 겸손함 역시 잊지 않았다. 자신감과 겸손으로 무장한 두 명은 처음으로 정식 1군 자격으로 맞을 2025년을 착실히 준비하고 있었다.
▶함께 한지 3년…1군에서 동행 4년 차를 맞을 '하이프'와 '함박'
변정현은 임대로, 함유진은 완전 이적으로 OK저축은행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정식 1군 데뷔를 치르게 된다. 새로운 팀에서 준비 과정을 이야기하면서 둘은 잘 적응하고 있다는 근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환경 속 오래 호흡을 맞춘 서로의 존재에 대한 의미를 돌아보기도 했다. 둘은 2022년 피어엑스(당시 리브 샌드박스) 2군에서부터 호흡을 맞추고 있다.
변정현은 "유진이와 오래 있었으니까 조금은 편안하게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 만약에 정글러도 처음 보는 얼굴이었으면 힘들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함유진 역시 "같이 재밌게 했으니까 올해도 더 재미있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또, 합을 맞춰 봤기 때문에, 이 친구가 뭘 좋아하고, 하고 싶어 하는지를 대략 안다. 그래서 팀 합을 맞추기 수월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함께 한지 4년 차인 2025년을 1군에서 맞게 된 변정현과 함유진. 그들은 1군 정식 데뷔에 대한 긴장보다는 기대감을 보였다. 변정현은 "옛날부터 1군에서 너무 뛰고 싶었다. 그리고 저는 한국의 원거리 딜러가 전 세계에서는 제일 잘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과 스크림도 하고 경기를 하게 된다는 점에서 재미있게 다가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함유진은 "일단 지금 하는 스크림의 경우에는 보이는 게 상대 닉네임밖에 없다 보니까 1군에 대한 실감이 사실 그렇게 크게 안 난다"고 웃으며 입을 뗐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런데 이제 롤파크에서 뛰게 되면 확실히 체감될 것 같다. 그때는 1군에 왔다는 게 비로소 실감이 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우승으로 끝난 이적 후 첫 대회 2024 케스파컵
OK저축은행은 올해 LCK 스프링과 서머에서 모두 최하위를 기록했다. 아쉬운 시즌을 보낸 후 변정현과 함유진에 '클로저' 이주현을 영입하면서 새로운 로스터를 꾸렸다. 그리고 이 로스터로 출전한 첫 대회인 2024 케스파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변정현과 함유진은 이적 후 첫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2군에서의 좋은 기세를 이어가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1군 선수들과 실전에서 경기를 해보며 경험을 쌓았다.
변정현은 1군 선수들과 맞대결한 순간을 돌아보며, "하기 전에는 긴장을 많이 했다. 그런데 하다 보니까 잘하는 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함유진 역시 "처음에는 상대가 안 될 것 같았는데, 결국 팀 게임이니까 '캐니언' 김건부 선수를 상대로도 이길 턴이 나오더라. 물론 메카닉적으로 뛰어난 게 느껴졌다. 이기려면 더 많은 경험을 쌓아야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둘은 달콤한 우승의 과정 속 맞아가는 팀합에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변정현은 "저와 유진이는 올해부터 교전 지향 플레이를 해왔는데, 저희 미드인 '클로저' 이주현이 그런걸 확실히 잘한다. 그래서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어서 "교전은 개인 피지컬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저희 미드, 탑 모두 저희가 굳이 말을 많이 안 해도 알아서 다 이겨준다"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좋은 분위기 속 맞추는 팀합과 함께 우승은 자신감의 자양분이 됐다고 한다. 함유진은 "시즌 들어가기 전에 신인들은 보통 주눅이 들지 않나. 그런데 그런 게 좀 줄어들 것 같다"며 "정규 시즌 시작하기 전에 케스파컵에서 우승을 하면서 자신감을 채웠고, 그러면서 신인만이 할 수 있는 과감한 각을 볼 확률이 좀 올라갈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2군 골든 로드'로 높아진 기대감…"부담감은 없다"
아무리 2군 대회라고는 하지만 1년 동안 치러진 모든 대회에서 우승했기에, 그 주역이었던 선수들을 향한 관심과 기대감은 당연히 높아졌다. 이런 행보 속에서 당사자였던 변정현과 함유진은 냉정함을 유지하려 했다고 한다. 변정현은 "강동훈 감독님이 우승 말고 다른 부분을 중점적으로 생각하라고 늘 강조했는데, 우승하고 나니까 그런 말의 의미를 깨닫게 된 것 같다"고 돌아봤다.
함유진은 "1년 동안 다 우승해서 물론 좋았다. 스프링 때는 실력이 비슷한 상태에서 우승해서 많이 기뻤다면, 이후에는 웬만하면 우승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서머 중후반부터는 1군에 어떻게 올라갈지를 많이 생각했던 것 같다"며 "결국 1군 레벨에 맞춰야 하니까 안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개인 연습으로 최대한 자신을 갈고 닦으려고 했다"고 이야기했다.
차분하게 1군 데뷔를 준비해 온 변정현과 함유진은 높아진 기대에 대한 부담감은 없다고 한다. 자신들은 잃을 게 없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변정현은 "잃을 게 없는 입장이라 부담은 없다. 그런데 CL에서 다 이긴 상황에서 1군에 올라왔다. 이렇게 1군 콜업된 사람들이 잘하면 CL 관심도도 높아지고, CL이 더 인정받을 수 있는 구조가 될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올라온 상황에서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함유진은 "보통 1군과 2군의 차이가 엄청 크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 준비가 완벽히 됐다고 가정하면 콜업되더라도 중위권의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이번에 저희가 잘해서 많은 분들에게 '2군도 괜찮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23년 롤파크에서의 강렬했던 기억
변정현과 함유진은 지난해 여름 1군 경기를 치른 바 있다. 당시 정규 리그 1위를 확정 지었던 kt는 마지막 리브 샌드박스(現 피어엑스)와 경기 2세트서 2군 멤버들을 교체 출전시켰다. 그리고 그 멤버에는 변정현과 함유진이 포함돼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저력을 발휘했고, 승리를 맛봤다. 단 한 세트뿐이었지만, 그때의 기억은 아직까지도 강렬하다고.
변정현은 "그때 이긴 게 사실 우승한 것보다 기분이 더 좋긴 했다"고 말했다. 함유진 역시 "그 경기를 이기면서 올해 잘 됐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짜릿했던 1군에서의 기억, 프로 생활의 원동력이 돼 준 기억을 가진 이들은 새로운 팀에서 롤파크에서의 정식 1군 데뷔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 그들은 2025년 시즌을 향한 당찬 목표를 밝혔다. 변정현은 "신인상을 탈 수 있을 정도로 잘하고 싶다"고 개인적인 목표를 먼저 전했다. 이어 "팀적인 목표는 5위를 하면 잘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제는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선발전이 없으니까, 5위로 플레이오프까지 올라 롤드컵에 한 번 가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함유진 또한 "저도 월즈에 가는 게 전체적인 목표다"라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봤을 때는 저도 중위권 경쟁하면서 중상위권을 노리고 싶다"며 "그리고 내년도 있지만 그 이후가 됐을 때 '이 선수 괜찮았다. 잘했었다'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게 목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윤식 기자 (skywalker@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