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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이변을 치하하라

프라임 옵티머스.
프라임 옵티머스.
SK텔레콤 T1 K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이 구사일생으로 살아 남은 것에 대한 왈가왈부가 이뤄지고 있다. SK텔레콤 T1 S가 프라임 옵티머스라는 팀에게 0대2로 패한 것에 대한 고의 패배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SK텔레콤 T1 S는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e스포츠 상설 경기장에서 열린 핫식스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16강 A조 마지막 경기에서 프라임 옵티머스에게 0대2로 완패를 당했다. 한 세트만 따내더라도 승점을 추가하면서 형제팀인 SK텔레콤 T1 K를 제치고 조 2위로 8강 진출이 가능했던 상황이기에 SK텔레콤 T1 S의 패배는 SK텔레콤 T1 K가 KT 롤스터 애로우즈에게 패한 것 이상으로 또 하나의 충격으로 다가왔다.

SK텔레콤 T1 S가 프라임 옵티머스에게 패한 사실만으로는 놀라운 이변이었지만 프라임 옵티머스의 경기력을 봤을 때 질 만했다. 1세트 초반부터 프라임 옵티머스는 SK텔레콤 T1 S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원거리 딜러와 서포터, 정글러가 모여 상단 포탑을 파괴하는 작전이 유행하고 있지만 프라임 옵티머스는 한 발 나아간 전략을 구사했다. 한 라인을 버리고 4명이 모여 포탑 3기를 4분30초 만에 파괴한 것. 상단 지역이 완벽히 구멍난 SK텔레콤 T1 S는 전체적으로 밸런스를 맞추지 못했고 대응책을 내세우지 못하면서 패했다.

1세트의 패배는 SK텔레콤 T1 S에게 심리적인 압박감을 제공했다. 당연히 이길 줄 알았던 상대에게 휘둘리고 나서 당연히 느끼는 감정이다. 게다가 0대2로 패했을 때 형제팀과 재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부담까지 간접적으로 작용하면서 SK텔레콤 T1 S는 2세트 내내 당황하며 우왕좌왕했고 프라임 옵티머스에게 패했다.

SK텔레콤 T1 S의 패배 소식을 들은 팬들은 'SK텔레콤 T1 K를 살리기 위해 고의적으로 진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롤챔스 2회 연속 우승, 시즌3 월드 챔피언십 우승에 빛나는 SK텔레콤 T1 K가 16강에서 떨어질 경우 리그가 망할까봐 재경기를 만들었다는 풀이다.

이러한 의혹이 제기될 수는 있지만 이는 프라임 옵티머스의 노력을 무시하는 처사다. 프라임 옵티머스는 SK텔레콤 T1 S와의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이 자신들의 이익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미 탈락이 확정된 상황에서 SK텔레콤 T1 S라는 팀과의 경기는 치르지 않아도 된다. 다만 프로로서, 롤챔스 16강에 올라온 팀으로서 최선을 다하고 실력을 인정받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해왔던 것이다. 프라임 옵티머스에게는 고의 패배로 인한 승리라는 오점은 욕설이나 다름 없다.

승부의 세계에서 평가는 냉정할 수 있다. SK텔레콤 T1 K가 KT 롤스터 애로우즈에게 0대2로 패한 것도 KT 애로우즈의 노력에 포커스가 맞춰지기 보다는 SK텔레콤 T1 K의 방만한 운영에 채찍이 돌아갔다. 프라임 옵티머스가 SK텔레콤 T1 S를 2대0으로 완파한 것도 프라임 옵티머스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치열한 노력보다는 SK텔레콤 T1 S의 심리적 불안감으로 치부될 수도 있다.

인기 있는 팀, 알려진 팀을 저평가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들을 꺾기 위해 무한한 노력을 경주한 팀들을 제대로 평가하는 시선도 필요하다. 탈락이 확정된 상황이지만 이변을 만들어내기 위해 남들보다 더 땀을 흘린 프라임 옵티머스의 활약 덕에 LOL 팬들은 한 살 떨리는 승부를 한 번도 관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프라임 옵티머스는 고의 패배를 통한 간접 승리를 얻어낸 팀이 아니라 칭찬받을 만한 업적을 달성한 아름다운 팀이라는 칭찬을 받아야 마땅하다.


[데일리e스포츠 강성길 기자 gillni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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