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 챔피언스처럼 단일 팀이 아닌 게임단 전체가 출전하는 마스터즈는 두 팀의 멤버를 섞을 수 있는 마스터 매치 도입으로 출범 전부터 많은 팬들의 관심을 받았다. 마스터즈에서는 롤챔스 못지 않은 수준 높은 경기들의 향연이 펼쳐졌고, LOL 리그 최장 경기 기록을 갱신할 만큼 치열했다.
그러나 뭔가 아쉬웠다. 그렇다. 남성 팬이라면 이미 눈치 챘을 지도 모르겠다. 롤챔스엔 관람객들을 환한 미소로 맞아주는 '버프걸'이 있지만 마스터즈는 그런 게 없었다.
뭐, 버프걸이 없으면 어떤가.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펼치는 경기를 볼 수 있는데. 하지만 동가홍상이라 했다. 마스터즈에도 꽃이 피길 바랐다. 마즈터즈가 개막하고 6주가 흘렀을 때 서아현이 등장했다. '마녀'라는 이름과 함께 말이다.
◆즐거운 마녀
'마녀' 1기 서아현은 원래 4기 '버프걸'에 지원했었다. 하지만 서류에 사진을 첨부하지 않는 치명적 실수를 범하면서 면접 기회 조차 얻지 못했다. 너무 아쉬웠다. 그러다 '마녀' 모집 공고가 뜬 것을 봤다. 하지만 서아현은 곧바로 지원하지 못했다.
"접수 마감 30분 전까지 계속 고민을 했어요. 버프걸에 지원했다 떨어졌는데 마녀까지 안되면 정말 상심이 클 것 같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친구한테 물어봤죠. '후회할 것 같으면 해라'는 대답이 돌아오더라고요. 이번 기회를 놓치면 미련이 남을 것 같아서 차라리 떨어지더라도 지원은 해보자는 심정으로 넣었죠."
서아현은 롤챔스 현장 관람을 갔다가 전화로 합격 통보를 받았다. 순간 기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소리를 질렀다. 주위 팬들의 눈이 휘동그레졌지만 개의치 않았다. 아니, 주변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만큼 기뻤기 때문이다.
"그 날 기뻐서 소리를 지르고 난리도 아니었어요(웃음). 솔직히 그 날은 경기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마녀 생각만 났죠."
'마녀' 활동 첫 날, 서아현은 긴장을 너무한 나머지 눈 앞이 캄캄하고 온 몸에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어떻게 하루를 보냈는지 모를 정도로 눈 깜빡할 새 첫 날이 흘렀다. 하지만 '마녀' 활동을 하다보니 서아현을 알아보는 팬들이 하나 둘 늘어났다. 또 생전 처음보는 사람들과 LOL이라는 주제를 놓고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수다를 떠는 자신을 봤다. 그래서 '마녀' 활동이 더 즐겁다.
◆마스터즈 생각 뿐인 마녀
서아현의 활동을 보면 독특하다. 일단 경기 리뷰를 일기 형식으로 쓴다. 이름도 '마녀 일기'다. 마지막엔 직접 쓴 시도 있는데 짧지만 강렬하다. '마녀 일기'를 보면 사진 실력도 수준급이다. 물어보니 고등학교 때 사진부에 있었단다. 물론 면접 때도 사진부 활동 경력을 적극 어필했다.
또 목요일마다 진행되는 '마녀 우체국'은 팬들에게 인기다. 팬들이 포스트잇에 질문을 남기면 서아현이 선수들에게 찾아가 직접 물어본다. 그리고는 선수들이 직접 쓴 답변을 서아현이 읽어주고 쪽지도 전달한다.
"시간이 길지 않아 한 번에 서너 개 정도의 질문을 받아요. 또 두 분 정도를 뽑아 상품도 드려요. 팬들은 무엇보다 선수들이 답장을 해준 것 만으로도 엄청 좋아하시더라고요. 그걸 보면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요(웃음)."
서아현은 '마녀 우체국' 말고도 다른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쪽지를 주고 받다보니 아무래도 종이가 구겨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자신이 원하는 선수의 사진을 간직할 수 있도록 폴라로이드 이벤트를 생각했다.
"사실 해보고 싶은 게 엄청 많아요. 제가 이것저것 시도를 하는 걸 보면 '마녀' 2기가 영감을 얻어서 더 좋은 걸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마스터즈를 찾는 팬들도 더 늘겠죠?"
◆작가를 꿈꾸는 '문학마녀'
서아현은 모 출판사 주최 공모전을 준비 중이다. 글은 다 썼고 지금은 문맥을 정리하는 단계다. 장르는 청소년 문학이다.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고 밝은 미래를 맞이하며 해피 엔딩.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다는 게 서아현의 꿈이다.
"공모전에서 1등을 하면 책을 출판 해줘요. 완득이 아시죠? 완득이가 그 공모전에서 1등을 한 작품이에요. 전 제 책을 갖는 게 소원이에요(웃음). 청소년들이 성장할 수 있는 책을 쓰고 싶어요."
얘기를 들어보니 어렸을 때부터 글을 잘 썼다. 중학교 1학년 때 난생 처음 나간 백일장에서 상을 탔다. 글을 쓸 때마다 상장도 하나씩 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작가를 꿈꿨다.
하지만 글을 쓰는, 창작의 고통은 상상 이상이다. 사람들은 자신만의 스트레스 푸는 방법이 있는데 서아현의 경우는 LOL이다. 글을 쓰다 막히면 LOL에 접속을 한다. 원거리 딜러가 주 포지션이라는 서아현은 이즈리얼 하나로 30레벨까지 올렸다.
"처음 LOL을 할 때 미스 포츈이 정말 예쁜 거에요. 미스 포츈을 하면서 자연스레 원거리 챔피언만 하게 됐고요. 최근에는 베인을 하고 있는데 못하지만 재미있어요(웃음)."
◆긍정적인 마녀
넉살 좋다, 긍정적이다, 에너지 넘친다. '마녀' 서아현과 인터뷰하는 내내 들었던 생각이다. 실제로 서아현은 낯가림이 없어 모르는 사람과도 금방 친해진단다. 혼자 여행을 가도 거기서 친구를 만들 정도다.
또 매사에 긍정적이다 보니 악플도 두렵지 않다. 물론 처음에는 자신을 향한 언어 공격에 상처도 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악플을 봐도 흘려 넘긴다. 악플 하나에 슬퍼하고 웅크리고 있으면 마즈터즈를 찾는 팬들에게 밝은 미소를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참 당차다.
"못 생겼다, 상큼하지 않다는 댓글을 보고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이제는 악플을 봐도 흘려 넘기지만 그래도 일방적으로 절 욕하는 건 싫어요(웃음). 마녀 활동에 대해 부족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 말해 주세요."
리그 도중 투입된 서아현은 처음부터 '마녀' 활동을 하지 않은 것을 못내 아쉬워 했다. 팬들과 조금이라도 더 함께 호흡하고, 마스터즈의 흥행에 더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행복하다. '마녀'라서.
"아무래도 제가 1기다 보니 이것저것 잘하고 싶은 욕심이 많아요. 임기를 마칠 때까지 열심히 할테니 더 많은 관심 바랍니다. '마녀 일기'나 '마녀 우체국'도 더 많이 사랑해 주세요. 참, 그리고 저를 처음 보시더라도 먼저 인사해 주시면 훨씬 밝은 인사로 맞아드릴게요(웃음). 부담 갖지 말고 다가와 주세요."
글=데일리e스포츠 강성길 기자 gillnim@dailyesports.com
사진=데일리e스포츠 박운성 기자 phot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