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 대회를 취재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유럽 팬들의 관중문화였다. 그들의 열정으로 르 제니스 아레나는 열기로 가득찼고, 유럽 대표팀인 프나틱을 연호하는 모습은 4,200 관중들이 마치 한 몸이 된 것만 같았다.
이번 올스타 2014에서 프나틱은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았다. 그러나 유럽 팬들은 프나틱을 응원하면서도 상대 팀이 잘했을 때는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동양권인 SK텔레콤 T1 K나 OMG, TPA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한국 대표인 '페이커' 이상혁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경기장 내 모든 팬들이 목소리를 모아 노래를 불렀을 때는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e스포츠 안에서 그들에게 인종이나 국가 간 장벽 따윈 없었다.
또 SK텔레콤 T1 K가 롤드컵 우승 기념 스킨을 사용하기 위해 해당 조합을 꾸려갈 때 프나틱 '옐로우스타' 보라 킴이 자이라를 선택창에 올려두자 유럽 팬들은 야유를 퍼붓기도 했다. 그러나 보라 킴이 자이라 대신 레오나를 택하자 환호가 터져나왔다. 진정 e스포츠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한국은 어떤가. 경기가 끝나면 팬들은 패배한 선수들의 잘잘못을 따져가며 깎아내리기 바쁘다. 패한 선수들은 그러한 팬들의 반응을 보고 좌절감에 젖어든다. 좌절감에 빠진 선수들의 경기력은 점차 떨어진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선수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환경은 팬들이 조성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나틱이 경기에서 졌음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환호와 응원을 받는 모습이 부러웠던 것은 비단 기자 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비록 유럽의 e스포츠 인프라는 한국과 비교하면 걸음마 수준이지만 관중문화만 놓고 본다면 그들은 'e스포츠 선진국'이라 불릴만 했다. 한국에서 열리는 시즌4 롤드컵이 다가온다. 이제는 우리가 보여줄 때다.
[데일리e스포츠 강성길 기자 gillni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