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부터 인터넷 방송으로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을 줬고, 개그맨을 꿈꾸며 극단 생활까지 했다. 음악을 하며 보컬을 지망하기도 했고, 방송영상 전공을 살려 단편 영화도 찍어봤다. 그러다 아마추어 리그 오브 레전드팀 감독이 됐지만 중간에 후원이 끊어지면서 게임단을 운영하기 벅찬 상황까지 맞았다.
하지만 서민석 감독은 좌절하지 않았다. 주저앉을 생각도 없었다. 서민석 감독에게 언제나 도전은 즐거운 일이었다. 고통 없이는 얻는 것도 없다는 생각으로 앞만 보며 달려왔다. 그렇게 얻은 게 제닉스 LOL팀 감독이라는 명함이다.
◆운명처럼 다가온 감독직
서민석 감독은 어렸을 때부터 게임, e스포츠에 관심이 많았다.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 유명 클랜에서 활동했고 인터넷 방송도 7~8년가량이나 했다. 대회도 개최하는 등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열정적으로 매달렸다. 또 LOL을 접한 뒤로는 대회는 물론 중계까지 맡았다. 그러다 MVP 임현석 감독을 알게 됐다. 부산이 고향인 서민석 감독은 동향인 임현석 감독과 힘든 시기를 함께 보냈다.
"상당히 오래전부터 임현석 감독님을 알게 됐어요. 게임단 얘기를 많이 들려주셨는데 힘들어하면서도 마음속 어딘가 뿌듯함이 느껴지더라고요. 누군가에게 내 인생을 건다는 건 참 힘든 일이잖아요. 하지만 임현석 감독님 얘기를 듣다가 e스포츠 업계에 뛰어들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임현석 감독님이요? 제 롤모델이에요(웃음)."
서민석 감독은 재작년까지만 해도 개그맨 지망생이었다. 전유성이 이끄는 극단에서 경험을 쌓으며 꿈을 위해 어떠한 고생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4월 개그맨 공채에서 고배를 마셨다.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랬던 서민서 감독에게 LOL 아마추어 감독직은 한 줄기 빛이었다.
"투자를 받기 위해 발 벗고 뛰어다녔어요. 상당히 운이 좋았죠. 사실 그렇게 빨리 팀을 꾸릴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비록 마이더스 피오를 오래 이끌진 못했지만 그 짧은 시간에도 배운 게 많아요."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마이더스 피오라는 아마추어팀 감독이 됐을 때 서민석 감독은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또 게임단을 운영하다 보니 현실적인 문제도 맞닥뜨리게 됐다. 지난 시즌 마이더스 피오는 리그 도중 후원이 중단되고 말았다. 그러면서 선수들도 연습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그게 서민석 감독은 아직도 마음에 걸린다.
"선수들에게 안정적인 환경을 마련해주지 못해 미안했어요. 그래도 다행스러웠던 건 후원해주시던 사장님께서 밥은 굶지 않을 만큼 지원을 해주셨어요. 정말 감사할 따름이죠."
마이더스 피오는 진에어 스텔스, 제닉스 스톰을 연파하고 본선에 올라 화제가 됐던 팀이다. 그랬던 만큼 서민석 감독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프로지만 하위권팀들은 무조건 잡을 수 있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프로팀과의 스크림에서 보이지 않는 벽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항상 아마추어들과 연습을 하다 프로팀이랑 해보니 다르긴 다르더라고요. 왜 이 팀들이 꾸준히 롤챔스 본선에 올라오는지 알 것 같았다고 할까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스파르타!
제닉스 LOL팀은 롤챔스 첫 대회에서 3위에 올랐지만 이후에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 했다. 꾸준히 16강에 올랐지만 그 벽을 넘긴 힘들었다. 2013-14 윈터 시즌 스톰이 8강에 오르긴 했지만 핵심 멤버들이 빠져나가면서 지난 시즌에는 16강에서 탈락했다. 스톰-모즈룩 체제로 새롭게 출발하는 제닉스의 지휘봉을 잡은 서민석 감독은 우선 두 팀 모두 롤챔스 본선에 올려놓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스톰, 모즈룩 모두 유명한 선수는 없지만 다들 대회 맛은 본 친구들이에요. 실력이나 잠재력도 있고요. 아직은 스톰이 더 강하긴 한데 어느새 모즈룩이 따라오더라고요. 그러면 스톰이 더 달아나고, 모즈룩은 다시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고. 그런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어요. 날이 갈수록 희망을 보고 있죠(웃음)."
아마추어나 다름없는 선수들을 본선에 올려놓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그럼 이제 훈련을 할 때다. 서민석 감독은 선수들을 속된 말로 '빡세게' 굴리고 있다. 점점 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한국 LOL 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연습 말고는 답이 없다는 생각이다.
"1대1 라인전을 하루에 36판씩 하고 있습니다. 팀에서 생활하지 않았던 친구들은 힘들어하죠. 하지만 우리가 기존 프로팀들을 따라가려면 잠도 줄이면서 해야 할 판이에요. 학교에서 숙제를 내줬는데 귀찮아 한다? 성적이 좋을 수가 없어요. 지금은 힘들겠지만 지금 흘리는 땀들이 본선에서 효과를 볼 거라고 믿습니다."
◆짧게 할 거면 시작도 하지 않았다
감독을 언제까지 하고 싶냐는 질문을 던지자 서민석 감독은 일말의 주저도 없이 "인생의 목표"라는 대답을 던졌다. LOL팀 감독은 결코 쉬운 자리가 아니다. 스트레스를 받는 일도 상당히 많다. 하지만 서민석 감독은 이 길만큼 즐거운 스트레스를 받는 직업도 없다며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짧게 할 거면 시작도 하지 않았습니다. 전 길게 보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 당장은 돈보다 커리어를 쌓고 싶어요. 돈은 인정을 받을 때 자연스레 따라오겠죠. 은퇴할 때 팬들에게 '저 사람은 참 좋은 감독이었다'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앞서 언급했듯 서민석 감독은 운이 좋았다. 팔자일 수도 있겠다. 그토록 많은 것을을 손댔지만 결국은 e스포츠 감독이 됐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만큼 서민석 감독의 각오도 남다르다. 10년전 황무지와도 같았던 e스포츠 시장이 이만큼 성장했다. 10년 뒤엔 어떨까. 서민석 감독이 e스포츠에 인생을 내건 이유다.
"e스포츠는 10년 뒤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스포츠 중 하나가 될 거라고 봅니다. 그때를 봤을 때 지금 도전하는 것은 전혀 아깝지 않아요. 꿈은 희생이 있어야 이룰 수 있거든요. 인생의 목표로 잡은 만큼, 나중에 뒤돌아 봤을 때 한 톨의 후회도 없을 만큼 열정을 불태우고 싶어요."
[데일리e스포츠 강성길 기자 gillni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