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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다데' 배어진이 흘린 눈물의 무게

[기자석] '다데' 배어진이 흘린 눈물의 무게
리그 오브 레전드 선수 중 이토록 욕을 많이 먹은 이가 또 있을까 싶다. 팬들의 비난 섞인 질타를 받은 선수는 꽤 있었지만 이를 이겨내고 정상에 선 선수는 없었다. 하지만 삼성 블루 '다데' 배어진은 모진 역경과 고난을 헤쳐 마침내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배어진의 선수 생활을 짚어보면 참으로 기구했다. 배어진은 처음 솔로 랭크 1위를 고수하며 자신의 아이디를 알렸다. 그러다 CJ 엔투스에 영입됐다. 그러나 팀 게임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고, 한 시즌만에 MVP 오존(현 삼성 오존)으로 둥지를 옮겼다.

배어진은 오존에 몸 담자마자 결승에 올랐다. CJ 블레이즈와의 경기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팀 우승을 이끈 공을 인정받아 MVP까지 선정됐다. 단숨에 정상급 반열에 올라선 것이다. 하지만 롤드컵으로 불리는 시즌3 월드 챔피언십에선 매우 부진했다. 삼성 오존이 조별 예선에서 떨어지자 비난의 화살은 배어진에게 향했다. 말 그대로 집중 포격을 당했다.

경기에서 그라가스를 잡으면 '배어진이 던지는 건 술통이 아니라 경기'라는 비아냥은 애교 수준이었다. 삼성 오존이 패한 경기 기사의 댓글은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이 난무했다. 배어진은 자신의 아이디인 '다데'와 쓰레기를 합친 '다데기'라는 좋지 않은 별명까지 얻었다.

지난해 겨울에는 롤챔스 결승까지 진출했지만 '페이커' 이상혁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준우승에 머물렀다. 삼성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배어진을 오존에서 블루로 옮겼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삼성 블루는 약체였다.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도 못했다. 언뜻 보면 배어진은 좌천을 당한 것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배어진은 이를 악 물었다. 배어진이 흘린 땀은 대회에서 승리라는 값진 보상으로 돌아왔다. 올 봄 배어진이 선보인 챔피언은 10가지다. 챔피언 폭이 좁다는 단점은 봄이 오면서 눈 녹듯 사라졌다. 또 경기 내 플레이도 한층 단단해졌다. 배어진이 펄펄 날자 삼성 블루도 승승장구했다.

롤챔스 우승 직후 배어진의 눈가에 물기가 서렸다. 승리 소감을 말하면서도 울먹이며 잠시 고개를 떨궜다. 악몽과도 같았던 그동안의 나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으리라. 배어진이 흘린 눈물은 아마 팬들의 가슴을 짖눌렀을 것이다.

항상 배어진은 승자 인터뷰에서 팬들을 언급했다. 수없이 많은 비난과 욕을 던진 팬들이 미울 법도 하건만 배어진은 항상 더 많은 응원을 부탁했다.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는 "봄에는 잘 하지만 여름만 되면 상한다. 내가 상하지 않도록 팬들이 방부제라는 응원을 주셨음 좋겠다"고 센스있는 발언을 해 관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배어진은 각고의 노력 끝에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이제 팬들이 응원으로 보답할 차례다.


[데일리e스포츠 강성길 기자 gillni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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