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MQ - 북미에서 돌풍을 일으키다
LMQ이 처음 미국에 도착했을 때 커뮤니티 반응은 반반이었습니다. 해외의 실력 있는 팀이 북미에 들어와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환영하고 또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팬들이 있는 반면 북미를 무시하거나 쉽게 우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오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으로 엇갈린 반응이 나왔죠. 또 반년 전 한국 선수들로 꾸려졌던 Quantic Gaming 사례를 예로 들며 Challenger Series에서 올라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니 한 번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LMQ는 서머 시즌 출전만을 바라보며 연습에 몰두했는데요. 그 사이 LMQ는 잠시 커뮤니티에서 잊혀졌습니다. 하지만 북미 프로게이머들이 LMQ 선수들의 솔로 랭크 활약을 찬양하기 시작했고, 그들의 스트리밍에서 듀오를 뛰는 LMQ 선수들을 볼 수 있었죠. 게다가 LMQ 선수들은 적극적으로 영어를 공부해 팬들과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러면서 LMQ는 차차 팬들에게 사랑을 받기 시작했죠.
LMQ는 통역이 가능한 매니저도 선수들과 함께 북미에 보냈는데요. 트위터를 통해 팬들이 알기 힘든 일상까지 공유하면서 LMQ는 단순히 우승과 돈을 위해 미국 땅을 밟은 게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줬습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LMQ가 LCS 서머 출전에 실패했다면 소용이 없었겠지요. 그러나 LMQ는 결국 서머 본선에 올랐고 많은 팬들의 관심과 기대를 한 몸에 받았습니다.
중국의 LOL 메타는 언제나 공격적인 플레이를 선호합니다. LMQ는 이런 플레이를 북미에서 십분 활용했습니다. 북미 팀들은 비교적 라인전에서 파밍에 중시하는 편인데요. LMQ를 상대한 북미 팀들은 아마 충격적이었을 것입니다. NoName은 정글에서 다른 팀보다 미드를 일찍부터 압박하며 XiaoWeiXiao의 라인을 풀어주는 모습을 자주 보였습니다. LMQ는 라인전 후에도 똑같은 플레이를 3~4번 시도하면서 킬을 획득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보였습니다.
LMQ의 마지막 게임에서 이 모습을 확실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바텀 라인에서 홀로 파밍을 하던 Quas의 잭스를 보자 XiaoWeiXiao는 부시에 숨어 끝까지 기회를 노렸습니다. 그리고 Quas가 방심하는 순간 순식간에 뛰쳐나와 '죽음 불꽃 손아귀'를 사용해 깔끔한 암살에 성공했죠. 또 LMQ는 CLG와의 게임에서 다소 힘겨운 모습을 보였지만 상대의 실수를 놓치지 않았고, 게임을 끝낼 수 있을 때 확실히 끝내는 집중력까지 선보였습니다.
이렇게 LMQ는 1주차에서 4승 무패의 완벽한 성적을 거두며 북미 최강팀들을 한 번 흔들어보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언제나 글로벌 대회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중국 선수들은 자신감 있는 라인전, 예상치 못한 리스크 그리고 한 플레이에 대한 끈기로 다른 팀들을 압박하는 것이 여전합니다.
만약 북미 팀들이 LMQ를 상대로 이기고 싶다면 한국 팀들의 방식을 제안합니다. 라인전에서 상대를 누를 수 있는 개인기와 컨트롤을 키우는 방법, 중후반 LMQ가 한 라인을 집중 공략할 때 다른 곳에서 이득을 챙기는 오더가 바로 그것이지요. 과연 서머 시즌이 끝나기 전에 기존 북미팀들이 LMQ에게 반대로 숙제를 내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EG Yellowpete, 소환사의 협곡을 떠나다
Yellowpete은 혼자 날뛰는 선수는 아닙니다. 하지만 Krepo와 함께 했을 때 Yellowpete은 빛을 발했습니다. Yellowpete-Krepo 듀오는 영원히 기억에 남을듯 합니다. 어쨌든 슈퍼 위크에 돌입하기 전 Yellowpete은 은퇴 소식을 전했습니다. Yellowpete의 은퇴 소식에 많은 팬들은 서운함을 표했죠. Yellowpete은 화려한 플레이와는 거리가 멀지만 코그모와 바루스로 유럽을 풍미한 선수입니다.
Yellowpete은 마지막 경기에서 팬들을 위해 코그모를 택했어요. 떠나는 그 순간까지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Yellowpete은 정말 멋졌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 Krepo는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남겼는데요. 'Yellowpete은 우리가 같이 게임을 한 이 긴 시간 동안 한 번도 내게 화를 낸 적이 없었던 좋은 친구였다'고요.
저도 2012년 가을 CLG.EU 선수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Yellowpeted을 보며 프로 중 이렇게 마음씨가 좋은 선수는 찾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세계 최고의 팀에 속했던 만큼 자만감이 있을 법도 한데 Yellowpete은 겸손 그 자체였습니다. 꾸준히 노력하며 앞 길만 보고 달려온 선수죠. Yellowpete은 성적과 실력을 떠나 LOL 업계의 모두가 존경할 만한 선수였다고 생각합니다.
더이상 Yellowpete의 플레이를 소환사의 협곡에서 볼 수는 없겠지만 팬들에게 수많은 추억을 남겨주고, 마지막까지 즐거움을 선사한 Yellowpete의 정신은 언제나 팬들의 마음 속에 있을 것입니다. Yellowpete의 미래가 밝기를 바라면서 EG의 새 원거리 딜러 Altec의 플레이를 기대해 봅시다.
◆Alliance vs Fnatic ? 라인스왑은 이렇게!
한국은 작년부터 세계 최고로 꼽혔습니다. KT Bullets가 IEM에서, CJ Entus Blaze가 WCG에서, SKT T1 K가 롤드컵과 올스타에서 우승으로 직접 말해줬죠. 중국은 메타는 한박자 늦지만 개인기와 끈기로 상대방을 압박하는 플레이를 통해 언제나 강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또 북미에서는 Cloud9이 한국 메타를 벤치마킹해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유럽은 뚜렷한 색깔도 없고 다른 지역의 메타를 제대로 따라하지 못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하지만 이제 유럽은 달라질 것입니다. 라이엇게임즈의 해설자 Deficio는 "이것이 바로 유럽이 놓치고 있던 포인트입니다. 라인스왑 후 라인관리를 어떻게 할것인지 말이에요. 정말 보기 아름답네요"라고 말했죠.
Alliance는 LCS 첫 주에 유럽 1위팀 Fnatic을 상대로 정말 계산적인 라인스왑과 운영을 선보였습니다. 한국에서는 종종 나오는 플레이지만 유럽 팀이 첫 5분, 15분 뿐만 아니라 전체 게임을 계획대로 플레이한 게임은 거의 처음이라고 생각됩니다.
Fnatic은 라인스왑을 피하기 위해 1레벨에 5인 인베이드를 감행했어요. 그리곤 장신구 와드를 바텀 라인 깊숙한 곳에 설치했죠. 이 와드를 발견한 Alliance의 서포터 Nyph는 와드 시야 끝으로 가서 본진으로 가는 척을 한 뒤 곧장 바텀 라인으로 가서 라인전 준비를 했습니다.
Fnatic은 바텀 듀오를 탑 라인으로 보내고 sOAZ의 잭스를 정글러와 함께 보냈습니다. Nyph의 연기가 통한 거죠. Alliance는 이 순간부터 게임이 끝날 때까지 본인들의 유리한 점을 놓치지 않고 게임을 풀어나갔어요. 바텀 듀오는 Fnatic의 블루를 뺏고, Shook은 미드를 찔러 Froggen과 킬을 합작했죠. Nyph와 Tabzz는 타워를 일찍 파괴한 뒤 라인을 당겨 프리징을 하면서 sOAZ를 완전히 말리게 만들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일반적이지만 유럽은 그렇지 않아요. 그래서 Tabzz는 많은 팬들에게 찬양을 받았죠.
sOAZ선수는 이 순간부터 고통받기 시작합니다. Alliance는 sOAZ가 가는 곳 마다 바텀 듀오 또는 정글러와 미드 라이너를 보내 괴롭혔죠. 잭스의 '왕의 귀환'을 철저히 막는 플레이였습니다. Fnatic이 sOAZ의 성장을 위해 라인 스왑을 하자 Alliance 역시 라인 스왑으로 대응했습니다.
대규모 전투에서는 Nyph의 활약이 돋보였는데요. 사형선고로 전투를 개시, Fnatic의 계획을 무너뜨린 Nyph는 중요 순간마다 기막힌 스킬 활용으로 팀의 전투를 이끌었습니다. 특히 23분경 Fnatic의 xPeke를 Nyph가 끌면서 순식간에 3킬을 따내는 장면은 압권이었습니다.
Alliance의 깔끔한 운영과 판단이 돋보인 경기였습니다. Alliance는 Wickd가 언제나 유리한 상황에서 순간이동을 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줬고, Nyph는 시야 장악에 집중했습니다. Shook은 센스있는 이니시에이팅으로 전투를 열었고 Froggen과 Tabzz는 룰루와 코그모의 포킹을 앞세워 Fnatic을 꽁꽁 묶었죠.
많은 분석가와 팬들은 유럽에서 처음으로 계산적인 플레이를 펼친 Alliance에게 찬사를 보냈습니다. 과연 Alliance가 계속 이런 경기력을 유지할 것인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말이지요.
이렇게 북미-유럽 LCS 서머 시즌이 막을 올렸습니다. 유럽은 언제나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어요. 지난 시즌에도 초반에 맥을 못췄던 Fnatic이 결국 1위를 차지한 것처럼요. Gambit은 멤버 교체가 있었기 때문에 얼마나 빨리 적응할지가 관건입니다. 북미는 다양한 변화가 있는 만큼 흥미진진한 시즌이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기고=초브라(조한규·온게임넷 글로벌 해설 위원)
정리=데일리e스포츠 강성길 기자 gillni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