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e-sports

[LOL STAR] 삼성 블루 '다데' 배어진 "제왕 되는 그날까지"

[LOL STAR] 삼성 블루 '다데' 배어진 "제왕 되는 그날까지"
국내 리그 오브 레전드 선수 중 삼성 갤럭시 블루 '다데' 배어진만큼 굴곡진 선수 생활을 하고 있는 이가 또 있을까 싶다. 2년도 채 안된 선수 생활 동안 배어진은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롤챔스 스프링 2013 결승에서 당시 최강 미드 라이너로 불렸던 CJ 블레이즈 '앰비션' 강찬용을 '3연속 제드'로 격파한 배어진은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러나 배어진은 시즌3 월드 챔피언십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평생 먹을 욕을 한 번에 먹었다. 또 롤챔스 윈터 13-14가 끝난 후에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삼성 블루로 이동됐다.

배어진은 이를 악물었다. 누구보다 지는 것을 싫어하는 배어진은 '하면 된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삼성 블루에서 최선을 다했고, 결국 팀 우승을 이끌었다. 배어진은 다른 두 소속팀에서 두 번의 우승을 차지한 국내 최초의 선수가 됐다.

1년 반만에 만난 배어진은 한층 성숙해져 있었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더 성장하는지 확실히 알고 있었다. 아픈 만큼 성장한 것일까. 철부지 어린아이 같았던 배어진은 그렇게 어른이 돼 있었다.

◆롤러코스터 인생
배어진은 2012년 가을 화려하게 데뷔했다. 솔로 랭크 1위를 수 주 동안 고수하며 CJ 엔투스에 영입됐다. 작년으로 따지면 '페이커' 이상혁쯤 됐겠다. 하지만 솔로 랭크와 팀 게임은 달랐다. 배어진은 첫 출전한 롤챔스 윈터 2012-13에서 12강 탈락의 고배를 마셨고, 한 시즌만에 팀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MVP 오존(현 삼성 갤럭시 화이트)에 입단한 뒤 배어진은 승승장구했고, 결승에 올라 모두의 예상을 깨고 CJ 블레이즈를 꺾었다. 그리고는 MVP까지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89대11로 CJ 블레이즈의 우승을 점쳤다. 아마 그동안의 롤챔스 결승 중 당시 MVP 오존의 우승은 가장 큰 이변이 아닐까 싶다.

"오르락내리락했던 제 선수 생활 중 첫 오르막길이었죠(웃음). 그때 강찬용 선수가 카직스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었잖아요. 거기다 제드는 카직스를 절대 이길 수 없다는 말까지 했어요. 그런데 제가 세 번 연속으로 제드를 꺼내 이기면서 CJ 블레이즈의 게임이 말려버렸어요."

[LOL STAR] 삼성 블루 '다데' 배어진 "제왕 되는 그날까지"

그러나 MVP 오존은 2013년 우승 후 흐트러졌다. 서머 시즌에서 3위를 하긴 했지만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흐트러진 모습은 시즌3 월드 챔피언십에서 고스란히 들어났다. 정상에 있던 배어진이 단숨에 바닥으로 추락한 때였다.

"연습도 안한 상태에서 상대와 싸우니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고요. 또 동료들끼리 커뮤니케이션도 잘 안됐어요. 서로 말도 안 하고 갱킹하고, 호응하고. 갑자기 점멸을 쓰면 '나도 타야겠다'하고 들어갔다가 죽고. 이제 와서 얘기하면 뭐 하겠어요. 앞으로 더 잘해야죠."

롤드컵이 끝난 후 배어진은 최악의 별명을 얻었다. 배어진의 아이디인 '다데'와 쓰레기를 합친 '다데기'. 게다가 팬들의 비난의 화살은 유독 부진했던 배어진에게 향했다. 누구라도 도저히 버티지 못할 악플과 욕설이 비수가 되어 배어진의 가슴을 찔렀다.

당시를 떠올리며 배어진은 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당시에는 별 느낌이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열심히 하지 않았던 게 너무 후회가 됐다. 그래서 굳은 의지로 마우스를 잡았고 롤챔스 윈터 13-14 결승에 올랐다. 하지만 SK텔레콤 K '페이커' 이상혁을 넘지 못하면서 배어진은 그렇게 또 고개를 떨궜다.

2013년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을 때 배어진은 삼성 블루 '폰' 허원석과 자리를 바꾸라는 말을 들었다. 배어진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말이었다. 당시 삼성 블루는 이렇다 할 성적을 한 번도 내지 못했고 국내 프로 팀 중 약체에 속했다. 어떻게 보면 배어진은 좌천당한 것과 다름없었다.

"아마 프로 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가 아닌가 싶어요. 어쨌거나 통보를 받았고 당시에는 기분이 정말 나빴어요. 하지만 그러고 앉아있을 수는 없잖아요. 머리를 한 번 세차게 흔들고 새로운 팀에서 빨리 적응하자는 생각만 했어요. 그리곤 우승을 했죠. 만약 잘 안됐으면 최윤상 감독님 원망도 많이 했겠지만 지금에서는 감사드려요(웃음). 빨리 블루에 녹아들 수 있게 도와주신 최명원 코치님께도 정말 감사합니다."

[LOL STAR] 삼성 블루 '다데' 배어진 "제왕 되는 그날까지"

◆포기하기 싫었다
문득 데뷔 직후 CJ 소속 당시 배어진과의 인터뷰가 떠오른다. 그때 배어진에게 '오래 할 것 같진 않다'는 감정을 느꼈다. 열정이 느껴지지 않았다고 할까. 되는대로 흘러가다 안되면 은퇴하고 말, 그런 선수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오르락내리락하는 과정에서도 배어진은 끝까지 버티고 살아남았다. 그리고는 최고의 반열에 올라섰다. 당시 느낌을 배어진에게 전하자 소탈한 웃음과 함께 생각지 못 했던 답변이 돌아왔다.

"CJ에 있을 때는 뭔가 프로팀에 입단해서 게임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잘 안들었어요. 혼자 노는 느낌이었달까요. 하지만 제가 프로게이머로써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 것은 MVP(현 삼성 갤럭시)에 입단한 후부터 였어요. 동료들과 어울리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면서 제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사실 배어진은 CJ에서 탈퇴한 뒤 아마추어 팀을 만들었다. 성적의 압박이 심한 프로 팀보다는 마음 맞는 선수들과 편한 마음으로 대회에 출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다. 각자 개인 일정이 있기 때문에 연습 시간을 맞추기도 어려웠다. 연습이 제대로 될리가 없었다.

[LOL STAR] 삼성 블루 '다데' 배어진 "제왕 되는 그날까지"

그러다 팀 내에서 한 명이 프로 팀 제의를 받고 떠났다. 대회 출전이 불가능해진 상황. 아마추어팀의 한계를 일찌감치 본 배어진은 다시 프로팀 문을 두드렸다. 여기저기 테스트를 봤지만 배어진을 받아주는 팀은 없었다. 하지만 배어진을 원하는 팀이 있었다. 바로 MVP였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고맙죠. 한 달 가까이 계속 연락이 왔어요. 제가 잘한다고 평가했기 때문에 저를 원했던 거겠죠. 솔직히 다른 팀 테스트에서 다 떨어지고 불러주는 팀이 MVP 밖에 없어서 간 거예요(웃음). 하지만 일단 확실히 하자는 마음을 먹었던 만큼 포기하긴 싫었어요. 그래서 MVP에서 더 열심히 했어요. 감독님과 코치님께 정말 고마웠고,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했죠."

◆'봄의 제왕' 배어진 "봄 뗀다"
배어진에게는 별명이 있다. 바로 '봄의 남자', '봄의 제왕'이다. 배어진은 그동안 두 번의 우승을 경험했는데 모두 다 스프링 시즌에 거둔 성적이다. 배어진은 이상하게 봄만 되면 펄펄 날았다. 질 것 같은 경기도 끝내 뒤집었다.

배어진이 '봄의 제왕'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배경에는 두 챔피언이 있었다. 작년 봄에는 제드, 올봄은 야스오다. 제드로 2013년 스프링 시즌을 제패한 배어진은 야스오라는 신무기로 소환사의 협곡을 휘저었다. 공교롭게도 둘 다 AD 챔피언이다.

"사람들은 제 인생 챔피언으로 제드, 야스오를 꼽지만 전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금의 저를 있게 해준 챔피언은 트위스티드 페이트에요. 사실 제가 AD 챔피언 밖에 못한다는 인식이 강했는데 그건 아니에요. 뭐, 야스오만 잘한다는 인식 덕분에 밴카드 하나 공짜로 번 건 좋죠(웃음)."

[LOL STAR] 삼성 블루 '다데' 배어진 "제왕 되는 그날까지"

이제 봄이 가고 여름이 왔다. 배어진은 언젠가 인터뷰에서 "봄이 지나면 슬슬 맛이 가기 시작한다"고 셀프 디스를 한 적이 있다. 작년 여름부터 겨울까지 봄만큼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어진이 스스로를 깎아내리면서 그런 말을 한 이유는 분명하다. 더 이상 작년같이 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봄의 제왕'이라는 별명은 어떻게 보면 멋있지만 다른 계절에는 못한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잖아요. 서머, 롤드컵, 윈터까지 쭉 기량을 유지하면서 최고의 자리에 오를 때까지 달릴 거예요. '봄의 제왕'에서 봄은 떼고 '제왕'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데일리e스포츠 강성길 기자 gillnim@dailyesports.com]
<Copyright ⓒ Dailygame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데일리랭킹

1젠지 17승1패 +32(35-3)
2한화생명 14승4패 +19(30-11)
3디플러스 13승5패 +13(29-16)
4T1 11승7패 +6(25-19)
5KT 9승9패 -2(21-23)
6BNK 8승10패 -7(17-24)
7광동 7승11패 -2(21-23)
8농심 5승13패 -14(13-27)
9DRX 4승14패 -20(10-30)
10OK저축은행 2승16패 -25(8-33)
1
2
3
4
5
6
7
8
9
10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