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1일 단행된 4.13 패치만 해도 그렇다. 대회에서 언제나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리 신, 엘리스, 이블린이 너프됐고, 최근 대세 챔피언으로 불리는 그라가스, 직스, 룰루도 하향 조정됐다. 이 외에도 '서포터 3대장'으로 꼽히는 나미, 브라움, 쓰레쉬도 칼질을 피하지 못했다. 8월 14일 업데이트된 4.14 패치에도 7개 챔피언이 너프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100종이 넘는 다양한 캐릭터가 존재하는 AOS 장르에서 모두가 만족할 정도로 밸런스를 맞추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LOL도 마찬가지다. 혹자는 강력한 챔피언이 있다면 이를 하향시켜 전반적인 밸런스를 맞추는 게 가장 쉽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때마다 대세 챔피언들은 대부분 쓰기 힘들 정도의 칼질을 당했다.
이제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지친다.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도 대세 챔피언이 등장하면 '다음 패치 때 당연히 너프될 것'이라고 인식한다. 그동안의 패치 패턴을 미루어 봤을 때 너무나도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라이엇게임즈가 LOL을 단순한 게임이 아닌 스포츠로 키우고자 한다면 너프 위주의 밸런싱은 지양해야 한다. 라이엇게임즈의 기조는 다양한 조정을 통해 전략의 다양성을 꾀한다는 것이다. 게임 내에서 좀 더 다양한 챔피언이 등장하고, 다채로운 전략이 나와야 한다는 것은 늘 지적되는 문제다.
하지만 지금까지 사례를 비춰봤을 때 LOL이 스포츠로 나아가는데 있어 이러한 방향의 패치는 결코 도움이 되지는 않는 것 같다. 물론 게임 내 다양한 변화점에 적응하는 것은 프로라면 당연히 해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시시각각 메타가 바뀌고, 떠오르던 챔피언이 한 순간에 지게 되면서 스타 플레이어까지 덩달아 사라졌다.
과거에는 어떤 챔피언을 얘기하면 특정 선수가 곧바로 떠오를 정도였다. 그러나 '막눈=니달리', '웅=케넨', '빠른별=럭스' 등 한 챔피언을 대표하던 1세대 프로게이머들을 지금은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니달리, 르블랑으로 펄펄 날았던 나진 실드 '꿍' 유병준은 두 챔피언이 너프를 당하면서 하향세를 걸었다. 유병준 입장에서는 양팔을 잃은 것과 마찬가지였다. 지난 시즌 유병준의 활약에 준우승을 차지했던 나진 실드는 결국 이번 시즌 롤챔스 8강 문턱에서 좌절을 맛봤다.
다른 스포츠와 달리 e스포츠는 게임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해당 게임의 밸런스 패치가 선수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한 챔피언을 특출나게 잘하는 선수가 있다면, 해당 챔피언의 너프는 그 선수의 대부분을 앗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스포츠에 있어 스타 플레이어의 존재는 절대 무시할 수 없다. 라이엇게임즈가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부분이다.
[데일리e스포츠 강성길 기자 gillni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