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겨울 창단한 KT 애로우즈는 형제팀 불리츠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KT 불리츠가 창단 후 첫 출전한 롤챔스에서 3위를 거둔 반면 애로우즈는 8강에 그쳤다. 게다가 2013년 서머, 윈터 시즌에는 본선에도 오르지 못했다. 그렇게 KT 애로우즈는 팬들의 기억에서도 잊혀졌다.
그러나 KT 애로우즈는 이번 시즌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강팀들이 즐비한 조에서 당당히 1위로 8강에 오르더니 내로라하는 팀들을 연파하며 결승까지 올랐고, 국내 최강으로 불리는 삼성 갤럭시 블루까지 꺾으면서 눈물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우승을 하는 팀에게는 언제나 특별한 무언가가 있었고, KT 애로우즈에게는 두 가지가 있었다. 바로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근성, 그리고 간절함이다. 이지훈 감독, 오창종 코치는 이번 시즌을 위해 가정도 뒤로 한 채 매진했다. 그런 코칭 스태프를 보며 선수들은 매 경기 이를 악물었다.
이번 시즌 KT 애로우즈의 우승 과정은 험난했다. 8강, 4강, 결승 모두 5세트 끝에 승리를 쟁취했다. 그리고 세 번 모두 벼랑 끝 위기에 몰렸다. 스코어를 보면 '패패승승승' 한 번, '승패패승승' 두 번이다.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도 KT 애로우즈는 서로를 다독였다. 흔히 패색이 짙어지면 대화가 단절된다. 하지만 KT 애로우즈는 달랐다. 끊임없이 의견을 교환하며 이길 수 있는 방법을 계속 모색, 승리를 갈구했다.
경기가 끝난 후 김찬호는 "넥서스가 부서지기 전까지 절대 졌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고, 무조건 5세트까지 가겠다고 마음을 먹고 경기에 임했다"고 밝혔다. 이번 시즌 KT 애로우즈가 세 번이나 블라인드 모드까지 경기를 끌고가 결국 승리를 따낼 수 있었던 이유다.
KT 애로우즈는 완벽하지 않다. MVP를 받은 이병권 스스로도 자신이 완벽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섯 명이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서 KT 애로우즈는 환상적인 하모니를 선보였다. 포기하지 않는 근성으로 정상을 차지한 KT 애로우즈가 다가오는 롤드컵 한국 대표 선발전에서도 선전하길 기원한다.
[데일리e스포츠 강성길 기자 gillnim@dailyesports.com]